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9] 해양환경관리법상 부선은 단순한 구조물일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9] 해양환경관리법상 부선은 단순한 구조물일까?
  •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10.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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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선 해체 처벌 사건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마흔아홉 번째 여행의 시작>

요즘 ESG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앞 글자를 딴 약어로 최근 기업경영에서 필수적으로 지켜야하는 가치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3형제 중 첫째가 바로 환경입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환경법은 그 중요성은 많이 얘기됐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비용만 많이 드는 천덕꾸러기 같은 신세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경법은 명실공히 환경을 수호하는 법으로서 사업을 함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경영을 하기는 쉽지 않으며, 특히 업계의 선두 자리를 노리거나 지키고 싶은 기업이라면 남들보다 앞서서 환경을 보호하고 앞장서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양 역시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여 해양환경을 둘러싼 여러 법들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리는 판결은 그 중 해양환경관리법상 오염물질 배출을 막기 위한 선박해체의 신고 관련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 A는 거제 고현항에서 선착장에 계류되어 육지와 배를 연결하는 승선보조용 선착장 용도인 철 바지선 B(길이 28m ×폭 8m ×높이 1.5m, 무게 75t)를 구입하였습니다. A는 B를 해체해서 폐선 작업을 하여 고철로 사용하기 위해 B를 약 20km 떨어진 통영 00조선소 앞 해안으로 예인하였습니다.

이후 A는 아무런 신고도 하지 않고 해상에서 B의 좌현 측 5m 등 절단 작업을 하다가 단속되었고, 이후 B를 육지로 끌어올려 B의 내부에 고여 있거나 외부에 묻어 있는 기름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였습니다.

A는 해양환경관리법 제111조에 따른 선박해체의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A는 이에 항소하며, (i) B는 선박이 아니라 단순한 구조물이어서 선박해체 신고 대상이 아니다, (ii) 만약 선박이라고 하더라도 예정된 육지에서의 해체 작업 전에 B에 구멍을 뚫어 내부 오염물질을 제거하려 하였을 뿐이고, 단속 이후 B를 육지에 끌어올려 해체하였으므로,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쟁점>

B가 해양환경관리법상 선박일까요, 선박이라면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상황일까요?

 

<법원의 판단- 창원지방법원 2015. 7. 22. 선고 2015노168 판결>

1. B가 해양환경관리법상의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

B는 ‘수밀성’과 ‘부유능력’을 갖춘 선박구조물로서 다른 선박에 의해 예인될 수 있는 ‘피예선’ 내지 ‘부선’으로 수상 항행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B는 선착장에 계류되어 육지와 배를 연결하는 승선보조용 선착장으로 사용되었는바 이는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해당한다.

B의 예인 거리가 약 20k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등 B는 그 건조목적과 용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항행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구로서의 선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범행이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해양환경관리법령은 ‘오염물질이 제거된 선박으로서 총톤수 100톤 미만의 선박을 육지에 올려놓고 해체하는 경우’에는 신고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A는 ‘위와 같은 신고의무면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B에 구멍을 뚫어 내부를 살펴보고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육지로 끌어올리려고 하였던 것이므로, A의 B 절단 행위는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볼 경우 해상에서 선박을 일부 절단·해체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육지로 끌어올리기만 한다면 어느 경우에나 신고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 것으로, 법 제111조가 규정하고 있는 선박 해체의 신고의무가 형해화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선박해체의 신고의무가 있는 사람이 해상에서 선박을 일부 절단·해체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한 선박을 관련법이 규정하고 있는 ‘오염물질이 제거된 선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해상에서 선박을 일부 절단·해체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육지로 끌어올려(나머지 부분을)해체할 경우 신고의무 면제 요건이 충족된다‘는 A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2심에서 확정되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양환경관리법상 선박해체 신고의 취지가 선박해체 작업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무단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잘 반영하여 무단으로 해상에서 해체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 신고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또한 부선이 비록 실제로는 구조물처럼 사용되더라도 관련 법상으로는 엄연히 선박이라는 점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마흔아홉 번째 여행을 마치며>

언뜻 생각하면 늘상 승선 보조에 이용되는 사다리 같은 구조물은 ‘배’(선박)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배’냐 아니냐는 각각의 법의 목적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항해용 선박을 의미하는 해상법상 선박이 있는가 하면, 수상항공기를 포함하는 해사안전법상 선박도 있습니다.

해양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발생원을 관리하기 위한 해양환경관리법은 그 목적상 오염물질과 관련되어 있다면 부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적용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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