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물회가 인기다.
물회는 대체로 경북 해안 지방에서 즐겨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영일만 일대와 포항지방은 물회로 이름난 곳. 물회는 회를 뜰 때 보통 회와는 달리 채치듯이 잘게 썰고 각종 야채와 함께 고추장에 비벼 물을 부어 먹는 독특한 음식이다. 사철 먹는 음식이지만, 얼음으로 차게한 물회 맛은 역시 더운 여름이 제격이다.
얼음 띄어 먹는 여름철 별
물회는 ‘세꼬시’라 해서 뼈째 썰어먹는 가자미나 오징어를 주재료로 많이 이용한다. 물회의 독특한 맛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징어나 가자미 외에 광어, 도다리, 우럭, 노래미, 쥐치, 전복까지 물회의 재료로 이용된다. 제주도의 자리돔 물회는 예로부터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는 터. 물회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회여서 어업인들이 바쁜 조업 중에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깔끔한 해산물 요리로 이름난 강원도 속초해수욕장 앞 ‘송가네&속초맛집’의 물회는 맛이 좀 다르다. 속초맛집의 송창석(49)씨는 어업인들이 배위에서 물회를 만들어 먹을 때 생선회에다 멍게나 해삼, 성게알을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좋아 새로운 맛의 물회를 메뉴로 올리게 된 것. 송씨는 멍게와 성게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해삼의 졸깃한 맛이 생선회와 어우러져 감칠맛이 더 난다고 한다. 여기에 ‘속초맛집’ 물회는 물 대신 과일소스를 사용하여 깊은 맛을 더해준다.
물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집 물회 맛을 한번 보면 또다시 찾는다. 항상 최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맛이 월등하게 뛰어난데다,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을 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손님상에 올리는 요리는 모두 직접 만들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조리담당 송초자(57)씨의 극성과 음식솜씨도 한 몫을 한다.
송씨는 소스에 들어가는 고추가루는 충청도에서 직접 태양초를 사다 말려서 만들고, 여름철에 많이 이용하는 상추, 오이, 쑥갓 등 야채는 텃밭에서 무농약 재배하여 사용하기를 고집한다. 그래서 ‘성격이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송씨. 그 송씨의 물회 만드는 과정을 살펴봤다.
물회 소스는 그때그때 만들어야 제 맛
과일 소스는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손님 주문을 받고 나서 만든다. 힘이 들어도 물회 소스는 그때그때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이 송초자씨의 얘기다. 소스의 주재료는 배, 키위 등 과일과 고운 고추가루와 고추장. 걸쭉하게 만들어진 소스에 얼음을 갈아 넣어 차게 한 다음, 잘게 채 썰어놓은 오이·당근·청량고추·배·양파·적채 등 야채를 넣고, 가자미나 오징어회 위에 멍게, 해삼, 성게알을 얹고 날치알도 살짝 보기 좋게 올려놓는다.
울긋불긋 갖가지 색깔의 싱싱한 야채와 횟감이 곱게 어우러지는 물회 차림상. 젓가락으로 소스와 야채를 고루 섞은 다음, 한 젓가락 떠 넣으면 과일소스의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그득해 진다. 신선한 야채가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 그 사이사이 졸깃한 생선회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먹고 남은 소스에는 소면이나 밥을 말아 먹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물회는 애주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술 먹은 다음날 속 풀이에는 물회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들 한다. 물회는 생선과 야채, 소스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낼 뿐 아니라, 산성식품인 생선과 알칼리성인 야채를 함께 섭취함으로써 건강식 웰빙식품이 되어 우리 몸에 순기능을 하는 것이다.
생선과 야채가 한데 어우러진 건강식
생선회가 불포화 지방산과 풍부한 섬유질,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어서 다이어트와 미용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또 혈관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순환기계통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뇌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노인치매,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혈관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크다.
과일이나 야채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C가 어떤 식품보다 풍부하게 들어있다. 건강식 미용식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정도. 새콤한 맛이 나는 과일에는 각종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세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여 온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또 몸속의 노폐물을 정화시키고 섬유질이 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예방과 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은 우리들의 뇌가 항상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고 한다.
바다를 찾는 계절이다. 수평선이 아스라한 푸른 바다, 갯바위에 힘차게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일상의 근심 걱정들을 날려 보내고, 그 바다에서 상큼한 여름별미 물회의 참 맛을 즐겨보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좋은 휴식이 되리라.
■ 송가네속초맛집(033-635-1562) : 속초시 조양동 1474-1(속초해수욕장 후문 주차장 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