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안전’ 통해 국민행복시대 열자
‘수산 안전’ 통해 국민행복시대 열자
  •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 승인 2014.09.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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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등 수산물 생산 현장 안전에도 관심 기울여야

 

▲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을 비롯한 해상 안전이 국가적 화두가 됐다. 정부는 해양경찰청까지 해체하고 국가안전처 신설을 추진하는 등 해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수산분야는 안전한가? 해상 안전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도 수산분야는 상대적으로 정부 정책과 국민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우리는 수산 안전을 말할 때, 그 안전의 대상이 ‘수산물’인 경우가 많았다. 1993년 뉴질랜드산 홍합에서 리스테리아균 검출, 2002년 중국산 수입 꽃게와 복어에서 납 조각 검출, 2006년 양식장 포르말린 사용에 대한 논란, 2010년 낙지머리 속 미량의 카드뮴 검출 등이 그것이다. 근년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사고, 유류오염사고 등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수산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 대책은 주로 수산식품 안전에 쏠려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1년에 15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망의 원인의 대부분은 어선 사고가 차지한다. 수산물의 생산현장인 해상에서 이처럼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데도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소홀한 실정이다.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가? 해상에서 일어나는 인적 사고는 선원의 고령화, 생산비 절감을 위한 해외인력 유입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고령화로 인한 위기대처 능력저하, 해외인력의 비전문성, 숙련도 미흡 등이 사고 원인인 것이다.

생산 기반시설이자 험한 바다에서 어민들을 보호해 주는 수단이기도 한 어선의 노후화는 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어선은 총 6만 9천323척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선령이 15년을 넘어선 어선이 전체 어선의 37%를 넘고 20년을 넘긴 어선도 16%에 이른다. 철재로 만든 강선은 20년을 초과한 것이 무려 64%를 넘고 있다.


선망어업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 선망어선들의 선령은 평균 27년에 달한다고 한다. 1990년 이후 국내에서 새로 지어진 선망 어선이 한 척도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어선이 200톤 안팎의 소형이고 해황이 나빠도 조업을 해야 하는 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어민들은 해상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특히 노후 어선은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리비와 연료비 부담, 선원들의 승선 기피 등으로 어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산물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선의 선내 근무환경은 어떤가? 어선원들은 선사들이 경비 절감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어선원들의 선내 근무환경과 생활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호소한다. 선내 공간이 비좁아서 덩치가 커진 선원들이 장기간 선내에서 생활하기는 부적당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것이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저마다 먹고사는 일이 급해 열악한 조건을 견디면서 배를 탔지만 지금은 다르다. 장시간을 보내야하는 어선의 침실을 넓히고 놀이공간과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어선원들의 복지를 감안한 친인간적 어선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박 사고의 위험을 떠안고 있지만 선박 안전문제에서는 소외돼온 어선원에 대한 안전교육시스템도 강화해야한다. 업계에 따르면, 여객선이나 상선은 법령으로 긴급 구난 매뉴얼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어선은 관련 법령이 없어 매뉴얼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외끌이와 쌍끌이, 트롤 등 업종별로 특화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한 수협은 바다에서 어선들이 사고가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담은 사고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매뉴얼에는 화재, 충돌, 침수, 좌초 등 어선사고 유형에 따라 선장, 간부 선원, 일반 선원들이 각각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업계의 자구노력이 일회성이 아니라 안전이 바로 생명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다.

가장 중요시 돼야할 수산물의 소비 직전 단계에서도 안전성과 편의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길거리 좌판에서 큰 고무대야나 소쿠리에 생선을 몇 마리 담아 놓고 쪼그리고 앉은 할머니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것이다. 관계당국이 플라스틱으로 규격화된 좌판을 제작해 나누어준다면 판매자는 훨씬 덜 고단할 것이고, 소비자는 위생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세계 수산선진국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생산현장과 유통현장을 들여다보면 수산선진국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현실을 직시하자. 무조건 생산량에만 매달리지 말고 안전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배려 필요하다. 여객선 안전에 신경을 쓰는 만큼 수산 안전에도 투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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