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 이런 일이 다!
우째, 이런 일이 다!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4.09.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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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양어장에의 추억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1970년부터 2000년도 초입까지의 30여 년 동안 북태평양(북양) 어장은 한국 트롤선들의 독무대였다. 1966년 7월, 부산수산대학 어로실습선 ‘백경’ 호가 졸업을 앞둔 어로학과 학생(34명)들을 태우고 사상 최초로 어장개척에 나선이래, 갖은 우여곡절 끝에 그 10년 후인 1976년에는 도합 60척의 상업 트롤선들이 5월부터 기상이 험악해지는 10월까지의 6개월 동안 척당 8천여 톤씩 총 48만 톤을 어획하는 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한 게 그 증거였다. 어종은 명태였고, 어장은 러시아 영해인 오호츠크 해로부터 베링 해와 알래스카 만에 이르는 광활하기 짝이 없는 북양 전 해역이었다.

자고로 명태는 한국인들이 최고로 선호한 어종이었다. 그런데 한겨울 철 동해 어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는데, 때마침 북양어장의 개척으로 전 국민이 먹고도 남을 엄청난 양을 마음껏 어획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당초 북양어장은 미국·일본·캐나다 등 3개국의 어업협정으로 타국선은 얼씬도 할 수 없었으나 백경 호가 물꼬를 튼 데 이어 100톤급 10척으로 구성된 삼양수산 선단이 협의도 없이 조업을 감행, 연어와 넙치를 잡지 않겠다는 묵계(默契) 하에 비로소 입어가 본격화된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을 원래부터 명태를 식용(食用)하지 않고 겨우 동물사료로 활용하던 게 상례였는데, 덕분에 명태조업은 자유로울 수 있었고, 따라서 한국인 식탁에 갖가지 형태의 요리로 올라오면서 모자라는 단백질 원(源)을 보충하는 주력 어종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었다.

그 무렵 한국 원양어업은 실로 세계의 바다를 다 움켜쥔 듯 거칠 것이 없었다. 회고해 보면, 한국전쟁 총성이 멎은 지 3년만인 1957년 6월,‘부디 남쪽 바다로 가서 고기를 많이 잡으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간절한 염원에 근거하여 지어진 ‘지남(指南)’ 호가 사상 최초로 참치잡이 시험조업에 나선 이후로 일취월장(日就月將)해 왔지만, 60척의 대선단이 북양을 누비며 명태로 만선을 이룬 앞서의 1976년도가 실로 한국 원양어업의 최고 황금기였던 것이다. 그 무렵 북양 명태잡이 트롤선 선장의 경우 불과 대여섯 달의 조업을 끝내고 귀항하면 아파트 두세 채를 사고도 남을 만큼의 정산금(精算金)을 받아 쥐곤 하였으니 더 이상 호황(好況)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황금기도 영원하지 않았다. 가령 한국선의 싹쓸이 조업 광경을 목격한 미국 코스트가드가 슬금슬금 조업제한(操業制限)을 획책하고 나선 게 그것. 그리하여 무시로 배에 올라온 그들은 금지어종(禁止魚種)인 연어나 게 등이 한 마리라도 눈에 띄면 가차없이 벌금을 부과하였고, 급기야 어자원(魚資源) 보호라는 명분으로 쿼터량(어획 제한량)을 배정하면서 목줄을 죄기 시작한 결과 2002년도를 기점으로 척수가 줄어들기 시작, 현재는 단 한 척도 남아 있지 않은 북양시대의 종막(終幕)이 고해지고 만 것이었다.


이제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때

그렇다고 멀쩡한 배를 두고 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리하여 수년간 남항을 가득 메우고 있던 배들이 새 어장을 찾아 세계의 바다로 뿔뿔이 흩어졌는데, 여기에 각 연안국이 경쟁적으로 200해리 EEZ(배타적 경제수역)를 선포하면서 마음껏 조업할 수 있는 공해(公海)가 축소되었고, 거기에 쫓긴 한국 원양선들은 오늘은 대서양으로, 내일은 인도양으로 하는 식의 유랑선(流浪船)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IUU’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굳이 그 근원을 찾는다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환경보호 단체 ‘그린 피스(Green Peace)’에 의한 것으로, 법규를 위반하고(Illegal), 보고사항이 마땅치 않고(Unreported),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Unregulated)는 등 일체의 불법적(不法的) 조업 행위를 포괄한 매우 적대적 족쇄이자 올가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덫에 걸려들면 ‘불법 조업국’으로 낙인찍히면서 어획물 수출금지 및 과도한 벌금부과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받게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린 피스는 지난 해 4월‘IUU 실태 보고서’라는 것을 공개하면서 특히 한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 내용 중에는 세계적으로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일본명 めろ)’의 초과어획 문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린 피스는 그 주범(主犯)으로 원양업체 인성실업을 지목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인성 7호’는 2011년 제한량의 4배 가까운 어획 행위를 하였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EU(유럽연합)이 동조하면서 문제의 배를 25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에 IUU저촉 의제를 상정하기에 이르렀는데,‘만장일치(滿場一致)’라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한국만 반대의사를 표명, 빈축 대상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도 2013년 1월, 한국을 비롯한 가나·탄자니아·에콰도르 등을 싸잡아 IUU 예비국으로 등재하면서 한국 원양어업의 장래가 암운(暗雲)으로 드리워지기에 이른 것이었다.

현재 IUU 최종 결정은 내년 1월로 미루어진 상태. 이에 정부(해수부)와 원양산업협회 등 관계 기관 등은‘원양산업 발전법’등 관련 법규의 강화와 함께 일선 조업선들에 대한 단속도 병행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던가. 한국 원양어업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세계적 수산강국답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가질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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