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초대형화, 해운업 변동 예상
친환경 선박 초대형화, 해운업 변동 예상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0.15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캐스캐이딩 및 중국 성장에도 대응해야

[현대해양] 지난 8월 한국조선해양이 덴마크 머스크(Maersk)로부터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며 친환경 선박의 초대형화가 가시화됐다. 지난달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66%인 친환경 선박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7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초대형 친환경 선박 시대가 열리며 현재 국내 조선업계 수주는 늘어났으나 수리소 건립과 캐스캐이딩(Cascading) 현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선박시장 전망 (출처_클락슨리서치)
친환경 선박시장 전망 (출처_클락슨리서치)

세계 첫 메탄올 연료 추진 초대형 컨선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연료 추진선의 수주 비중은 2019년 전체 수주량의 60%에서 2020년 63%, 2021년 상반기 78%로 상승했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할 머스크 메탄올 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1만 6,000~8,000TEU 급) 8척의 금액은 약 1조 6,474억 원에 달한다. 건조 계약에는 옵션 4척도 포함됐기에 추가 수익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선박 수주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 첫 사례라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친환경 선박 1세대라 볼 수 있는 LNG 추진선 건조에도 국내 조선업이 절대우위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지난 7월 자료에 빠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LNG선 152만 9,421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중 한국은 무려 143만 3,562CGT를 수주해 94%를 차지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14만㎥ 이상의 대형 LNG 선박 29척이 수주됐는데, 이 중 28척은 한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정부는 지난달 ‘K-조선 재도약 전략’ 발표에서 LNG 추진선 등 저탄소 선박의 핵심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수소 및 암모니아 추진 선박과 같은 무탄소 선박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에서도 암모니아 초대형 선박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암모니아 연료 추진 아프라막스(A-Max)급 원유운반선’ 기본설계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AIP)을 획득한데 이어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암모니아 레디 초대형원유운반선’ 기본 설계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10월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2만 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관련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중국이 뒤쫓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조선업은 한중일 3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압도적인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1 상반기 우리 조선소는 총 260척 1,047만CGT를 신규계약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45% 증가한 수치로, CGT 기준으로는 세계 2위며, 투자액 기준으로는 전 세계 시장의 49% 비중으로 세계 1위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47% 증가한 신규 수주 395척, 총 1,093만CGT 계약을 체결한 중국 조선소의 약진도 눈에 띈다. CGT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의 약 46%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투자액 기준으로는 전 세계 시장의 약 40%로 2위 자리를 지켰다.

박진희 한국해대 교수는 “아직은 한국 조선소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조선업이 침체기던 시기에도 중국 기술력은 빠르게 성장해왔으며 앞으로도 어떤 변수가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중국은 국가주도형 산업으로 거대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기에 중국의 성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박 수리를 대부분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하고 있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선박 1척당 수리비용은 최소 수천 만 원에서 수십 억 원에 이르지만 국내에는 3만톤급 이상의 중대형 선박의 수리시설이 없다.

또한, IMO 배기가스 규제에 따라 스크러버, LNG 연료 추진 시스템, 선박평형수설비(BWMS)등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중국과 싱가포르의 대형 수리조선소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의 경우 외국에서 수리 시 설계도 등도 함께 넘겨야 하기에 외화 뿐 아니라 기술 유출 가능성도 높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강민구 해수부 항만투자협력과 사무관은 “2016년 부산신항에 수리조선단지 건설을 추진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으나 2019년 추진이 어렵다는 결론이 났었다”며 “현재는 다시 한 번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소 민간투자사업’ 기획안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당성조사는 기본 9개월간 진행되며, 상황에 따라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LNG 추진 선박 CMA CGM PALAIS ROYAL이 함부르크로 향하고 있다.
LNG 추진 선박 CMA CGM PALAIS ROYAL이 함부르크로 향하고 있다.

캐스캐이딩 현상과 호황 이후 대비해야

현재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해운호황에 선복량이 부족해 수주가 급증하고 있으나, 초대형 선박의 증가가 불러올 캐스캐이딩 현상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캐스캐이딩 현상이란 중소형 선박이 오가던 항로에 대형 선박이 등장하고, 대형 선박의 항로에 초대형 선박으로 교체되면 결국 기존 선박들이 밀려나 작은 선박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일종의 도미노 효과를 말한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지금 수주하고 있는 선박들이 2년 후엔 항로에 등장하고, 그러면 다시 운임비가 떨어지고 선적량이 줄어들텐데,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지금은 중고 노후 선박까지 새 선박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데, 이것이 나중에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