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71] 환경오염 피해의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71] 환경오염 피해의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 승인 2022.09.15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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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부유토사 사건(2)
김민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여행의 시작>

지난 번 판례여행을 통해 ‘판결문’이라는 것의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들이 원하는 바를 뜻하는 ‘청구취지’에 대해 법원은 ‘이유’라는 제목 아래 ‘판단’의 근거를 적어 놓습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을 함에 있어 ‘관련 법리’라는 것을 명시해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단이 이러이러하니 그 기준에 따라 검토를 하였다고 밝히게 됩니다.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특히 최근 늘어가는 해양개발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관련 법리’는 무엇일까요? 이번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의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관련 법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3자인 법원이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의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판결을 내리게 되는 것이 재판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이 재판에서는 ‘진실’이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와 피고가 각자 치열하게 법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누구도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누가 부담하여야 할까요? 설득하지 못하여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사람에게 ‘입증책임’이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데 원고가 법원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면 법원은 원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를 본 사람이 입증을 하여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오염을 시킨 사람이 입증을 하여야 하는 것일까요? 지난 번과 동일한 사건인 이 사건을 요약해 보면, A어촌계를 비롯한 원고들은 경북 울진군 해역에서 허가어업 등을 하고 있었고, B는 인근에서 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였는데, 이 때 발생한 토사가 동해에 유입되어 확산되었습니다.

A 등 원고들은 B가 위 공사 과정에서 부유 토사를 확산시켰고, 그 결과 원고들은 어장에서의 어획량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쟁점>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누가 입증하여야 할까요?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구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해당한다)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의 불법행위 규정에 대한 특별 규정으로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피해자가 원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다. 따라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원인자는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가해자의 가해행위, 피해자의 손해발생,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에 의한 공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가해자에 의한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손해발생의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적어도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한 사실, 유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다는 사실,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한 사실, 그 후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가 여전히 부담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다292026, 292033, 292040 판결).

 

<판결의 의의>

재판부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다292026, 292033, 292040 판결의 내용을 ‘관련 법리’로 명시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습니다. 누구에게 맞았거나 사기를 당했거나 하면 그 피해자들이 자신이 당한 사실을 법원에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불법행위가 되려면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 과실이 없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특별합니다. 그렇다고 입증을 가해자가 해야 하는지 아니면 피해자가 해야 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가 않았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적어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을 입증하기 어렵고, 반대로 가해자가 원인조사가 쉽고, 원인을 은폐할 염려까지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입증책임을 분배하였습니다. 즉, 피해자는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였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해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만 입증하면 됩니다. 그 원인물질이 얼마나 유해해서 피해물건에 어떤 과정으로 손해를 발생시켰는지 등 어려운 부분은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반해 가해자는 이 원인물질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가 유해물질을 배출하였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닿아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에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실패하면 패소를 하게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위 입증을 모두 한 경우, 이 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점에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실패하면 가해자 패소, 피해자 승소가 됩니다.

 

<여행을 마치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입증책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환경오염 사건의 어려움을 반영하여 ‘관련 법리’로서 피해자는 다른 사건에 비해 약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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