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우리 생활
미생물과 우리 생활
  • 박수일 학장/부경대 수산과학대학
  • 승인 2008.12.2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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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일 학 장(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 박수일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 학장
웰빙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을거리의 질과 맛을 즐기고 건강도 함께 챙기는 등 이에 관한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를 충족시키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 수산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백질 섭취량의 40%를 수산물에서 얻고 있으며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2005년도에 48kg을 넘어섰다고 한다. 수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은 어획이나 양식과 같은 직접적인 방식 이외에도 수입을 통한 간접적인 것이 있지만 이러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중심으로 규정한 것이며 수산물이 생명체로서의 특성상 갖춰야할 여러 조건이나 필수적인 생활사 또는 생산 과정과는 무관하다.

 수산물도 생명체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킬 때에 비로소 생산이 가능하고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요구 조건을 지원하고 우리들의 생활과 관련된 미생물에 관하여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생물이 밀접하게 관련하듯이 수산 분야에도 미생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생물은 그 종류도 다양하여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 물질을 분해하고 먹이 사슬의 기초가 되는 것, 어병을 일으키는 것, 식품의 맛을 내거나 기능성을 높여주는 것 등 그 역할도 가지 가지이다. 환절기인지 요즘 주변에 독감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이 새삼 부쩍 늘고 있다. 독감은 그 원인이 인플루엔자바이러스라고 하며 심한 경우에는 생명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독감과 혼동하는 감기는 한기나 피로 등 생리적인 요인을 비롯하여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병원체의 경우 바이러스만 50여종에 이르고 여러 가지 세균도 관여한다.

 수산에서도 계절이 바뀌면 이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매년 봄철이 되면 패류에서 독소가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올해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국의 진주담치 독소 함량을 조사한 결과 어느 지역의 진주담치에서 마비성패류 독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며 채취를 금지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패류의 독소는 패류가 스스로 만든다기보다 먹이로 섭취하는 식물플랑크톤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연구자는 이 플랑크톤도 독소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섭취한 세균이 만든 독소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나 그 관계는 아직 더 연구해봐야 밝혀질 것 같다. 아무튼 독소를 지닌 진주담치의 분포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런 유독 생물은 오염된 환경을 더 좋아한다고 하니 우리들 스스로가 독성 진주담치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여름철이 되면 비브리오패혈증이다 뭐다 해서 야단법석을 떤다. 이 증은 병원균을 가진 해산물을 회로 섭취하거나 상처난 사람이 해수에 접촉했을 때 감염이 된다. 이와 같이 이 증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경우가 별로 없으므로 원발성 질병이라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병원체는 민물에 매우 약하므로 민물에 잠깐 담갔다가 깨끗이 씻으면 회로 먹어도 안전하다. 바다 물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플랑크톤, 원생동물 등 작은 생물들이 무수히 많다. 연안의 물속에는 밀리 리터당 수만 개의 세균이 분포하는데 이들은 물속의 각종 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며 원생동물이나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섬모충이나 편모충과 같은 원생동물은 주로 여과해서 세균을 잡아먹는데 어떤 경우에는 물속 세균의 90%까지 섭식하기도 한다. 이들 원생동물은 보다 큰 포식자에게 먹이가 되므로 세균과 같은 미생물은 생태계의 분해자일 뿐만 아니라 기초 생산자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의 분해자로서 특성을 잘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 최근에 많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친환경 양식 방법의 기본 원리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연평균 3%정도씩 증가하고 있는데 소비 증가분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니 양식 어가의 시름이 쌓여 갈만도 하다. 양식 어가의 생산비는 주로 사료대나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생산성면에서는 질병에 의한 피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질병의 원인을 최근 수년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생충병, 세균병 및 바이러스병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세균병 중에서는 비브리오균과 연쇄구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의 병원체가 사람이 소비해야 할 식량을 가로채 가고 있다. 이 피해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이에 대한 조속한 대책 수립은 식량 확보나 위생적인 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불문가지이다. 얼마 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라는 신종 전염성 호흡기 질환이 이웃 나라에까지 전파된 적이 있었지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는 이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아주 특수한 현상이 알려지며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에 우리 고유의 식품인 김치와의 관련설이 나돌았고 이 점에 착안한 모대학 연구팀이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의 배양액을 조류독감에 걸린 닭에게 먹인 결과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바 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유산균도 실은 김치 속에 들어있는 젓갈을 먹고 자랐을 것이므로 수산 미생물의 일종이 아닐까. 이외에도 김치 발효 유산균 중에는 박테리오신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균들이 많은데 이는 충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 건강한 치아 보존에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연중 즐겨 먹는 수산물 중에서 복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복어에는 복어독이라는 맹독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복어의 독은 어종이나 부위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종이라도 개체와 계절 그리고 어획되는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하니 복어를 먹는다는 것이 가히 모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독을 가진 복어라도 알이나 간, 내장은 독성이 강하지만 가식부인 근육에는 독성이 약하거나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나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복어 중 난소에 강한 독을 가진 복섬, 흰점복, 매리복 등은 근육에도 어느 정도 독을 가지고 있지만 졸복의 근육은 무독하다고 한다. 한편 이들 어종의 껍질에는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복 껍질 먹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널리 소비되는 까치복이 난소나 간에는 강한 독이 있지만 근육이나 껍질에는 독이 없다고 하므로 미리 복어 분류학이라도 배워야 하나보다.

 그런데 이 복어독은 복어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어독을 생산하는 세균에 의한 것이라고 하며 복어에서 독이 형성되는 과정은 먹이 사슬을 통한 축적, 일부는 내장이나 피부에 분포하는 세균 또는 세포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같은 종류의 복어라도 어획 해역에 따라서 독이 달라질 수 있으니 요즘처럼 어획물의 이동역이 넓고 또 다양한 국가로부터 복어가 수입될 때에는 전문가의 손을 거쳐서 요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생활은 이와 같이 미생물과 깊은 인연을 맺고 우군으로서, 적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이를 더 잘 활용하고 극복하고자 오늘도 많은 연구실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있고 횟집마다 여러 종류의 싱싱한 횟감들이 넘쳐난다. 우리 연안에는 잡을 수산 자원이 없다고 야단들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화 시대에 굳이 그 이유를 알아서 무얼 하겠느냐고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이럴 땐 그저 안다미로 봄멸치 회를 담아내는 기장 대변에 가서 소주나 한잔 하는 게 웰빙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약 력
·부산수산대학교 수산학사(증식학)
·부산수산대학교 수산학석사(어병학)
·도쿄대학 대학원 농학석사(어병학)
·도쿄대학 대학원 농학박사(어병학)
·국립수산진흥원 수산연구사
·포항실업전문대학 전임강사
·영국 Stirling 대학 양식연구소 연수
·부산수산대학 조교수
·부산수산대학교 수산과학대학 교무과장
·부경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교수
·부산수산대학교 수산과학대학 부학장
·수산과학연구소 소장
·한국 어병학회장 역임
·부경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학과장
·현재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학장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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