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식량산업 비전이 안보인다
수산식량산업 비전이 안보인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4.10.30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업, 6차산업 창조경제 핵심산업 맞나?

▲ 김성욱 본지 발행인
국정감사, 없는 것보다 낫다?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어느 성당에서 정말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신부의 집전으로 예배와 제례의식이 끝나고 미사 절차에 따라 신부님 강론이 시작되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기도와 위안의 말씀으로 장내(場內)는 한없이 숙연해졌다. 신부님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를 기원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에 그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키자는 진정서에 많은 신도들이 참여해줄 것을 부탁하는 강론을 계속해 나갔다. 그 때 어디선가 “신부님 ! 그만 하시지요”라는 불만 섞인 소리가 터져나왔다. 성당 안은 일시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박수소리까지 들려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신부님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힘 없고 억울한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성원하는 것이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이라며 강론을 계속했지만 그만하라는 소리와 함께 신도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물론 진정서에 서명하는 신도들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지난 6개월 동안 국민들을 슬픔과 분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세월호의 비극이 이제는 국민의 외면과 짜증으로 변모해버린 이 참담한 형국을 목도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쌍한 시민들까지 불모로 잡아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켜온 정치인들의 경박한 행태에 분노와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이 잡혀 국회를 공전시킨 여파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인지는 몰라도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던 약속은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화제도 없고, 이슈도 없고, 국민들 가슴 속에 맺혀 있는 답답한 응어리를 풀어내지도 못한, 참으로 한심한 국회의 모습을 또다시 연출하고 말았다.

중소기업은 도산위기로 내몰리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는다. 단골로 드나들던 작은 횟집마저 이런 불경기는 생전 처음 본다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경제성장률 0% 라는 최악의 사태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망하면 국가경제가 온전할 수가 없다. 굴뚝산업이 해외로 빠져나간 국가치고 불황을 겪지않은 나라가 없다. 미국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다. 돈을 풀어 양적완화정책을 펴는 것도 내수경기를 살리고 제조업을 다시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경제위기의 여파는 힘 없고 가난한 서민들에게 먼저 닥치게 마련이다. 노인들마저 일자리를 찾아 길을 헤맨다. 기초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한계상황으로 치닫는다. 19대 국회 해산론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는 이 엄중한 현실 앞에 정치인은 물론 우리 국민들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인류가 만들어낸 최선의 정치제도는 못되더라도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지켜낸 차선(次善)의 방책은 되어왔다는 사실에 그나마 큰 위안을 얻게된다. “수박 겉핥기식의, 있으나 마나한 국감이지만 그래도 국정감사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다 보면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왔던 정부 정책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고 새로운 문제점과 해결책을 재점검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 질의는 호통 일변도의 장광설(長廣舌)이요, 답변은 서면(書面)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20여분 상영의 1인 단막극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어느 행정관료의 자조(自嘲)섞인 농담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거창한 구호, 화려한 정책만으로 수산업 회생 못해

농림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도 끝이났다. 세월호참사의 주무부처가 바로 해양수산부이기 때문에 금년 국감은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끝날 것이라는 추측이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졌다. 의원들은 다소 절제되고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위기에 빠져 있는 해양수산계의 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지만, 시시콜콜한 잘못을 질타하기 보다는 정책감사를 통해 해양수산업 회생방안을 도출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같다. 위기에 빠진 수산업을 식량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생산, 유통, 소비로 이루어지는 수산업을 6차 산업,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심도있게 분석하지 못한 것도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양생태계에 엄청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해안에서 명태가 사라지고 잡히지 않던 청어가 돌아왔다. 대구와 오징어가 서해안에서도 어획되는 기현상들이 나타난다. 한계점에 다다른 어선어업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밀식(密殖)과 오염에 따른 적조로 해마다 피해를 입고 있는 연안양식어업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새로운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해양식어업에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수십억 원을 지원하여 시작한 참다랑어 양식장에 과연 몇 마리의 참다랑어가 살아 남아 있는지, 그 어느 누구도 따져 묻지 않는다. 200마리 참다랑어 치어를 입식한 통영 욕지도 덕동 양식장에는 겨우 8마리만 살아 남았다.

민주당 유성엽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수산물 유통혁신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그 기능과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장기 비전이 안나온다. 특히 농산물과 수산물을 한데 묶어서 규정한 농안법을 어떤 방향으로 개정할 것인지, 그리고 수산부류 가운데서도 선어와 건해산물, 수입수산물 등에 대한 도매시장 상장(上場)방법 조차도 확정짓지 못한 상태에서 수산물 유통개선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경매(競賣)만을 도매시장 유통개선의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수산물 유통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그 대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산가공식품산업 발전대책이라는, 뜬구름잡는 식의 ‘개발로드맵’에 도대체 어떠한 내용을 담을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역대 정권에서 보아왔듯이 해양수산업은 거창한 구호나 화려한 정책, 선심성 공약만으로는 절대로 회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어업인 스스로가 경영인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의존적 사고를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하여 수산업을 식량산업, 안보와 직결된 기간산업,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6차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확고한 비전이 없이는 한국수산업은 결코 회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