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의 경제학
'작은 친절'의 경제학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금융영업단장
  • 승인 2009.07.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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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치는 늦은 밤, 미국 필라델피아의 작은 호텔에 노부부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예약은 안 했지만 혹시 방이 있느냐고 접수담당 젊은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직원은 이곳에서 컨벤션이 열려 만원이라 방이 없으니 다른 호텔을 알아보겠다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호텔에도 빈방이 없었습니다. 직원은 노부부에게 말했습니다. “죄송하게도 객실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비도 오고 새벽1시나 되는 시간이니 나가시라고 할 수가 없군요. 누추하지만 제 방에서 주무시면 어떨까요?” 

노부부는 달리 갈 곳도 없고 해서 그 직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하면서 노신사는 직원에게 “당신은 미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 매니저가 되어야 할 사람 같군요. 내가 언젠가 당신을 위해 그런 호텔을 하나 지어드리지요.”라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2년이 지난 후, 그 직원은 뉴욕행 왕복 비행기표와 함께 자신을 방문해 달라는 노신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그를 노신사는 궁전 같은 호텔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건물이 2년전 내가 당신에게 약속했던 호텔이요. 오늘부터 당신은 이 호텔의 총지배인이요.” 

그 호텔은 바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시초인 월도프 호텔, 노신사는 윌리엄 월도프 아스토(William Waldorf Astor)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직원의 이름은 조지 볼트(Gorge C. Boldt), 그는 이 호텔의 첫 번째 지배인이 되었습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1893년 지금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맨하턴 5번가에서 전에 있던 맨션을 허물고 13층 높이의 월도프 호텔로 시작하습니다. 4년 후 월도프의 사촌이 호텔 바로 옆에 아스토리아 호텔을 건축하면서 두 호텔을 연결,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1931년에 지금의 위치로 47층 건물을 신축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위 이야기는 호텔史에 신화가 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친절이, 상상할 수 없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친절에도 비용이 들까요? 비용이 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친절이 아니라 대가가 수반되는 행위가 되겠지요. 모든 친절은 ‘작은 친절’입니다. 그것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작은 수고 또는 소박한 마음씀씀이만 있으면 됩니다. 때로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주는 친절도 애초에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작은’ 친절인 경우 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작은 친절의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집밖에서 일과생활을 하지요. 당연히 점심도 도시락을 싸 가지 않는 한 밖에서 사 먹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지불하고는 식당 주인에겐 ‘맛있게 먹고 갑니다’라고 치레를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어떻습니까. 집에서는 어떠한 칭찬도 하지 않는 남성들 많습니다. 

숲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위해 기도하던 사람에게 어느 날 도사가 나타났습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자가 말했습니다. “누구도 감히 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는 것입니다.” 그러자 도사가 말했습니다. “좋아, 너는 이제 가정주부가 되었다.”

그동안 개발된 많은 가전기구가 가정용품입니다. 따라서 주부의 가사노동이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집안일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많은 가사가 반복적이라는 점입니다. 슬쩍 보아도 아내의 일은 지루하고 따분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하니 누가 감히 ‘해 볼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이제부터는 아내의 수고와 음식 솜씨를 칭찬해 보겠습니다. 아내가 청소기를 돌릴 때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을 한 번 치우겠습니다. 밖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보였던 것처럼 집에서 아내에게 소박한 친절을 베풀겠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일단 남편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겠지요. 그냥 하던 대로 하라고 눈을 흘기겠지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마흔 이후 가장 친절히 대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배우자라고 합니다. 명심해야 되겠습니다.

친절은 돌고 돕니다. 눈 뭉치 하나같은 나의 ‘작은 친절’도 상대방에게 큰 편의가 됩니다. 그것이 돌고 돌아 언젠가 나에게 눈사람같이 큰 편의가 되어 돌아온다면, 어떻습니까. ‘작은 친절’에 투자할 만 하지 않습니까? 특히 집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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