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기업 ESG 경영 전환 시급
해운기업 ESG 경영 전환 시급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3.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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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평가 평균 밑돌아 
로테르담항에 도착하는 LNG 추진 컨테이너선박 ‘Containerships Nord’
로테르담항에 도착하는 LNG 추진 컨테이너선박 ‘Containerships Nord’

[현대해양] ‘친환경’은 최근 몇 년간 모든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으며,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 역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진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내 해운기업들의 ESG 대응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ESG,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버티기 위한 필수 요소 

ESG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련 규제가 나오는 분야는 ‘환경’이다.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육상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탄소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IMO는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각각 40%, 70% 줄이도록 요구했다. 이는 권고가 아닌 강제사항이며, 해운기업이 친환경화되지 않는다면 향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버티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2021년 1월 국제로펌 WFW(Watson Farley & Williams)은 금융업계와 선주, 용선주를 상대로 ESG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발표했다. 이 결과, 선주의 약 33%는 해운사의 ESG 기준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금융업계의 약 90%는 ESG가 해운기업의 투자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실제 선박금융을 취급하는 국제 선박금융기관들은 포세이돈 원칙(Poseidon Principles:금융기관이 선박 대출을 결정할 때 기후변화 변수를 고려하도록 한 것으로, 해운업계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장려하기 위한 일종의 대출기준)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금융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5월 기준 1,85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 세계 선박금융의 50% 수준이다. 

같은해 2월에는 국제환경단체 52곳이 우리나라 HMM을 포함한 세계 주요 해운기업에 플라스틱 폐기물 운송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케아, 아마존 등 글로벌 대형 화주기업들은 2040년부터는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선사를 통해서만 운송하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 CMA CGM, 에버그린 등 해외 주요 해운기업은 선박을 LNG 추진선으로 교체하거나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등 탄소저감 선박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외부 ESG 이니셔티브(Initiative:각 산업계에 속한 글로벌 기업들의 행동강령 또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자율 규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선 A, 글로벌 평가에서는 평균 이하 

HMM, 팬오션, KSS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기업 역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경영을 본격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올해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벌칙이 강화됨에 따라 ESG 경영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몇몇 주요 해운기업은 2021년 ESG 평가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HMM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경영 평가에서 2020, 2021년 연속 A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KSS해운 역시 ESG 평가·리서치 전문기관 서스틴베스트(SUSTINVEST)의 2021 하반기 ESG 평가 결과로 최고등급 AA를 획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들 기업의 ESG 경영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해외기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지수는 국제적인 자기자본 포트폴리오들의 성과를 측정하는 벤치마크 지수로써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MSCI는 HMM의 2021년 ESG 경영수준에 BB(CCC/B/BB/BBB/A/AA/AAA 순)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해운 11개사 중에 ‘평균’점이다. 특히 이는 2020년 1월 BBB등급보다 한단계 떨어진 수치다. MSCI는 HMM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기업행동, 탄소 배출 부분에 있어서는 지연되고 있으며, 건강과 안전 부분은 평균, 유독성 배출 및 폐기물 배출 부분에서는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팬오션의 경우 B등급으로 ‘뒤처져’있다고 평가됐으며, 2017년 7월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업 행동, 탄소 배출, 건강과 안전, 기업 행동에서 지연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부분에서는 평균이라는 평가였다. 한국조선해양 역시 국내에서는 A등급으로 평가됐으나, MSCI에서는 B등급에 머물렀다. 참고로 MSCI는 머스크에는 AA 등급을, 에버그린에는 A등급을, 양밍해운에는 BBB 등급을 부여했다. 

 

지배구조·사회적 책임에도 주목해야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 부분도 해운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는 “지난 40년간 해운업은 대체로 오너경영이 두드러졌으나, 결국 기업들의 반복적인 부실화와 파산 및 인수합병 등이 있었던 것이 우리나라 해운업의 현실”이라며 “전문성을 구비한 전문경영인의 영업은 물론 관련 산업, 또는 물류업계 전문가조차 진입이 어려울만큼 해운업계는 경직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도 ‘인권 보호’, ‘노동력의 다양성’, ‘안전’, ‘공급망 관리’ 등의 이슈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수에즈 운하 좌초사고로 인해 전 세계의 해운물류 운임이 폭등한 사건이나 최근 공정위로부터 해운업이 ‘담합’을 했다는 선고를 받고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 사건 등에서도 볼 수 있듯, 해운업의 사회적 책임은 매우 크다. 

구 교수는 “포스코, 한전, 공기업 등 최근 경영 거버넌스의 혁신과 전문경영인에 의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중소기업에 대한 상생협력 추진 등 사회적 책임을 해운기업에서도 추진해야 할 시기다”라고 조언했다. 

 

국내 투자자도 ESG에 주목

지난해 11월 한국해사포럼에서 윤영창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PWC) 전무는 “투자자들도 ESG를 중요한 본인들의 평가지표로 보기에, ESG에 대한 대응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주가 하락, 브랜드이미지 실추, 매출액 감소 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ESG 경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10월 ‘Shipping ESG 진단평가’를 소개했는데, 이는 기업의 비재무 성과에 대한 정보를 투자결정 요소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의 지표로, ‘투자자 요구에 의해’ 개발이 시작됐다. 정보공시 의무가 있거나 주주들로부터 정보공개 요구를 받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한국 선급 관계자는 “Shipping ESG 진단평가 지표는 선사 조직구조와 협약 요구사항, 운항 관련 이슈 등을 반영하여 해운업에 특화된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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