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없는 조선 업계
기술자 없는 조선 업계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0.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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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인력난 심각

[현대해양] 긴 침체기를 지나온 조선업의 인력난이 이슈다.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상반기 5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실적을 뛰어 넘어, 13년 만에 역대 최대 수주량을 달성했다. 드디어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직접 조선강국을 굳히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선업의 재도약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인력 수급 문제다.

조선소 인력 하반기까지 계속 감소

고용보험 기준 조선업 종사자는 2015년 말에 약 18만 8,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리고 지난 5월 기준 약 9만 4,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 8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HSG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국내 대표 조선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중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도 마찬가지였다. 3사의 직접 고용 인력은 2016년 4만 6,235명에서 2020년 3만 2,748명으로 5년 동안 1만 3,487명(약 30%)이 줄었다. 여기에 올 3월 말까지는 1,226명이 추가로 감소해 3만 1,522명으로 파악됐다.

하반기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한국고용정보원의 ‘2021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 발표에 따르면 조선업의 2021년 하반기 고용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1%(4,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10개의 주요 업종(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건설·금융보험) 중 유일하게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관측이다. 지난해의 수주량 급감 현상과 더불어 신규 선박 수주 증가에도 인력을 투입하는 생산과정까지 시간이 소요되며 고용의 감소폭은 줄어들지만 감소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정규 노동자보다 하청 노동자가 많은데, 지난 5월 기준으로 원청 노동자는 3만 9,921명, 하청 노동자는 5만 850명으로 조사됐다.

조선업 관계자 A 씨는 “특히 정규 직원은 일반 사무직이나 영업을 맡는 경우가 많기에 실제 기술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비정규 노동자가 훨씬 많다”며, “우리 조선소의 경우에도 약 150명의 노동자 중 30명만 정규직”이라고 전했다.

친환경선박의 연구개발 인력도 감소추세다. 2020년 8월 특허청이 발표한 ‘조선분야 기술·특허트렌드’에 따르면 조선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는 전체 산업 투자에서 2014년 1.69%를 정점으로 해마다 급격히 하락했다. 연구개발 인력은 2013년 2,127명에서 2018년 986명으로 급감했으며 연구개발비 역시 2014년 3,855억 원에서 2018년 1,418억 원으로 약 63.22%나 감소했다. 물론 이러한 인력 및 연구개발비 감소는 조선분야 특허출원의 급격한 감소로도 이어졌다.

 

8,000명 인력 내년까지 양성한다

지난 7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 2,452만CGT(표준선 환산톤) 중 약 44%인 1,088만CGT을 수주했다. 수주 총액은 대략 267억 1,000만 달러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724%,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 대비 183% 증가한 실적이며 2008년 조선업 호황기 이후 13년 만의 최대 수치다. 지난 몇 년 간 거의 절반으로 감소한 인력으로 급격히 늘어난 수주를 처리할 수 있을까?

박진희 한국해대 물류공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수주받은 선박을 건조 완료하는 데 2~3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코앞에 닥친 일이라고 할 만큼 급박한건 아니지만, 조선업분야에서 필요한 적정 인력수를 100이라고 치면, 지난 몇 년간 빠져나갔던 40을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몇 년간 숙련도가 높은 고급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많이 넘어갔다”며 “어떠한 기술인력이 부족한 지 제대로 파악하고 양성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내년까지 조선업 생산·기술 인력을 약 8,000명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 ‘경남형 고용유지 모델’을 조선업 밀집 지역인 울산, 부산, 목포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훈련비와 인건비를 지원, 지자체가 4대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퇴직자 재고용 기업에 장려금 월 30~50만 원 최대 8개월 지급 △2022년까지 2,660명 양성목표로 생산·기술인력 양성 교육사업 확대 △신규 채용자 인센티브제 신설 △외국인 근로자 전문 취업 비자(E-7)를 신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소조선소 인력난에도 관심 필요

대형 조선사들도 인력 수급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무료로 3달간 기술연수를 진행하고, 삼성중공업도 협력사 직업기술생 교육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수년만에 해양플랜트 부문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조선소의 경우에는 특별한 정부지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배철남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조선업 인력양성 계획은 중소조선소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중소조선소는 특별히 이슈가 안 될 뿐이지 언제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100개의 중소형 조선소 직원 중 4대보험에 가입된 정규직 인원이 1,500명 남짓이다. 또한 이들 중 대다수가 50~60대의 고연령 노동자였다.

배 전무는 “정부가 2030까지 관공선 83%를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해 중소업체들의 국내 수주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중소조선 인력 수급 문제에도 지원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선업 관계자 A 씨도 “지역 전문 대학의 조선 관련과와 지역 내 중소 조선소가 협력하에 졸업생들과 조선소를 연결을 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구직자와 조선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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