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출산율 높이기!
경제 살리기? 출산율 높이기!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4.12.01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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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전기세를 안내면 전기를 끊고 수도세 안 내면 수돗물을 끊듯이, 싱글세를 안 내면 나라가 싱글생활을 끊어주나요?” “결혼했다 이혼해도 세금을 매길거냐?”

‘싱글세’가 논란이 되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야유성 질문입니다. 참고로 전기세와 수도세는 세금이아닙니다. 사용료입니다. ‘전기료’, ‘수도료’로 불러야합니다.

싱글세는 아이를 낳지 않는 1인 가구에 부과하겠다는 세금을 말합니다. 물론 이것은 정부관계자가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발상은 안일하지만, 상황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말합니다. 주변에 살펴보면 한 자녀 가정보다 두 자녀 가정이 많은 것을 보면 싱글 여성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싱글 여성이 많다는 것은 또 싱글 남성이 많다는 반증이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어떻게 될까요? 그 결과는 끔찍합니다. 현재의 출산율과 수명연장 추이를 종합해 예측했더니, ‘저출산 재앙’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7년까지는 조금씩 늘어나지만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2084년에는 지금 인구의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번 세기가 끝나는 2100년에는 약 2000만 명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100년도 안되는 기간에 약 60%가 줄어들게 됩니다. 2134년쯤에는 1,000만 명으로 쪼그라든 뒤 소멸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최종적으로는 2750년에는 아예 한국인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지역별로는 부산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고 마지막으로 경기도에서 멸종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현재 부산의 고령화 비율은 전국 최고입니다. 여기에다 인구 구조도 노령화돼 불과 80년 후에는 경제활동 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멸종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약 1,000년 후인 3011년 일본인이 멸종할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일본의 인구는 1억 2,770만 명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저출산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작년기준으로 1.43명입니다. 우리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인구 위기감은 공포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인구는 6년 전 1억 2,808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추세에 있습니다. 현 추세라면 2050년엔 1억 명, 2100년엔 5,000만 명 이하가 될 것입니다. 100년 안에 40%의 인구가 줄어듭니다.

인구 추계는 미래 예측 가운데 가장 정확하다고 합니다. 일본은 1973년 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1989년 1.57의 쇼크 이래 갖은 대책을 다 썼지만 어린이 인구감소(小子化)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젊은 여성의 미혼과 만혼으로 저조한 합계출산율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젊은 층은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세계 최고입니다. 국력 쇠퇴의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최근 일본이 여기에 단단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아베 내각은 전국 지사(知事)를 소집해 ‘소자화(小子化) 비상사태 선언’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소자화 대책을 국가 과제로 삼아 중앙과 지방이 총력으로 대책을 강화해 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결의했습니다. 교토 지사는 “일본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있다”고 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을 본부장으로 하고 전 각료가 참가하는 지방창생(地方創生)본부를 내각에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창생상(相), 우리로 치면 장관직을 신설했습니다. 장관으로는 자신의 유력한 후계자를 임명했습니다. 창생본부는 이달 초 합계출산율 1.8을 일본이 지향해야 할 수준이라고 장기 비전을 설정했습니다.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기 위한 목표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정책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 위안부 문제가 이를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10년간일본을 따라잡은 적이 없습니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인구 정책은 성공을 거둬도 효과는 30~60년 후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나라가 더 잘살기 전에 늙어 버릴 수 있습니다. 13억 명의 중국이 지난해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국가 비전의 바탕은 인구동태라 할 것입니다. 10년 후, 30년 후의 국가경쟁력은 바로 인구로 부터 올 것입니다. 그런데 ‘싱글세’라니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상보육’이니 ‘무료급식’이니 싸우고들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이들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듯, 싱글과 아이 없는 부부도 나라 잘되는 꼴 보기 싫어 애를 안 낳은 것 아닙니다.

출산율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할 것입니다. ‘출산율높이기’가 ‘경제살리기’이고 ‘나라살리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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