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의 가치와 ‘어업인의 날’
수산업의 가치와 ‘어업인의 날’
  • 서광문 전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장
  • 승인 2009.07.03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다의 날은 1996년 해양수산부의 신설과 함께 1998년부터 어업인을 포함한 바다의 날(매년 5월 31일)로 이어져 올해로 제14회째를 맞았다. 바다의 날을 맞아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다양한 바다의 날 특집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종일관 요트를 즐기는 바다 등 해양레저산업으로서의 바다의 중요성만 부각되었다.

 물론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바다의 이용이 수산업을 넘어서 레저 이용으로 진화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다와 싸우며 살아온 어업인과 수산업이 빠진 것은 본말 이 전도된 것이다.

 수산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가장 오래된 산업이다. 수렵, 농경, 목축은 어느 정도의 기술이 발전되어야 가능했다. 그 기술이 발달되기 이전의 인류는 전적으로 자연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의지할 곳이라곤 육상의 자연적 과일·채소로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었고, 동물성 단백질은 갯벌에 널려 있던 조개로부터 얻었다.

 학교에서 배운 패총(貝塚)이 바로 조개의 무덤, 즉 그 옛날 선조들의 생활 쓰레기인 조개의 쓰레기장이었다. 조개의 채집이 수산업의 시초였고,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받침이었다. 이 조개 채취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을 들추어 어쩌자는 게 아니다.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수산업은 그 만큼 중요한 산업이었고, 지금도 그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 아무리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가는 시대이지만 수산업은 여전히 수산업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높다.

 즉 수산업의 경제적 면적은 국토보다 훨씬 넓고, 수산업·어촌의 경제적 가치가 농업·농촌에 못지않고(일본의 경우 수산업 11조엔 농업 8.2조억엔), 국민의료비를 절감하는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의 절반 정도를 공급하고, 국민의 수산물 소비가 쌀과 달리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성장산업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삼면이 바다여서 일본, 러시아, 중국, 대만 등 복잡한 국제 관계(경제적 영토)의 특수성, 어선 7만 여척의 국토방위 역할 등만 열거해도 수산업과 어업인의 국가와 국민경제에 대한 역할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업인과 수산업이 없어지면 단순히 산업만 없어져서 수입 수산물로 우리 식탁을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다양한 기능이 동시에 사라져 버려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편익을 잃게 될 것이다. 인류의 존재와 함께 끝까지 이어질 산업임에 분명하다.

 바다의 주인은 물론 국민이다. 국민이 해수욕도 하고, 요트도 즐기고, 낚시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바다인가. 그러나 즐기기 위한 바다와 생존을 위한 바다는 차원이 다르다. 목숨을 걸고 조업현장에서 작업하는 수많은 어업인들이 오늘도 이름 모를 망망대해에서 만선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근원이다. 그들 역시 바다에 꿈을 걸고 살아가는 진정한 주인임에도 그동안 외면만 당해온 것이다. 주인이 빠져 버린 바다의 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애초 ‘어민의 날’이 있었다.

 1969년 4월 1일 어민의 날이 제정되었다. 11월 11일은 1996년에 제정된 ‘농업인의 날’인데(당시는 농어업인의 날), 이 농업인의 날의 전신이 ‘권농의 날’이다. 권농의 날은 어민의 날과 권농의 날(6.1), 목초의 날(9.5)이 통합되어 1973년에 제정되었다. 1969년부터 존재해 오던 어민의 날은 권농의 날로, 다시 농어업인의 날로 바뀌어오다가 해양수산부가 발족하면서 1997년부터 바다의 날에 최종 흡수되었다. 작년 초 해양수산부가 없어지면서 바다의 날에서 어업인의 날이 분리되지 못했다.

 바다의 날은 국토해양부가 주관하고 있다. 과거 해양수산부는 수산과 해양을 동시에 관장했기 때문에 바다의 날에 어업인의 날이 포함되어 운영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지금의 바다의 날은 사실상 국토해양부의 기념일로만 남았다. 따라서 수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험난한 바다에서 위험한 생산 활동을 하는 어업인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어업인의 날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는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어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국민)가 어업인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인류의 삶과 더불어 수산업의 영속성을 위해, 어업인의 위상 확립과 권익향상을 위해 하루빨리 어업인의 날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