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어시장 현대화사업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상생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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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상생의 길을 찾아서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4.09.01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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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어디까지 왔나
최초의 어시장 현대화 사업, 예산 확보가 관건

▲ 부산시에서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현대화사업 조감도

‘중앙도매시장’ 형태 최종 결정 유보, 일부 조합 재출자 의지 확인
내달 예타 결과 따라 5개 조합 청산, 중도매인·노조 이해관계 등 세부절차 추진

전국 연근해 어선어업 생산량의 30%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의 산지 어시장이자 1963년 현재 국제여객터미널 부두에 개장해 국내 수산업의 지켜온 부산공동어시장. 올해로 개장 51주년을 맞이한 부산공동어시장은 부산이라는 지역을 벗어나, 국내 수산물 유통의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직접 가본 이들은 그 위상에도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1973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던 41년 전 모습 그대로의 시설은 한눈에 봐도 낙후된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닥 경매와 나무 상자 입상 등 비위생적인 재래식 위판이다.

국내 최대의 산지 어시장이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시장의 문제들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으며, 시장 현대화의 필요성에도 공감해왔다. 현대화에 대한 꾸준한 논의에도 사업이 뒤로 미뤄져 온 데는 조합들간의 이해관계는 물론이고 수산 분야에 일례가 없는 대형 사업으로 막대한 자본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시가 제출한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이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는 남항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 사업의 핵심으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를 꼽으며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부산공동어시장측도 지난해 자체적인 용역을 통해 현대화 사업의 경제적인 당위성을 평가받는 등 각 이해당사자들 모두 시장 현대화 필요성에 절실히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선결돼야할 문제들도 여전히 산재해 있다. 단순한 시설 현대화가 아니라 시장이 내외부적으로 현대성을 갖추기 위한 고민들이 그것이다.

노후 시설과 바닥 경매… 현대화 절실

부산어시장 현대화는 국내 최초의 어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산지 유통의 현대화와 직결되는 책임을 안고 있다. 단지 수익을 위한 시설 현대화가 아니라 관광과 체험이 어우러진, 관광객이 수산물을 찾고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수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로 수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운영체계 또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이다.

큰 포부 아래 시설 현대화는 당연한 절차이다. 50년간 이어져온 바닥경매는 어획물을 양륙해 시멘트 바닥에 흩트려 놓고 목상자에 담아 경매를 진행하는 것으로 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문제 중 하나이다.

바닥에 흩어진 어획물은 노출 면적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목상자는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해 심한 비린내를 유발하고, 그 냄새를 맡고 날아드는 갈매기떼와 분비물들은 신선도를 중요시하는 수산물 유통의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교통 인프라가 확립되지 않아 그 주변을 돌아다니는 차량들은 설상가상격이다.

부산시가 해양수도로 불리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주요 관광도시임에도, 국내 최대 산지 어시장이라는 메리트를 지닌 부산공동어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수 없었던 이유 중에는 노후되고 부족한 시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부산시, 수산+관광의 중앙도매시장 형태 현대화 추진

부산공동어시장측의 현대화 용역 내용과 부산시가 제출한 사업안 모두 해당 내용을 포함한다. 현재 시장 출자 5개 조합도 현대화의 필요성과 거시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부산시수협, 경남정치망수협,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서남구저인망수협 등 5개 조합의 조합장들은 입을 모아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것 없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시장은 관광과 체험 요소가 융합된 수산+관광의 거점으로 거듭나 수산업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도 다섯 조합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그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부산시 사업안에 포함된 운영체계 변경에 관한 것이 주요 이슈가 돼 왔다.

부산시는 현재 5개 조합이 가지고 있는 공동어시장 지분을 모두 매입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근거한 중앙도매시장형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현대화를 추진 중에 있다. 총사업비는 국비 2,124억 원(70%), 시 911억 원(30%) 등 3,035억 원으로 추정되며 3층 복합건물로 단순 산지 위판장에서 소비와 체험, 관광 시설을 갖춘 공공성 위주의 중앙도매시장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 1973년 준공된 기존의 부산공동어시장

현재 부산공동어시장은 5개 출자조합이 개설해 관리해 왔으며 운영수익을 나눠가지는 형태로 유지돼 왔다. 부산시안에 따르면 5개 조합은 보유한 지분을 청산해야한다. 이 부분에서 잡음이 빚어졌다. 부산시는 5개 조합에 대한 청산비용을 895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의 경우 지난 2월 정기총회를 열어 공동어시장 현대화를 조건부로 공동어시장 청산을 승인 의결했으나 나머지 4개 조합에서 예산확보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산을 동의할 수는 없다고 이견을 밝혔다는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운영체계를 대폭 전환하는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인 만큼, 4개 조합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달 12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해양수산부 방태진 수산정책관, 부산시 송양호 해양농수산국장, 부산공동어시장 이주학 사장, 공동어시장 출자 5개 수협 조합장은 부산공동어시장 회의실에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협의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대화 사업의 근본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10월 예정된 예·타 발표를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다.

청산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5개 수협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내부적인 의견은 아직 확실시 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현대화에 대한 각 당사자들의 절실함을 공표하기 위한 자리로 보여진다.

▲ 노후한 기존의 어시장에서 이뤄지는 바닥경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화사업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것에 이해 당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거시적인 목적 공감하나 운영형태는 아직 유동적

부산시측은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지난해 7월 이미 조합과 중앙도매시장형태의 현대화 추진안에 대해 동의가 된 상태였고 다만, 2012년 진행된 감정평가에 따라 측정된 매입비의 현실성이 떨어져 세부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 마찰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으나 조합의 의견은 약간 다르다.

가장 먼저 청산에 동의했던 대형선망수협의 김임권 조합장은 부산시안을 우선으로 따르고 있으나 정부와 5개 수협 각각의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론을 따질 수는 없는 상황으로 농안법을 따르든, 수협법을 따르든 부산시안을 수용해 의견을 조율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측정된 청산금도 낮은 금액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임권 조합장은 “5개 수협은 청산비용을 1,000억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한 조합당 200억 원씩 분배가 되며 3% 수익률로 보면 위판수수료가 연간 6억 원으로 추정되나, 은행이자는 4억 원 정도”라며 “운영을 하다보면 시장 개보수나 재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지방정부에서 해주니 나쁘지 않은 방안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재출자 여부에 대해서는 대형선망수협은 시장이 가장 필요해 재출자 의향은 있으나, 부산시측에서 재출자를 거부한다면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남구기선저인망 김석원 조합장은 “자산평가 결과에 대한 세부의견에 차이는 있었으나 관광객 유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부산시의 큰 의견에는 동의한다”며 “현재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통한 예산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 현대화는 숙원사업으로 예산 집행에 따라 의견을 종합해 한시라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좌측부터 대형선망수협 김임권 조합장,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동길 조합장,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김석원 조합장, 경남정치망수협 강인홍 조합장, 부산시수협 양정명 조합장.

일부 조합, 현대화 이후 재출자 잠정적으로 결정

대형선망수협을 제외한 4개 조합 역시 부산시의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중앙도매시장으로 운영체계를 전환하는 문제 등 세부사항에 대한 결정은 유보 상태라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실질설계비 등의 세부 내용을 조율중이라고 밝힌 부산시와 달리 조합측에서는 세부내용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경남정치망수협 강인홍 조합장 역시 예산확보가 우선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12일 협의회는 최종적인 합의를 보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서로 확인했던 현대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였다”며 중앙도매시장 형태의 현대화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 조합장은 “이해관계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청산금에 관련된 보도는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있었다”며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확정돼야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들도 구체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협법을 따르게 될지, 농안법을 따르게 될지, 새로운 법률에 따르게 될지도 알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어떤 운영형태로 현대화가 추진될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동길 조합장은 ‘청산 최종합의’라는 보도는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며 의견을 표했다. 조 조합장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청산목적의 지원인가, 혹은 예산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때이른 논의”라고 역설했다. 협의회는 현대화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으나, 900억 원 가까이 추정되는 청산금이 예산에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정된 것이 없는 지금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각 조합장들의 말에 따르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을 진행하는 조합의 경우 재출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운영방식도 재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수협 양정명 조합장은 “조합 특성에 따른 내부적인 입장차는 물론, 노조와 직원들 생계에 대한 문제 등의 세부사항들에 대해 조율에 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재출자 여부는 잠정적인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대형선망수협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의 경우 현대화 후 법인화를 통해 어시장 내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며, 경남정치망수협과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은 주사업지가 부산, 거제, 남해에 걸쳐 있어 타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부산시수협의 경우에는 부산시 전역에 많은 어민들과 함께하고 있어 공동어시장을 떠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현행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중앙도매시장 형태를 수용하며 법인화를 거쳐 시장에 남을 계획”이라고 조합측의 입장을 전했다.

▲ 부산공동어시장 자체 용역을 통해 만든 현대화사업 조감도

정부 지원 절대적인 대규모 사업, 중앙도매시장은 ‘현실적인 선택지’

부산공동어시장측도 중앙도매시장 형태로 전환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발표한 현대화사업 방안(부경대 송정헌 교수팀 용역)은 첨단 장비를 도입해 위판시스템을 개선하고 관광객들이 경매를 직접 보고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는 등 유통과 관광을 접목시킨 현대화의 개괄적인 방향성에 있어서는 부산시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운영체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시장 특성상, 5개 조합뿐만 아니라 전국수산물중도매인협회부산지회, 부산항운노동조합 어류지부, 소매인번영회 등 많은 사업주체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운영방향을 우선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중앙도매시장으로 전환이 확실시 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항운노조 어류지부 퇴직금 처리 문제, 위판시스템 현대화에 따른 중도매인과 어류지부 근로자 관계 재정립에 대한 문제 등이 상존하고 있다.

지금은 각 주체들이 현대화의 사업 목적에 모두 동의하고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 자체적인 연구 결과 발표나 세부적인 제안은 유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도매시장으로 전환은 총 사업비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이기도 하다.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수부 유통가공과 관계자 역시 “예산규모가 중요한 사안으로 세부 사항들은 예타 결과에 따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시가 제안한 중앙도매시장 형태의 운영형태 전환도 차후에 결정할 문제이며 다만 시장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데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시장 발전을 위해 결집

수많은 난제들을 껴안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부산시가 지난달 예타 발표를 한 달가량 앞당겨 달라고 한국개발연구원에 요청함에 따라 이르면 이달이나 내달 중으로 결과가 발표된다.

현대화의 필요성은 자명하나, 대대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대형사업인 탓에 몇 년째 말만 무성했다. 현정부 출범으로 사업추진 T/F팀이 발족되는 등 비로소 중요성을 인정받고 현대화 실현의 기회가 왔다. 어렵게 잡은 기회이지만,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세부절차 진행이 미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전례 없는 대형사업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부에서 비춰지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겠으나 성공적인 현대화를 위하는 한 마음으로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땀으로 꾸려온 시장이고, 그만큼 고려해야할 부분도 많다. 예타 발표를 앞두고도 현대화의 청사진마저 흐릿한 상황이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는 하나로 모인다. 안팎으로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갖춘 부산공동어시장의 변신을 기대해본다.

<글=장은희 기자·사진=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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