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와 복거지계(覆車之戒)
명태와 복거지계(覆車之戒)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12.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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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해양수산부 수난의 해였다. 해수부 재출범 2년차를 맞아 쾌속 항해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던 해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 각종 해양사고에 이어 연말에는 멀리 베링해에서도 침몰사고가 일어났다. 여객선은 물론 어선까지, 우리 연안은 물론 먼 대양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안전이었다.

그래서인지 해수부는 2015년을 맞는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국민들의 엄중한 질책과 과거의 잘못을 통해 배우고 지난 실수를 반복하진 않는다는 ‘복거지계(覆車之戒)’ 네 글자의 뜻을 가슴깊이 새겨 해양수산부의 진정한 부활을 인정받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해수부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2월부터 추진했던 것이다. 이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프로젝트이자 대통령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어렵게 구한 어미 명태로부터 채취한 수정란으로 부화한 종묘가 체장 1cm도 채 되기 전에 집단 폐사한 것이다. 해수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단지 부실한 수정란과 사료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만 할뿐이다. 명태 치어 방류 전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수정란 확보를 위해 살아있는 건강한 어미 명태를 확보하는 것이다.


해수부가 다시 추진하겠다고 내놓은 계획은 올해부터 부화한 어린 명태를 방류하는 사업을 개시해 올해에 100만 마리, 2016년 500만 마리, 2018년 5,000만 마리, 2020년 5억 마리를 방류할 목표를 세웠다. 또 2017년에 완전한 종묘생산체제를 구축한 후 2018년부터는 생산된 수정란 또는 새끼 명태를 민간에 보급해 육상에서 양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류와 양식을 성공시켜 2020년 이후에는 동해의 명태가 다시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다.

어미 명태 확보계획도 담겨있다. 살아있는 명태나 명태의 수정란을 반입하기 위한 남북 협력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캐나다산 명태 500마리도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어업인으로부터 해오던 수정란 확보를 통한 치어 생산도 지속하겠단다.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에서 집단 폐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강릉원주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 간에 연구 협약도 체결했다.

국민생선 명태 자원 회복 프로젝트는 대통령의 관심 이상으로 상징성이 크다. 혹자는 해수부가 실패할 걸 알면서도 대국민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대국민 사기극이 될지 도루묵, 대구에 이은, 아니 우리나라 수산 역사상 가장 빛나는 자원회복 모범사례가 될지는 해수부 하기 나름이다.

과거의 실패를 통해 배우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복거지계(覆車之戒)’의 뜻을 새겨 해수부의 진정한 부활을 인정받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는 해수부의 선언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새해 아침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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