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대신 개미’
‘오렌지 대신 개미’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4.12.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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發想의 大轉換 없이 수산업 생존 못해

甲午年을 보내며 느끼는 것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갑오년(甲午年)이 저문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 엄청난 비극과 치욕의 상흔(傷痕)을 남긴 채 갑오년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1894년, 바람 앞의 촛불처럼 그 생명을 다해가던 조선제국을 되살리기 위해 시작되었던 갑오경장(甲午更張)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금년 한 해 동안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을 그토록 염원했건만, 청천벽력처럼 밀어닥친 세월호 참사가 그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與野) 대립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사회적 갈등은 깊어만 갔다. 사고 당시 봇물처럼 터져나왔던 ‘국가개조’, ‘국민의식개조’라는 거대담론(巨大談論)은 새벽 안개처럼 슬그머니 그 자취를 감추고 이기적(利己的) 타성(惰性)과 안전불감증이 고달픈 서민의 생활 속으로 또 다시 파고든다.

그러나 더 이상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세상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비합리적 적당주의가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 나 자신의 이익보다 이웃과 사회와 국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첫 걸음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금년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과 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담을 혁신과제로 첫째 비정상의 정상화, 둘째 창조경제, 셋째 내수(內需)경기의 활성화를 꼽았다. 이 세가지 과제 중에서도 특히 우리 국민들이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과제가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해방 이후 60여년 동안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만 몰두하여 그저 그렇게, 대충 대충 살아왔던 우리의 잘못된 관습과 관행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국가 발전전략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세월호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행복시대는 물질적 풍요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황금만능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나눔과 사랑이 결여된 풍요는 죄악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상호존중과 배려의 정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시민정신이야말로 행복시대의 문을 여는 원천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개인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나라에도 국격(國格)이 존재한다. 국격을 높이지 않고서도 선진국이 될 수도 없는 법이다. 국격은 한 사람의 훌륭한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이 모여 훌륭한 국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14년 저물어 가는 갑오년 끝자락에 서서, 이 땅에 다시는 치욕과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언행휘찬(言行彙纂)에 수록되어 있는, 수오탄비(羞惡歎悲), 인생에 있어서 부끄럽고 미워하고 한탄하고 슬퍼해야 할 네 가지 일들을 되새겨 본다.

‘가난은 부끄러울 것이 없다. 부끄러운 것은 가난하면서도 뜻이 없는 것이다. / 천(賤)함은 미워할 것이 못된다. 미워할 것은 천하면서도 무능한 것이다. / 늙는 것은 탄식할 일이 아니다. 탄식할 일은 늙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 죽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다. 슬퍼할 것은 죽은 뒤에 아무런 일컬음이 없는 것이다.’

품격 없는 사람은 무엇이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르고 산다. 가난하고 비천한 것은 결코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을 살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는 가르침을 가슴 속 깊이 되새기면서 갑오년 한 해를 보낸다.

적폐 청산 없이 수산업 발전 못한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 현대사(現代史)를 통틀어 금년 한 해 만큼 국민의 가슴에 슬픈 상처를 남긴 해는 없었다. 갑오년의 시계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멈추어 서버렸고, 해양수산계는 씻을 수 없는 회환과 죄책감 속에서 죄인처럼 살아야만 했다. 해양수산부의 부활로 희망에 부풀었던 해양수산계가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침체와 도산의 늪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슬픔과 저주의 덫에 갇혀 스스로를 죽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세계는 급변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와 대립이 격렬해지고 있다. 발상(發想)의 대전환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수산계도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정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연근해어업, 양식어업은 말할 것도 없고 원양어업도 세계화, 개방화시대에 걸맞게 ‘발상의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

미래학자 윌리엄 힐랄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는 2015년에는 양식수산물이 전체 수산물 생산의 50%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제3의 물결로 세인(世人)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앨빈 토플러는 수산양식어업을 비롯한 해양산업이 미래인류를 먹여살릴 4대 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도 13억 인구의 중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기까지 수산업의 구조개선과 유통혁신, 가공식품 클러스터 설립, 그리고 준법어로(遵法漁撈) 관행의 확립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과거 반세기 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온 이기적이고 탈법적인 적폐(積弊)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수산업에 희망은 없다. 수산경영인은 말할 것도 없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비롯한 모든 어업인들이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걸맞는 경영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경영방식과 비합리적 사고(思考)로는 생존할 수가 없다. 생산, 유통, 가공 전 분야에 걸쳐 발상(發想)의 대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달 개최되었던 제 2회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초청된 덴마크의 유명한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의 혁신적 발상이 우리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가 경영하는 노마(Noma)라는 식당은 코펜하겐 부둣가의 낡은 창고를 개조한, 테이블 11개의 아주 작은 식당이지만 세계 요리전문가들로부터 세계 제1의 식당으로 선정되었다.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각국 사람들이 이 식당으로 몰려든다. 그는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만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낸다. 심지어는 오렌지 대신 개미를 볶아 신맛을 낸다. 개미산(酸)의 독특한 신맛으로 오렌지의 향미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가 바로 창조경제의 화신으로 평가받은 소이(所以)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란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내는 것이 바로 창조인 것이다. 발상의 대전환 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듯이, 수산물 생산·유통·가공에 대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는 수산업을 6차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갑오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생각을 바꿔야 세상이 바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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