연근해 어업 구조조정 추진방향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 추진방향
  • 박규호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정책과장
  • 승인 2009.08.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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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 추진배경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어업인들의 가장 큰 희망사항은 아마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어패류를 잡아 올리는 것’이다. 과거 시절이 좋을 때는 그물을 걷어 올리는 대로 물고기가 그물을 가득 채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어구(漁具)나 어법(漁法) 등은 발달하고 어선(漁船)세력도 많지만 우리나라 연근해의 어족 자원은 감소 추세에 있다. 한마디로 자원부족 시대에 와 있다. ‘원하는 만큼 잡을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런 추세라면 전세계 어족자원이 21세기 중반이면 고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연근해 어선세력을 어업자원에 적합한 수준으로 감척하여 지속가능한 어업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 사업을 1994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이미 15년 이상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94년부터 현재까지 약 1조 4천억원을 투입하여 약 1만 3천여척의 연근해 어선을 감척하였고 이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로 어업 자원은 최근 회복세에 있다. 일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약 3~4조원의 자원회복 효과가 있다고 하니 어업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나라 어업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연근해 감척사업 추진 현황

 1994년부터 감척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작년에는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추경예산안에 연근해 감척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하였다. 3,984척을 감척하기 위해 추경예산까지 포함하여 3,685억원을 편성하였다. 사전 수요조사를 거쳐 근해어선 484척과 연안어선 3,500척을 감척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들어 국제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어업 경영여건이 개선되면서 당초 감척을 희망하던 어선들이 다시 출어에 나서게 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감척사업 물량이 다 소진되지 못하고 2009년도로 상당액이 이월되기도 하였다. 2009년에는 근해어선 324척을 감척하기 위해 1,295억원을 편성하였으나, 연안어선 감척수요가 지속되어 약 800억원을 연안어선 감척사업으로 전환하여 추진하고 있다.

 현재 근해 감척어선에 대한 감정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연안 감척은 지자체에서 어업인들의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감척에 참여한 어업인들에게는 어선과 어구 잔존가치를 평가한 금액과 최근 3년간의 어업 평균 수익액(폐업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연안어선에 대해서는 폐업지원금을 최대 100%까지 지급하고, 근해어선은 폐업지원금을 50% 수준에서 지원하고 있다.


 연근해 감척사업 문제점

 연근해 감척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체로 만족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감척사업을 실시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감척사업에 다음과 같은 성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척을 통해 업종별로 척당 조업구역이 확대되고 단위 노력당 생산량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경영여건이 악화된 어선이나 노후된 어선 등에 대한 감척사업을 통해 경영난을 해소하거나 적정 어선세력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위와 같은 성과도 있지만 그간 감척 사업에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연근해 감척사업은 적정 어업자원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어업자원에 비해 과다한 어선세력을 줄여나가기 위해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여 폐선을 조건으로 척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감척대상 척수, 폐업지원금액, 감척조건 등을 일률적으로 정해 정부 주도로 감척사업을 진행하여 왔다.

  감척은 정부 또는 지자체와 감척 대상 어업인이 서로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사업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어업인 스스로 감척 내용을 정해서 자율적으로 감척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오랜 기간 감척을 추진해 온 경험에 비해 업계 자율적인 감척이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노력은 부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감척사업이 정부 주도의 경직적인 형태로 운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현 시점에서 연근해 감척사업과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 집행상 연례적으로 나타나는 불용(不用) 또는 이월(移越) 문제이다. 어업 경영여건에 따라 감척수요가 들쑥날쑥 하다보니 당초에 예상했던 감척수요와 실제 감척 신청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어업은 대표적인 유류(油類) 의존형, 자연(自然) 의존형 산업이다 보니 유가의 등락과 어획 상황에 따라 어업인의 경영여건이 변동하게 된다.

 작년 상반기에 유가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가 하반기에 급격히 안정되다보니 실제 감척수요가 저조하게 나타나게 되었고 이런 연유로 예산의 상당부분이 이월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어업인의 감척 수요에 의존하는 현재의 사업진행 방식으로는 감척사업을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끌어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2005년과 2006년에 불용액 등이 많이 발생하면서 감척사업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또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일부 업종의 경우 감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유류소모가 많고 어획강도가 높은 저인망 업종의 사업 참여가 부진한 실정이다. 그 외에도 폐업지원금 등 어업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낮은 것을 이유로 감척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어업인들도 다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척사업을 바라보는 어업인들의 인식 또한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폐업은 경영자 스스로 경영여건을 판단하여 결정할 사항이며, 폐업에 대해 별도의 국가 지원이 없거나 폐업시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정도의 지원책이 있을 뿐이다. 즉 폐업은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나 현재 어업분야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어선을 감척하는 시스템으로서 어업인들은 어선 감척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당연시 하고 있다.

 그러나 어선감척 제도는 국가 정책상 예외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며, 앞으로 적정 어선세력으로 감척될 경우 어선감척 제도는 더 이상 시행되지 않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어업인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구조조정 추진방향 

 먼저 우리나라 어업을 둘러싼 여건변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어업 여건과 어장 환경에 미치는 제약 요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WTO/DDA 협상안에 따르면 수산분야 보조금, 면세유 지원 등과 관련하여서는 현재 지원시스템을 어느 정도 손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한 연근해 어장 범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한중ㆍ한일 어업교섭이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저탄소 녹색성장이 우리나라 모든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어업 분야에도 저투입 고효율의 산업구조 형성이 시급해졌다. 아울러, 어촌지역의 고령화, 과소화도 앞으로의 어업활동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009년 감척사업 집행부진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정부차원에서 감척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하였다. 기존 참여자와의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근해어선 감척사업의 참여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였다(4.30일 시행). 과거 10년 이내에 감척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참여자격이 없었으나 5년 이내로 참여제한 기간을 축소하였고, 이와 마찬가지로 선령(船齡) 등에 대한 제한도 완화하여 참여 폭을 확대하였다.

 또한 과거 어선을 1년 이상 소유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으나 현재 소유기간 여부에 관계없이 감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안어선 감척사업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8년에 종료가 되었으나 어업인들이 추가 감척사업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수요조사 등을 거쳐 800억원을 연안사업 감척사업비로 확보하였다.

 아울러 폐업지원금과 관련하여서는 현재 근해감척과 연안감척을 달리 운영하고 있다. 연안어선 감척사업은 2005년에 폐업지원금에 대한 입찰(入札)제가 도입되었지만, 근해어선 감척사업은 지금까지 정액(定額)제를 유지하고 있다. 입찰제도가 도입된 이후 연안어선의 감척물량이 계획 대비 153% 초과 달성되면서 입찰제의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근해어선 감척사업에도 입찰제도가 도입될 경우에 근해어선 감척을 촉진하는 등 장기적으로 사업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 근해어선 감척사업에는 연안어선 감척사업과 마찬가지로 입찰제를 도입할 계획으로 있다. 다만 감척수요가 유가(油價)수준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입찰제로 전환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감척신청을 저해할 수도 있으므로 폐업지원금 지원방식을 유가 수준에 연동하여 이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가가 안정되어 감척수요가 정부 목표에 미달할 경우 50~80% 범위 내의 정액제를 실시하고, 유가가 상승되어 감척수요가 늘어날 경우에는 폐업지원금 입찰제를 실시하여 우선 희망자부터 감척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약 15년간 감척사업이 실시되어 왔지만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오면서 어업인 스스로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데는 다소 미흡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정부가 정한 획일적인 지원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감척사업 대상자로 선정하였으나, 신청 어업인이나 어업인 단체에서 자율적으로 감척 내용을 형성해 나가는 기능은 부족하였다고 본다.

 어업인 단체의 역할을 충분히 살리고 어업인들의 자율적인 감척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또는 지자체)와 어업인 단체가 큰 틀의 협약을 체결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사항은 단체 스스로 구성원인 어업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식의 감척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의 사례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잔존 어업인들에게는 일정 부담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감척한 어업인들이 과거에 얻었던 어획량 만큼 잔존 어업인들에게 이익이 발생한다고 본다면 감척에 참여하지 않는 잔존 어업인들에게 잔존자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하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감척에 참여하지 않고 버틸수록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데, 자율적인 감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감척 참가자와 비참가자간 이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잔존 어업자들에게 입어료 등을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하거나 감척 사업비를 어업인들 스스로 조성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지금의 추세로 본다면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세, 탄소배출량 할당제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될 것이고 어업분야도 탄소저감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류 고소비형 대형트롤, 대형쌍끌이 기선저인만 등의 업종에서는 에너지 효율화가 급선무가 되어 경제적 조업이 가능한 적정규모의 신조어선 건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감척과 동시에 신조대체를 병행할 수 있도록 감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고령화된 어업인들을 위해 상시 구조조정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감척사업은 감척 후 폐선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업 구조조정은 이와 같은 매우 좁은 의미의 감척뿐만 아니라 어업 경영을 그만두고 은퇴를 희망하는 어업인들이 소유한 어선을 젊은 어업인들에게 원활하게 양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어업 구조조정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가령 ‘어선은행’ 사업을 통해 감척희망 어선을 상시 매입하고 재활용 가능한 어선은 젊은 어업인에게 매도 또는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어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적절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 노르웨이 등과 같은 수산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을 앞으로 총허용어획량제도(TAC), 개별양도성쿼타제(ITQ) 등 어업자원관리 시스템 변화와도 긴밀히 연계하여 추진해 나갈 것이다.


 어업인들과의 갈등 극복 및 설득 방안

 현재 감척사업은 어업인들의 희망을 전제로 실시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희망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어떠한 강제수단을 통해서 감척에 나설 수는 없다. 현재 어업인들의 인식과 정부 입장간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폐업지원금 등 감척을 통해 지원되는 금액이 어업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2008년과 같이 유가가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되면 감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폐업지원금 수준에 대한 불만도 가라앉게 되지만 어장상황이 좋고 면세유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폐업지원금 등의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정부는 폐업지원금 수준이 감척신청을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어업 구조조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 특히 잔존어업자 부담제도 등의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어업인들과의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어업인들과 어업자 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수용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어업인들의 건설적인 제안이나 의견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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