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인가, ‘잘 사는 나라’ 인가
‘강대국’ 인가, ‘잘 사는 나라’ 인가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금융영업단장
  • 승인 2009.08.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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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석하게도 두 전직 대통령이 거의 연이어 돌아가셨다. 석 달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소식에 비하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안타깝지만 다소 예상되었던지라 차분한 가운데 국장으로 치러졌다. 아무리 예정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자연현상인 죽음 앞에 이르니 삶이 차라리 허허롭다. 그러나 그 허허로움을 극복하고 빛나는 것이 있으니 굴곡진 생의 치열함과 기어코 지향했던 꿈이 아닐까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더랬다. 사람 사는 세상... 아주 함축적(含蓄的)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각성하는 시민이어야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세상을 지향하였고 이 꿈을 이루고자 평생 애를 썼다. ‘행동하는 양심’이어야 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줄곧 역설하였다. 대단히 수사적(修辭的)인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구선생의 꿈꾼 세상은 다분히 서술적(敍述的)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

 고금과 동서를 막론하고 국가적 삶의 꿈은 강대국이었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책의 저자인 폴 케네디교수는 강대국의 조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은 빠른 산업성장률, 정치적 안정 또는 통일, 인구증가율 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땅의 크기는 중간사이즈가 되더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구는 강대국의 조건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라는 총량적 개념보다는 증가율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어떠한 나라가 강대국일까요. 제가 볼 때는 고기술 국가이면서 정치사회적으로 성숙된 국가가 아닌가 합니다. 그 이유는 노동과 자본투입을 통한 요소투입형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적자본요소를 통하여 경제발전의 질적 요소를 높이고 기술개발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인다면 강대국으로의 발전이 가능합니다.” 케네디교수는 경제적인 면에서 지속적인 인구증가, 경제시스템의 고효율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를 ‘미국은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세계최고의 대학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창조적인 교육의 중요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일본역시 매우 강력한 제조업을 가졌음에는 틀림없지만 제조업 우위의 시대는 이미 상당히 지나간 상태입니다. 첨단 서비스 산업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자산규모만 거대할 뿐, 경쟁력은 없습니다. 한 국가의 저력은 정말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창조성의 현실 적용을 강조하고 있다.

폴 케네디교수는 덧붙인다. “그러나 꼭 세계정치,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되어야만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면서 한국은 ‘탁월하게 성공적인 중견국이며 앞으로도 경제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사한 사례를 들자면 18세기 네덜란드와 같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 한국이 지극히 창조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강한 무역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8세기 네덜란드도 3대 강대국인 프랑스·프러시아·영국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하면서 강대국과 ‘잘 사는 나라’는 다르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말한다. IT강국, 무역강국, 금융강국 등등.

자 그럼, 우리의 국가적 지향, 꿈은 무엇인가. 강대국인가, ‘잘 사는 나라’인가. 둘 다인가. 아님 또 다른 무엇인가.  물론 그것은 당연히 ‘사람 사는 세상’이며,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평화로운 나라이고, 문화국가이고 교육국가이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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