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와 해경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와 해경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10.3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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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김덕수 감독의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 등장하는 아빠는 지금의 해양경찰과 꼭 닮아있다.

11월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감독 김덕수)이 있다. 이 영화는 백수로 집에서 빈둥대며 엄마(문정희 분)에게 잔소리만 듣는 아빠(김상경 분)를 보다 못한 딸(최다인 분)이 학교 ‘나눔의 날’ 행사에 아빠를 내놓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눔의 날 행사 이후 아빠에겐 ‘아빠가 되어 달라’는 예상치 못한 전화들이 걸려오는데 딸이 학교행사에 이어 중고나라 사이트에도 아빠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아빠는 대여(렌탈)당하는 처지가 되어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물벼락 맞기는 기본이고, 칼싸움에, 뺨맞기, 산부인과 보호자에, 사춘기 소녀 친부와 싸우기까지 다양한 고객의 다양한 요청을 소화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런 아빠의 눈물겨운 분투기가 감동을 주는데, 아빠는 대여당하면서 진정한 가장으로 다시 태어나 가족으로부터 그 필요성은 물론 존재감까지 확실히 인정받게 된다.

물론 영화 이야기이긴 하지만 김덕수 감독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 등장하는 아빠는 지금의 해양경찰과 꼭 닮아있다.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실패와 혼선 등으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해경. 대통령까지 나서 해체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만든 해경 말이다. 아내로부터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소릴 들었던 만년백수 아빠와 해체 대상에 오를 정도로 무능한 해경의 모습이 어찌 그리 꼭 닮아 있는지!

김덕수 감독 영화 속 아빠는 ‘대여(렌탈)’라는 극단적 처방을 통해 성실한 가장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해경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지난달 16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해경 123정 김경일 정장은 이날 증언에서 “구조 요청한 사람들은 다 구조했다. (못 구한 사람들은) 보지 못해서 구조를 못 했다”고 답했다. 게다가 김 정장이 “당시 상황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계속 항변하는 통에 공분을 샀다.

해경의 수장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시쳇말로 영혼 없는 사과, 즉 진정성이 결여된 의례적인 사과로 일관했다. 특히 김 청장은 “당시 왜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의원 질의에 “인력이 부족해서...”라고 답해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가정에서 아빠를 버릴 수는 없다. 해경 또한 그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해체 논란에 휩싸여 있긴 하지만 해경은 코스트가드(해안경비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실상은 해체라기 보단 코스트가드로서의 기능강화라 하는 것이 맞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 또한 이날 국감에서 “해경에 대한 정부 입장은 발전적으로 확대 재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수 감독의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극단 처방을 통해 아빠가 훌륭한 가장으로 다시 태어나듯 해경 또한 조직개편을 통해 영문명만 코스트가드(Coast Guard)가 아닌 진정한 해안경비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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