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멀고 위험한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한국 원양어선”
“가장 멀고 위험한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한국 원양어선”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9.2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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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망일기’ 하동현 선장작가,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서 특강
지난 18일 오후 줌 웨비나 방식으로 열린 제37회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 왼쪽 상단 첫 번째가 하동현 선장작가.
지난 18일 오후 줌 웨비나 방식으로 열린 제37회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 왼쪽 상단 첫 번째가 하동현 선장작가.

[현대해양] “가장 멀고 위험한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한국 원양어선, 원양어업은 해양 개척이자 도전정신이었다.”

각종 해양문학상을 휩쓸며 명성을 날리고 있는 원양어선 선장 출신의 하동현 작가가 해양산문집 양망일기’(도서출판 베토 , 296p, 정가 18,000) 출간 이후 첫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오후 줌 웨비나 방식으로 열린 제37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에서였다.

하 선장작가가 쓴 양망일기에는 20여 년간 라스팔마스, 뉴질랜드, 포클랜드 수역을 항해사, 선장으로 누빈 작가가 바다와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형식으로 서술됐다. 여기에는 작가만의 색다른 경험담은 물론 원양어업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애환, 어업에 대한 애정, 단상 등이 녹아있다.

이날 하 선장작가는 자신의 저서 양망일기를 토대로 한 해양과 인문학-양망일기제목으로 강연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이 축사를 했다. 송 발행인은 하 선장의 양망일기20183월부터 30회에 걸쳐서 현대해양에 연재된 것으로 2021년 출간됐다. 해양을 소재로 하는 문학 장르는 소설이 주가 되지만, 양망일기는 산문집이라는 점이 새로운 시도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송 발행인은 이 책에는 바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성찰, 인생관이 들어있다지난 3월 초판 발행 이후 2쇄까지 냈으니 선전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조선학회 회장도 축사를 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중형선박이나 원양어선에 대한 건조가 조명을 덜 받고 있는데, 오늘 주제가 원양어업인 만큼 원양어선의 건조는 중소형조선소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죽음 무릅쓴 고기잡이의 당위성

하 선장은 서두에 바다와 원양어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다는 탐험과 정복의 대상이자 상생과 공존의 현장이다. 원양어업은 국민의 미래식량 확보를 위한 해양영토 확장이다. 또한 원양어업은 도전과 개척이자 인간의 삶을 대자연에 기대려한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가장 멀고 위험한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것이 한국 원양어선이었다며 만선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고기잡이에 대한 당위성과 의미를 부여했다.

하동현 작가와 양망일기’

 

양망일기는 5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마린보이의 꿈 2장 잠들지 않는 항구 3장 알쓸신잡 4장 바다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5장 화양연화가 그것. 이 중에서 하 선장작가는 제1장에서 작가 집에 마린 보이가 둘인 사연을, 2장에서는 해적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만났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따돌린 방법을, 3장에서는 등대, 해전, 만선, 시차, 멀미, 수영, 독특한 해사용어 등을 소개했다. 명나라 때 정화가 이미 세계해도를 만들었을 가능성, 한일어업협정 당시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대구전쟁, 가자미전쟁 등을 돌아봤다.

이 중 대구전쟁은 아이슬란드와 영국 사이에 1958년부터 1976년까지의 일어난 것으로 영국이 아이슬란드 해역으로 대구를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발생한 것이며, 1995년 캐나다와 스페인간의 가자미전쟁은 스페인어선들이 캐나다 수역에서 가자미를 무리하게 잡다가 발생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만큼 생선이 동물성 단백질 식량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강조했다.

이 밖에 제5장에서는 고통과 환희가 뫼뷔우스 띠같이 돌고 돌던 승선 때가 하 선장작가의 최고 화양연화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하 선장 작가는 바다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설명했다. 인사말 ‘So long’은 바닷사람들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오랫동안 못 보지만 무사귀환을 의미한다는 뜻이 담겨있어 ‘Good bye’ 대신 선원들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배를 여성(she)으로 보는 이유로 승선하면 오랫동안 육지와 이별이고 그 배와 결혼하므로 여자로 본다는 설명도 있었다. 또 배는 언제나 여성처럼 화장을 하고 예쁘게 단장한다(선박의 페이트작업을 의인화 함), 배는 여성처럼 아름다운 곡선형이다(선박의 건조된 모양을 말함), 배는 부끄러운 듯 하체를 감추고 있으며 잘 드러내지 않는다(선박은 안전하게 떠있기 위하여 일정한 정도로 가라앉아 있어야 함)고 소개했다.

그밖에도 과거 800척에 육박하던 원양어선이 지금은 200여 척으로 주는 등 원양산업이 쇠락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선원 구인난 지적

이어진 토론에서는 권오인 고려국제종합운수, 박종면 현대해양 부국장, 이재혁 포해양대 학부모 등이 지정토론에 나섰다. 지정토론 순서에서 박종면 현대해양 부국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독일에서 차관을 얻어올 당시 파독 간호사, 파독 광부보다 원양어선과 원양상선의 선원, 해기사 등이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음에도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부국장은 “IUU어업(불법어업)한다며 정부가 우리 어선을 철수시킨 서부 아프리카 등의 어장을 중국어선이 장악하고 불법어업을 저지르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원양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엔 서부 아프리카 등에 재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며 뒷북 행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선원 부족으로 외국인 선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국인 선원을 유지, 확충할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화두를 던졌다.

하 선장작가도 선장을 비롯해 원양 선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입을 얻지만 요즘은 그것만으로는 유인책이 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정초영 군산대 교수는 어선 항해를 가르칠 교수 요원이 부족해 상선 해기사 출신들이 수산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등 전문인력 부족현상을 전했다. 발언자들은 원양어선에 승선할 선원들이 배출되지 않는 점이 큰 숙제임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수입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안전과 삶의 질이며, 노후선을 신조하고, 4차산업혁명의 혜택을 이들 원양어선에 도입하지 않으면 워라벨과 스마트폰이 필수인 젊은이들을 불러들일 수가 없다고 공감했다. 특히 수산계 대학에서의 원양어선 해기사의 양성이 거의 명맥이 끊어질 지경이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3시간 동안 열띤 토론

이날 바다 전문가와의 대화에는 안광헌 대표(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문), 권오인 대표(고려종합국제운송), 김연빈 대표(도서출판 귀거래사), 고문현 교수(숭실대), 구자현 박사(KDI), 김정수 선장(캐나다), 전영우 교수(한국해양대), 이진한 교수(고려대), 조승환 원장(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이석행 사장(시 마스터), 최수범 초빙연구원(인천대학교), 이정관 전 교장(부산해사고), 전작 전 전무(한중카훼리협회), 한종길 교수(성결대), 이성철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김현주 박사(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8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다. 김인현 교수 등은 지난 7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발표 내용을 엮어 바다, 저자와의 대화 1’을 펴내고 바다, 저자와의 대화 2’를 이어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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