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72] 부유토사가 어장에 도달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72] 부유토사가 어장에 도달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 한수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승인 2022.10.1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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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 부유토사 사건(3)
한수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여행의 시작>

지난 번 판례여행을 통해 ‘판결문’의 구조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의 입증책임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최신 판결들을 자세히 분석해서 살펴보는 이유는 최근 해양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건들이 법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법이나 소송은 우리가 늘 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어서 실제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왜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하고, 왜 이런 내용의 서면을 작성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진행은 필자와 같은 변호사들이 나서서 처리하지만 여러분들의 재산이 걸린 일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변호사들과의 협업도 원활해지고, 승패에 대한 예상이나 결과에 대한 승복도 보다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과 동일한 사건인 이 사건을 다시 요약해 보면, A어촌계를 비롯한 원고들은 경북 울진군 해역에서 허가어업 등을 영위하고 있었고, B는 인근에서 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였는데, 이 때 발생한 토사가 동해에 유입되어 확산되었습니다. A 등 원고들은 B가 위 공사 과정에서 부유토사를 확산시켜 원고들의 어장까지 도달하였고 그 결과 어획량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경우 원고들은 부유토사가 원고들 어장에 도달한 것을 어떻게 입증하여야 할까요? 실제로 목격했다거나 사진 몇 장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닷속에서 부유토사가 밀려왔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해 줄 수 있을까요? 이와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재판에서는 주로 ‘감정’이라는 절차를 활용하게 됩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감정은 감정인이라는 전문가가 재판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서 그 결과를 감정서 형태로 법원에 제출하는데, 사건마다 감정의 방식과 절차가 매우 다양합니다. 과연 이 사건에서는 어떻게 감정이 이루어졌고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하였을까요?

 

<쟁점>

부유토사가 어장에 도달하는지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법원의 판단>

나. 부유 토사 발생, 도달 범위

1) 관련 법리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존중하여야 한다. 한편 동일 사항에 관하여 서로 다른 수 개의 감정 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

2) 판단

이 사건 각 공사로 인하여 동해로 부유 토사가 유입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위 부유 토사가 이 사건 각 어장으로까지 도달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그에 관한 원고들의 신청에 따른 감정인 C, 피고 한국가스공사의 신청에 따른 감정인 D의 각 감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중략)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부유 토사의 확산 범위에 관한 각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서로 상이하므로, 이하에서는 어느 감정 결과가 타당성이 있는지를 본다. 당시 감정인 C가 위 감정을 위하여 수치모형 실험에 대입한 조건과 그 수행 방식 중 문제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감정인 C는 위 수치모형 실험 수행 과정에서 실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공사의 내용을 대입한 것이 아니라, 당초 이 사건 각 사업의 실시계획에 따른 계획공사량을 대입하였고, 이 사건 각 공사 전의 지형을 대입하였다. (중략) 또한, 감정인 C는 100년 빈도의 가장 큰 홍수 발생량을 대입하여 부유 토사 확산 실험을 수행하였다. (중략)

그러나 한편, 이 법원의 C, D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감정인 D의 각 감정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감정인 D에 대한 2016. 2. 4. 감정 결과가 이 사건 각 공사로 발생한 부유 토사의 확산 범위를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방식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감정결과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중략)

이에 감정인 D의 2016. 2. 4. 감정 결과에 기초하여 이 사건 각 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부유 토사가 이 사건 각 어장에 도달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1) (중략) 이 사건 각 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0.2mg/L 농도 이상의 부유 토사가 순번 1, 2, 4 내지 7, 10 내지 21, 23 내지 128, 130 내지 140, 142 내지 216, 218, 221 내지 230항 기재 각 허가어업이 이루어지는 어장 중 북쪽 부분 일부에까지 도달하는 사실이 인정된다.

(2) 다만,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부유 토사가 ‘정치성 구획어업’란 기재 허가어업에 해당하는 순번 3, 22, 129, 141, 217, 220항 기재 각 허가어업 및 면허어업에 해당하는 같은 현황의 순번 8, 9, 219, 231 내지 250항 기재 각 면허어업이 이루어지는 어장에까지 도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 중 위 정치성 구획어업의 허가어업이나, 면허어업에 기초한 손해배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11. 선고 2013가합69427 등 판결).

 

<판결의 의의>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재판에서는 하나의 감정이 수행됩니다. 그런데 본건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 재판부는 양쪽의 감정신청을 모두 받아들인 후, 그 중 피고측 감정인(D)이 제출한 내용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감정결과로 채택하였습니다.

그 결과, 일부 어장에서는 부유토사가 도달한 사실이 인정된 반면, 나머지 어장에는 도달한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미 이 단계에서 해당 어장과 관련된 손해배상 주장은 패소로 판단되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치열한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는 종종 여러 건의 감정이 동시에 이루어지거나, 감정 후 재감정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때, 감정결과가 다르면 법원으로서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가장 합리적이고 신빙성이 있는 하나의 감정결과를 선택하게 되는데 합리적이라고 판단되어야만 감정결과로 채택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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