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4.12.3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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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양털처럼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을미년(乙未年)새 아침이 밝았다. 도무지 가슴속을 떠날 것같지 않았던 슬픔과 분노의 응어리도 새해의 따사로운 햇살에 눈녹듯 녹아 내린다.

말 그대로, 지난 1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격동과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표현이 일상사(日常事)가 되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사건과 사고와 불행한 죽음이 연속된 한 해였다. 고장난 거문고줄처럼 갑오년 한해는 그렇게 저물었다. 시간과 더불어 무디어지는 상심(傷心)의 그림자, 그 쓰라린 시간과 자연의 섭리(攝理)앞에 우리는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싯귀가 가슴 저리도록 다가온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지 않았던가.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요 인간의 본연(本然)이 아니겠는가마는 지난 한 해 동안 세월호참사, 오룡호 침몰사고를 비롯하여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그 애틋한 죽음의 의미를 가슴과 역사 속에 되새기면서 이제는 새해 새 역사의 문을 열어젖혀야 할 때가 되었다.

인생수업

법륜(法輪)스님이 지은 「인생수업」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딱 3일만 슬퍼하고 정을 끊어라’고. “어떤 이유로든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정을 딱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극락을 가든, 천당을 가든, 따로 몸을 받든,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빨리 갑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중생이라 마음정리가 잘 안되니까, 사람이 죽으면 3일까지는 슬퍼해도 된다고 한 것이 3일장입니다. … 그때까지만 슬퍼해주고, 끝나면 웃어야 좋은 일이 생깁니다. 부모가 죽었든, 자식이 죽었든, 남편이 죽었든, 아내가 죽었든, 스님이 죽었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대사가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날이 밝아 깨어보니 잠결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아 대오(大悟)했다는 이야기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세상사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인간 세상의 모든 일은 인간의 마음이 들어서 짓는다. 슬프고 짜증나는 일도, 한 생각 돌이키면 편안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운명(運命)의 굴레라는 숙명론(宿命論)에 매몰(埋沒)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고 개척해야 한다. 시대(時代)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대세(大勢)를 선도(先導)하지 못하는 조직(組織)에게 내일은 없다. 준비한 자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도 배가 가야할 길은 있다. 2015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굳은 결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때다.

해양수산계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시대 열릴 것 2015년 해양수산업계는 격동(激動)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물러났다. 수협중앙회는 물론 일선 수협도 새로운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현 정부는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를 국정의 주요 아젠다(agenda)로 삼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의 수산 경쟁력은 주요 선진, 신흥 30개 국가 중 14위 수준이며 수산 R&D(연구개발) 예산은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식산업(養殖産業)의 미래화는 아주 중요한 과제다. 신규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바이오플락(Biofloc)양식과 IT 양식장 관리시스템으로 양식 산업을 첨단산업(尖端産業)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연근해 어선어업과 위기에 처한 원양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만 한다.

수산물 유통구조도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산지거점 유통센터를 확충하고 소비지에도 분산물류(分散物流)센터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가공산업 육성과 유통혁신 없이는 수산업을 6차산업으로 발전 시킬수가 없다. 가공 유통 혁신의 길이 바로 FTA의 함난한 파고를 넘어 수산업 재도약의 발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할 것이다.

수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산업일 뿐만 아니라 국가 안위와 직결된 식량산업임을 가슴깊이 되새기면서 을미년 새해 만선과 풍어의 기쁨이 모든 해양수산인들의 가슴에 흘러 넘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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