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 지켜온 선각자들 제13회
쪽빛 바다 지켜온 선각자들 제13회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4.11.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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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부 기획연재 어민 위한 헌신과 봉사가 有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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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박종식 거제조합장이 수협중앙회 17대 회장으로 취임하고 꼭 석 달 후인 8월 25일(1995년), 태풍 ‘재니스’가 한반도를 강타하여 남해안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다음 날 태풍이 동해로 빠져나가자 수산청장이 전화를 해왔다.
“내일 아침 일찍 청와대로 함께 들어갑시다.”
대통령(YS)이 헬기로 수해 현장을 순시하는데 동행키로 되었다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 지금의 춘추관 앞뜰로 가니 대통령 전용 헬기가 천천히 메인로터를 돌리고 있었다.
“다들 나왔능교?”
대통령은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고, 비행 도중에도 말이 없었다.

피해지역은 어디나 없이 처참을 극해 있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닌, 평야 지대는 몽땅 흙탕물로 넘쳐난 황해(黃海)로 바뀌어 이전의 마을은 겨우 몇 채의 가옥 지붕과 전신주만 물 위에 떠 있는 형편이었다.

두어 시간 가량 피해지역을 둘러본 대통령은 재차 해경 경비함으로 옮겨 상처투성이가 된 남해안 일대도 두루 확인했다. 처참의 정도는 파손된 선박 잔해(殘骸)가 곳곳에서 물결에 희롱당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측량이 가능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박 회장을 불렀다.

“박 회장, 인간의 무한한 지능과 도전정신이 오늘처럼 과학문명을 찬란히 꽃피웠지만, 태풍과 같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네요.”
“예.”
“하지만 나는 이 재앙이 어쩌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창조하라는 신의 계시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우리 60만 어민들에게는요. 그러니 박 회장이 앞장서서 용기를 부추겨 조속히 복구하도록 하소.”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박 회장에게 대통령이 덧붙였다.
“그래, 내가 도울 일은 없소?”
어찌 보면 바로 그 점이 정치 9단 YS의 강점이자 후덕(厚德)일 것이었다.

박 회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예, 각하, 꼭 한 가지가 있습니다.”
농수산장관을 비롯한 수행 각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박 회장에게로 향했다.
“말해 보소.”
“각하, 피해를 복구하려면 당연 돈이 들겠지요?”
“그거야…….”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정부도 일찍부터 그 점을 알고 어려운 처지의 어민들이 쓰라고 연 1백억 원 규모(123억 원)의 영어자금을 조성해 두었습니다. 그 돈으로 배도 짓고, 기름 탱크도 채우라고요…….”

YS가 두 귀를 바짝 세웠다.
“……하지만 어민들 처지에서는 그 돈이 그림 속의 떡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돈을 융자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어민들로서는 그게 불가능하여 지금껏 그 돈은 금고에서 잠만 자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그 돈을 어민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각하께서 어떻게……?”

“…….”

잠시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담보라? 담보물이라? 하기사…….”

YS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도 어민의 아들이라 내세운 대통령이었으니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이하 내용은 월간 현대해양 2014년 11월호(통권 535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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