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업계 삼중고로 휘청
양식업계 삼중고로 휘청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3.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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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 인상·인력난·판매부진

[현대해양] 양식업계가 사료값 인상, 인력난, 판매부진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7년 만에 사료값 인상 될 듯

양어 사료의 주 원료인 어분(魚粉·fishmeal) 값이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양식 사료 값도 7년 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세계 밀 시장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료값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협사료, 퓨리나사료 등 국내 주요 양어 사료 회사는 어분과 밀 가격의 상승과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 및 운송비 상승으로 사료 가격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사료 가격은 1kg당 100원~250원 오를 예정이다. 포장 단위가 20kg인 양어 사료의 가격이 최소 2,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분 가격이 오른 이유는 어분으로 주로 사용되는 멸치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에서  발행한  ‘2019 어업  및  양식  통계(FISHERY AND  AQUACULTURE  STATISTICS)’에  따르면  세계 최대 멸치 생산국인 페루의 멸치 어획량은 2015년 413만 15톤, 2016년 319만 2,476톤, 2017년 392만 2,746톤, 2018년 704만 4,950톤, 2019년 424만 8,852톤으로 집계됐다. 1970년 페루의 멸치 어획량이 1,250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서는 50년 전의 4분의 1 수준만 잡히고 있는 것이다. 김강웅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장은 “멸치가 나지 않으면 다른 어분들도 다 영향을 받는다. 최근 멸치뿐 만 아니라 어분으로 사용되는 다른 원료들의 가격도 다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분의 주 재료인 밀 가격은 이미 치솟아 있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밀 생산국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밀 생산국에 해당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과 지난해 12월 사이 밀 가격은 80% 상승했다. 김 센터장은 “밀 가격이 오름세에 있어 특히 밀을 많이 포함하는 담수어 배합사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사료 업체는 메기나 숭어 등의 담수어 사료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인력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수산업을 하면서 작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전복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업인과의  통화에서 그의 절박한 사정을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수산업계의 인력난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제한됨에 따라 어촌이 겪는 인력난이 극심한 상태다. 전복 양식업을 하고 있는 어업인 A 씨는 섬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같은 지리적 요건 때문에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수  한국광어양식연합회장은  양식업계의  인력난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며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당장은 새로운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양식장에서의 원활한 소통을 맡아 ‘중간 허리’ 역할을 해 줄 젊은 인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어촌에 젊은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인력난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양식 어가의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도 30% 이상 올랐다”며 인력난에 허덕여 온 업계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설명했다.

백은영 연구위원은 “스마트 양식, 양식 자동화 장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곳이 더 많기 때문에 수산분야는 인력 수급 해결이 필수적”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어촌에서는 신규 인력 수급이 어려운데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양식장에서는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는데 그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이러한 악조건들이 겹쳐 난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텅 빈 전복 양식장
텅 빈 전복 양식장

 

고사 위기 몰린 내수면 양식업계

양식업계에 닥친 문제는 사료값 인상, 인력난, 인건비 상승뿐만이 아니다.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내수면 양식업계는  고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내수면 양식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판매 부진이다. 오근호 (사)한국메기양식중앙연합회 회장에 따르면 특히 메기와 향어 판매가 정체되어 양식장에서는 유통업자들이 고기를 떠가기만 해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기 값을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오 회장은 “유통업자들에게 고기 값을 달라고 하면 이들은 다른 양식장에서 고기를 떠가면 그만이다. 수요가 없다 보니 키워봤자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식어종이 판매 가능한 사이즈만큼 크면 이를 출하하고 새로운 물량을 입식해야 하는데, 출하 대기 물량에 비해 소비량이 턱없이 부족해 사료값 등의 고정비만 계속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 회장은 “폐업에 전업에 양식 어가가 계속 줄고 있다. 매년 양식어업인들이 정부에 지원하는 것이 사료 정책 지원금뿐인데,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갚을 여력이 없어 어업인 들의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종어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사료 업계 관계자는 장어와 송어를 제외한 내수면 양식 어가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내수면 어가의 사료값 외상 수준이 10억 원을 넘는다. 코로나19는 업계 상황을 악화시키는 트리거(방아쇠)를 쏘아 올린 셈”이라며 “내수면 업계는 지난해 거의 고사 위기였으나 CJ사료(CJ제일제당)에서 약 15억 원의 외상을 해 줘 겨우 한 해를 버티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식업계, 속은 곪고 있다

백은영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어업인의 수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를 펴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어 양식어류 가격이 좋은 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가격이 인상됐다고 보고 어가 상황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가 상승에 따라 경영비도 함께 오르다 보니 양식업계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겉보기와 달리 속에서는 곪고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양식업계가 고충을 토로하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현장 이야기를 속 깊이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양식업계가 얼마나 어려운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폐업을 하는지 뭘 하는지 관심이 없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로서는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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