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수산,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9.03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면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해양수산부 통합행정 25주년 기념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통합행정 25주년이라는 것은 1996년 8월 8일에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으로 나눠져 있던 해양 수산 업무를 해양수산부로 통합했다는 의미다. 중간에 해수부가 해체되기도 했지만 2013년 다시 합쳐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통합행정 25주년 기념 정책토론회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날 행사에 초대됐거나 축사를 한 이는 모두 19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수산계 인사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수협중앙회 회장 한 명뿐이었다고. 여기서 행사 관계자들의 사고(思考)의 편중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수부 간부 공무원 분포를 이야기한다. 장관, 차관부터 1급 실장(5명)까지 수산 인사는 단 1명이다. 그나마 소속 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장을 하던 수산직 인사도 9월 중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후임 원장으로 지원한 이들 중에는 1급에 상당하는 이가 없다.

수산계에서는 수산정책실장 혹은 수산과학원장을 수산 대통령이라고 한다. 수산정책실장이나 수산과학원장을 역임하고 차관까지 승진한 이들도 있다(수산직 출신 장관은 없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절조차도 다 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수산계에서는 차관은 고사하고 수산정책실장이나 수산과학원장만이라도 수산 전문가가 발탁됐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갖고 있다. 그 와중에 본부에서 어업자원정책을 관장하는 중요한 업무를 하는 국장급(2급) 수산 인사도 내년에 해외로 파견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쯤 되면 해수부 본부 고위 공무원 중에는 대학에서 수산을 전공했거나 초임 때부터 수산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직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해수부는 크게 3실 3국(단독국)으로 조직돼 있는데 3실·3국장 전원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들이다. 해수부 본부 핵심라인인 장관, 차관, 기획조정실장, 해양정책실장, 수산정책실장, 해운물류국장, 해사안전국장, 항만국장 모두 해운 항만 전문가다. 친(親) 수산 전문가는 없다. 상황이 이러니 수산이 인사에서 소외되고 정책에서 누락되는 것이다. 해수부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 눈의 티눈만 찾아내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친 수산인사들을 요직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게 하루이틀은 아니다.

게다가 현 간부들이 대선을 앞두고 부(部)의 조직 규모는 키우되 수산을 배제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이런 얘기가 약자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팩트인지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세 알게 될 것이다.

해양도 수산도 모두 중요하다. 해양 수산 통합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해양수산부 내 해양 수산 불균형부터 해소해야 한다. 해수부 구성요소인 해운 항만 해양 수산 모두 중요하다. 그런만큼 고급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면서 국민 먹거리산업을 책임지는 수산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이슬란드 화폐에는 물고기가 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수산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치고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곳이 없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더 이상 수산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