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슈퍼 사이클’ 벌써 끝나나
해운업 ‘슈퍼 사이클’ 벌써 끝나나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8.10 07:21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지난 1년간 해운업계는 ‘슈퍼 사이클’이라고 불리며 역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얻었던 이 유례없는 호황도 이제 끝나간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각에서는 이제 다시 업황이 정상화되려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든 이제 고점은 지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 이제 해운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부산항신항 및 배후단지(출처_부산항만공사)
부산항신항 및 배후단지(출처_부산항만공사)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호황

해운업의 사이클은 10~2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간다. 사이클의 원인 중 하나는 공급과 수요의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박은 발주에서 인도까지 2년에서 4년까지 소요되며, 기업은 운임비가 어떠하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운송을 해내야 한다. 그렇기에 해운의 호·불황 예측은 더욱 어렵다.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진 2017년 이후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해운업계는 코로나19가 시작되자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 세계 해운업계에 슈퍼 호황을 몰고 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미국의 물류망이 무너지며 항만 적체가 발생하고, 보복 소비와 물동량이 급증하며, 선박이 부족해졌고 운임비가 고공행진 한 것이다. 선사들은 급히 컨테이너선의 발주를 넣었다.

컨테이너 선박 인도량(출처_전준우 성결대 교수 제공, 소스: MSI 리포트)
컨테이너 선박 인도량(출처_전준우 성결대 교수 제공, 소스: MSI 리포트)

 

신조는 늘고, 물량은 감소하고

클락슨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약 597만 TEU로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발주량(421만 TEU)를 42%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발주된 선박들은 아직 건조 중이며, 곧 신조가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점검’ 보고서에서 “2022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긴축기조, 고운임 시장 지속에 따른 선박 해체 감소로 선대 증가율(3.4%)이 수요 증가율(0.7%)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021년부터 2022년 고시황기에 선박 해체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2023년 이후의 선박 공급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영국 해운분석업체 MSI는 2023~2024년 컨테이너선 선대 증가율을 매년 7%(2023년 7.3%, 2024년 7.3%) 수준으로 전망했다. 현 선대 대비 10% 내외의 신조선 인도를 예상하나 2023년 IMO의 선박 탄소배출규제(CII)가 개시되면 고시황기에 미뤘던 노후선의 해체가 증가할 것을 고려한 결과다. 운임시장에 대해서는 “성수기 돌입 시 운임 상승 가능성 존재하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선복량이 늘고, 물량은 감소하면 자연히 운임비는 낮아진다.

 

운임비, 이제 하락만 남았나?

실제 여러 가지 지표에 따르면 고운임 기조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기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4000선 아래로 떨어진 3996.77을 기록했다. 7개 노선 중 남미 노선을 제외한 6개 노선에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양진흥공사의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점검’ 보고서는 “팬데믹 완화에 따른 공급망 정상화, 주요국 긴축 재정 및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경기 부진 우려, 고시황기 집중 발주된 신조선박 인도 증가 등”으로 인해 운임시장이 하락 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전문가 A 씨는 “현재 해운 시황에 대해서는 주변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라며, “팬데믹 호황은 끝났고, 이젠 코로나의 재유행 가능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부정적 이슈만 남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 특수를 제외하면, 통상적으로 해운 경기는 세계 경제 상황을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 역시 미국 바이든 정부의 OSRA 2022 상하원 통과를 언급하며 “팬데믹 호황 후 해운 운임은 내려갈 일만 남았다”며,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 인도에 따른 공급 과잉과 운임하락으로 이어지는 초대형 위기가 예상되며, (해운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조선가・중고선가 추이(출처_해양진흥공사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전망’)
신조선가・중고선가 추이(출처_해양진흥공사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전망’)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불황 이슈가 비단 해운 시장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국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복합 위기에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발언했다.

국제 경제개발 전문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6월 20일 CBS 라디오 방송에서 “(경제위기가) 지금 비상 이상의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엄혹한 겨울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은 △무역수지 △수출금액 △생산자물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코스피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경기에 앞서 움직이는 6개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 예측 모델을 구축한 결과 “향후 1년 내 외한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경제위기의 발생 확률이 66%”라고 밝혔다.

구 교수는 “문제는 IMF 당시에는 국민들이 힘을 합쳐 극복했으나, 지금의 소비문화로는 그런 협력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 씨는 “개인적으로 근 10여 년을 통틀어 좋은 시기는 다 지나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까운 말이지만 해운업계가 준비한 건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관리 필요해”

코로나 특수로 인한 슈퍼 사이클이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봤다.

김시현 한국해대 교수는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예상치 못하는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내 기업 간의 호환작업도 필요하지만, 국외 기업과도 공급사슬의 상호호환을 강화해 강력한 블록체인 같은 형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금융 지원 등에 있어 “항만공사나 해양진흥공사의 자율성이 조금 더 확보가 되면 더욱 공격적인 지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지난달 있었던 HMM 장기용선 계약 찬반토론에 참여했던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국부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민간 선주사 육성이 필요한 시기”라며, “민간 선주사는 자체로도 비즈니스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HMM이 한국에서 건조된 배를 그리스 선주사에 비용을 내고 용선을 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닥쳐올 불경기에 대비해 정기선사들이 선박금융의 부채를 줄여야 하며, 특히 종합물류회사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도 발언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선복량에 비해 조선사의 수주 전량 비율이 아직 그렇게 높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컨테이너선의 수요는 좀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친환경 선박의 경우에는 해운 시황이 좀 떨어지더라도 발주를 늘려야하는 시기”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2030년 이후에는 암모니아나 메탄 연료의 선박도 신조될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조선 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조선사의 경우 배를 자국에서 만드는 경우가 60%를 넘는데, 국내는 겨우 15%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선박 금융의 확대와 중소 조선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호황을 준비하며 기반 다져야”

A 씨는 다음 호황기가 찾아왔을 때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과제로 남겨두었던 한국형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 설립 건이나, 항만공사의 역할 강화 등에 대한 문제를 풀며 우리 해운시장이 더욱 단단하게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물량은 물론 중국, 러시아도 리스크가 있기에 노선별로 선복량 조사와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51일 만에 마무리됐다. 이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총 8,165억 원(매출감소 6,468억 원, 고정비 지출 1,426억 원, 지체 보상금 271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알려졌다. 건조하고 있던 원유 운반선의 인도가 늦어질 가능성과 향후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9월에는 HMM의 육·해상 노조가 모두 파업을 결의하고 파업 직전까지 치닫는 위기가 생기기도 했다.

김시현 교수는 “이러한 노사관계 문제는 다른 업체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글로벌 선사들이 고려하는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파업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7월 14일 HMM은 HMM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7월 14일 HMM은 HMM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적당히해라 2022-08-10 18:57:05
LG에너지솔루션 매출 5조706억, 영업이익 1956억 시총 107조
HMM 4조8358억, 영업이익 2조9334억 시총 12조
뭘 더 바래 기레기 ㅆ ㅐ ㄲ ㅣ ㅇ ㅑ

기가찬다 2022-08-10 08:28:55
컨테이너 해운업 4분기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제항공사들은 8월 15일과 9월 1일 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노선에 대해 '종합요금할증료(GRI)'를 부과할 예정 이다. 컨테이너는 1,000~2,000달러 범위에서 가격 인상이 될 예정이며, 두 번의 가격 인상이 성공하면 17년 연속 컨테이너 운임 할증료가 인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