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滅種危機)
멸종위기(滅種危機)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9.07.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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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에서 백의민족이 사라진다

 2008년도 우리나라의 합계출생률이 1.19명으로 홍콩과 더불어 세계 최저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출산율이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간다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약 1/3인 1.621만명으로 줄어들고, 2200년에는 140만명, 그후 머지않은 장래에 한반도에서 백의민족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실로 어처구니 없고 썸뜩한 분석까지 흘러나온다.

 지난 6월 18일 21세기 경영인클럽에서 강사로 초빙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과제가 바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라는 사실을 아주 절박하게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21세기 비젼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이 2.1명인데 우리나라는 1983년도에 이 선이 이미 무너졌고, 그후 2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여 지난해에는 1.19명으로 홍콩에 이어 세계2위 수준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2018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90세 노인이 되는 21세기 말에는 1,600만명선으로 감소한다는 분석에 심각한 우려를 갖지않을 수가 없다.

 특히 청소년 인구는 2025년까지 매년 22만명씩 감소할 것이고, 2012년이 되면 군에 입대해야할 청년이 37만명에 불과하게 되고 그 이후 해마다 급격하게 감소함으로써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 삼팔선은 외국용병이나 여성이나 늙은이가 아니면 지킬 수 조차 없는 극히 위험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거기다가 2016년 부터는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14세 이하의 유소년 인구보다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까지 증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화인구의 증가에 따라 잠재성장율은 감소하고, 저축도 줄고, 소득격차는 더욱 더 심화되고, 노인부양을 위한 사회적 비용부담이 급증하는 등, 재정적. 사회경제적문제점들이 수도 없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이 과거 10년 동안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의 세월도 노령인구의 증가가 근본원인이라는 분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면 그 해결책은 과연 무엇이라는 말인가? 문제는 불을 보듯 명약관화하다. 기혼여성이 최소한 둘 이상의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이 낳기를 원하는 자녀수는 평균 2.3명으로 조사되었는데, 양육비와 사교육비가 무서워서, 그리고 보육지원시설이 없어서 애기를 낳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가 1993년 1.66명에서 2008년 2.02명으로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각종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 성공여부는 예산을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프랑스는 GDP대비 3.8%를 가족지원에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0.4%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거기다가 프랑스 보다 몇 십 곱절이나 많은 사교육비와 임산부에 대한 기업의 차별적 대우까지 감안한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문제는 영원히 풀 수없는 요원한 숙제로만 느껴질 따름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보육정책이나 가족친화적인 일부 정책을 손질하는 정도로 저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제는 정부가 빛을 내어서라도 출산가정을 지원해야만 한다. 10~20년안에 밀어닥칠 초고령화문제, 그리고 인구 감소에 따른 심각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써야할 국가재정을 지금 당장 출산가정에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고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정책당국자는 명심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 원양어업, 멸종의 길을 걷는가

 두 번째로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던 원양어업이다.

 대한민국 국민처럼 원양어선도 초고령화시대에 빠져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 원양어선 387척의 평균 선령은 자그마치 27년이나 된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 진갑 다 지났다는 얘기다. 21년 이상된 노후어선의 비율을 보면 1977년 850척 중 29%, 1995년 810척중 49%, 2007년에는 387척중 68%로 대한민국의 원양어업이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불과 30년 사이에 어선 척수도 850척에서 387척으로 45.5%나 줄어들었으니 원양어업을 어떻게 회생시켜나갈 것인지 눈앞이 캄캄할 따름이다.

 이를 어업별로 좀 더 분석해 보면 북양트롤 35년/5척, 대서양트롤 34년/61척, 태평양 30년/40척, 참치선망 23년/28척, 참치연승 21년/141척으로, 참치선망선과 연승어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양선들이 자포자기식 ‘막장조업’으로 희망없는 항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선이 늙어가는 만큼 조업경비는 더 들고 어획량은 더욱 더 줄어드는데, 어떻게 낡아빠진 조업설비를 현대화할 것이며, 무슨 재주로 신조선을 건조할 수 있겠는가. 지난 ‘79년부터 ’89년 까지 10년동안 추진했던 계획조선사업 이후 2004년도에 선망선 2척을 신조하고 참치연승 중고선 1척을 도입한 것이 전부라니, 이러고도 정부당국이 수산정책을 제대로 수행해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선망선 두척도 동원산업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떠안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융자 80%에 금리 4%를 부담하면서 신조선을 만들어 봤자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원양어업의 우렁찬 깃발을 올렸던 4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놈의’ 중고선에만 목을메달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담하고 비통할 따름이다. 수산당국자들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일본이나 원양어업을 국가기간산업의 하나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대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분석하고 또 분석해야만 한다.

 그들은 원양산업을 식량산업으로, 그리고 21세기에 새로운 꽃을 피울 블루오션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는 왜, 무엇 때문에 원양어업이 말라죽기만을 기다리며 옴짝달싿도 하지않는다는 말인가. 앞으로 WTO/DDA협상이 타결될 경우에는 원양어업을 지원할래야 할 수가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획능력 증강을 위한 각종 정부 보조금은 동결된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노후선박에 대한 신조보조금은 물론 설비현대화사업도, 중고선도입을 위한 정부지원마저도, 불가능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나라 원양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멸종될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고 회생시킬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다.

 식량산업은 단순히 경제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야말로 국가 안위가 걸린 기간산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해주기 바란다. 연간 세계수산물 교역규모가 2006년 기준으로 6,305만톤, 1,772억 달러의 시대로 치닫고 있는 세계적 흐름을 깊이 성찰하여 원양어업 중흥을 농수산정책의 우선순위로 재편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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