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우리 바다가 특별한 이유
① 우리 바다가 특별한 이유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1.09.07 10:59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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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연재를 시작하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종성 교수가 들려주는 ‘김종성의 우리 바다 우리 생물’이야기를 연재한다. 필자 김종성 교수는 우리나라 갯벌이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양에 해당하는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갯벌의 탄소흡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는 해양생물학자다. 시기적으로 유네스코가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김 교수는 훨씬 이전부터 바다와 해양생물, 갯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꼭 알아야 할 우리 바다 우리 생물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황톳빛 서해의 대표적인 갯벌로 알려진 강화도 갯벌, 강화도 갯벌은 350km2가 넘는다.
황톳빛 서해의 대표적인 갯벌로 알려진 강화도 갯벌, 강화도 갯벌은 350㎢가 넘는다.

바다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내게 바다가 탐구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물놀이하고 물고기 잡는 놀이터였다. 해양학과에 입학했을 때 자주 듣던 질문이 하나 있다. 배 타고 물고기 잡니? 28년이 지난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그동안 꽤 많은 바다를 돌아다녔고 배도 많이 탔고 지금 우리 연구실은 수족관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그런지 우리 바다와 우리 생물은 정말 특별하다. 그리고 그 특별함은 과학적으로는 더 맞는 말이다.

바다와 같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생태계서비스라 한다. 생태계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가 있고, 공급(예, 수산물, 천연물), 조절(예, 탄소흡수, 정화, 침식방지), 문화(예, 교육, 생태관광), 지원(예, 생물다양성, 물질순환, 서식처) 서비스를 포함한다. 우리 바다가 특별한 이유는 생태계서비스 가치(돈)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연재 키워드는 ‘해양생태계서비스’다. 그동안 갯벌, 하구, 연안, 섬, 그리고 먼바다까지 조사하며 찍었던 사진과 주요논문을 엮어 소개하는 바다과학기행이 컨셉이다.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의 바다과학기행 사진집 1-22권, 1999년-현재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의 바다과학기행 사진집 1~22권, 1999년~현재

바다의 속성 뒤에 숨어있는 가치

우리가 인지하는 바다의 모습은 어떤가? 우선 크고 넓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9%, 지구 물의 약 97%를 차지한다. 또 깊고 푸르다. 평균수심은 약 3,800m, 가장 깊은 곳은 마리아나 해구로 11km에 이른다. 또 중요한 것은 바다는 풍요롭다는 것이다. 대략 21만여 종의 해양생물이 보고되었고, 우리나라 바다에만 1만 3,000여 종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바다가 가진 모습 뒤에는 그 가치가 숨어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도 한다.

우리 바다의 가치가 크다는 사실은 꾸준히 보고되었다. 나는 2014년 서해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학계에 보고했다. 2017년에는 독도가 해양생물다양성 천국이란 사실을 알렸다. 작년에는 서해 갯벌의 일차생산력이 세계적 수준임을 규명했다. 지난 7월에는 국가 차원에서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흡수 역할과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논문도 출간되었다. 우리나라 갯벌이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는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양에 해당한다는 점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모두 우리바다의 생태계서비스가 특별히 높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우리 바다의 해양생물다양성이 독보적이라고?

그렇다면 우리바다는 왜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일까? 나는 그 답이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알 듯 우리나라는 서쪽, 남쪽, 동쪽의 삼면에 바다가 있다. 그런데 그 삼면의 바다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바다과학기행이라는 학부 교양과목에서 우리 바다를 무지개 바다로 설명하곤 했다. 황톳빛 서해, 쪽빛 동해, 핑크빛 남해, 그리고 짙푸른 빛 제주 바다로 말이다.

지구상에는 삼면에 바다를 가진 반도국도 많고 섬나라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우리 삼면의 바다는 지형, 지리, 그리고 해양환경 특성이 모두 다르고, 그 차이도 크다는 것이 포인트다. 바다 환경은 곧 생물에게는 서식처(산란장)다. 서식환경이 다르면 서식생물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식환경을 결정하는 요인은 조차(潮差), 지형·지리, 수심, 염분, 영양염 등 정말 다양하다. 우리나라 바다는 이상의 요인(조건)이 삼면의 바다에서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종수도 다양하고 종의 분포도 모두 다르다.

 

풍요로운 황톳빛 서해

우리나라 서해에는 누런 황톳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남한에는 한강, 영산강, 금강이, 북한에는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이 모두 서해로 막대한 양의 황토를 공급해준다. 그래서 황토로 이루어진 갯벌이 발달했다. 드넓은 갯벌이 발달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도 완벽하다. 조차가 크고(약 3~9m; 목포-인천까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으면(평균 45m) 그만큼 드러나는 조간대도 넓어진다. 그래서 우리 서해는 제주도보다도 큰 갯벌이 있고(약 2,100km2) 연성저질 갯벌에 서식하는 갯지렁이, 이매패류(바지락, 동죽, 가리맛조개 등), 갑각류(칠게, 농게, 쏙 등)가 유독 많다.

 

쪽빛 동해와 카리스마 독도

동해는 수정처럼 맑고 깊으니 푸른빛보다 진한 쪽빛이 어울린다. 작은 조차(대개 1m 미만), 가파른 경사면, 단조로운 해안선, 깊은 수심(평균 약 1,500m)을 갖는다. 그래서 암반(바위)이나 모래 해변이 많고, 서해와는 매우 다른 생물상을 보인다. 그래서 동해 바닷가에는 고둥, 따개비, 홍합, 굴, 거북손, 바위게와 같은 암반 부착생물이 많이 산다. 또 난류와 한류가 만나 풍족한 어장도 많다. 그러나 아열대화로 인해 요즘 동해에서 난류성(오징어나 대게) 어종이 많이 잡히고 한류성(명태나 청어) 어종은 감소하고 있다.

동해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빼놓을 수 없겠다. 특히 독도 바다에는 고유종도 많고 대형저서무척추동물도(578종) 서해 갯벌(624종)에 버금갈 정도로 많아 세계적으로 우수한 바다생태계를 자랑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독도의 해양생물상이 우리나라 동해와 유사하고 일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독도는 생태적으로도 우리 땅임이 분명하다.

쪽빛 동해의 깊고 거센 파도의 대명사, 울릉도 해변
쪽빛 동해의 깊고 거센 파도의 대명사, 울릉도 해변

건강하고 씩씩한 핑크빛 남해

남해는 땅 끝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수려한 다도해의 절경이 일품이다. 남해는 독보적으로 섬이 많다. 우리나라 섬 3,300여 개 중 2,200여 개의 섬이 남해에 있다. 해안선(총 1,980km, 직선거리의 8.8배)도 매우 길고 복잡해서 서식처도 다양하다. 낙동강, 섬진강, 그리고 중국 양쯔강과 같은 큰 강의 영향으로 퇴적물 공급도 원활하여 갯벌도 넓게 발달했다(약 400km2). 이렇게 남해는 서해도, 동해도 아닌 애매한 중간적 특성의 해양환경을 보인다.

다시 말해, 남해는 암반(섬)과 갯벌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생태계를 갖게 되었다. 실제 우리 연구팀이 전수조사한 전국 연안의 대형저서무척추동물 출현종 수가 이를 증명한다. 출현종 수는 남해(1,103종)가 가장 크고, 서해(829종), 동해(621종) 순으로 나타났다.

남해는 바다가 과영양 상태가 될 때 나타나는 식물플랑크톤의 이상증식 현상(적조)도 자주 일어난다. 붉게 물든 남해를 우리는 언론에서 자주 접하곤 한다. 적조를 유발하는 식물플랑크톤 종이 붉은색 계통의 색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해는 푸른 바다와 붉은 적조가 어우러진 핑크빛 바다가 어울리는 것 같다.

제주도 남쪽 해역은 위치상 남해지만 사뭇 다르다.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지형과 아열대성이라는 기후 조건, 그리고 동중국해로부터 난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해양환경, 특성 모두가 본토의 남해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 해역은 바람도 세차게 불어 최근 해상풍력발전단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아열대성 생태계가 더욱 확장되고 있음도 제주도 남쪽 해역의 특성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아열대성 해양생물이 유입되고 확장될까 염려도 된다. 외래종 유입이 우리 바다의 고유한 생태계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되겠다.

핑크빛 남해의 수려한 다도해, 거문도의 절경
핑크빛 남해의 수려한 다도해, 거문도의 절경

극한 우리 바다를 이겨낸 장한 우리 생물

우리 바다는 이처럼 다르고 복잡하고 또 역동적이다. 그 외에도 우리 바다는 몬순기후와 반도 특성으로 계절에 따라 풍성류(바람에 따른 표층수의 흐름) 방향이 바뀌고, 난류와 한류의 우세 혹은 혼재 지역이 상존하며 삼면의 바다에 다른 퇴적층이 존재하는 극한 바다환경을 가지고 있다. 극한의 우리 바다 환경에 적응하고 버텨서 살아남은 1만 3,000여 종의 해양생물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푸른빛 제주 해역의 아름다운 협재 해변과 게센 바람을 타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탐라해상풍력단지의 모습
푸른빛 제주 해역의 아름다운 협재 해변과 게센 바람을 타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탐라해상풍력단지의 모습

과소평가된 우리 바다와 우리 생물의 가치

갯벌 생태계서비스의 종류와 대표적인 예
갯벌 생태계서비스의 종류와 대표적인 예

우리 바다와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가치에 대한 정량적 평가는 아직 미완성이다. 생태계서비스란 개념은 2000년대 초반에 유엔이 제시한 ‘새천년생태계평가보고서’로부터 본격 출발했다. 당시 갯벌을 포함한 해양생태계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평가 결과가 소개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연안역과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에 이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2013년 해양수산부도 한국 갯벌의 연간 가치가 16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당시 갯벌의 기능을 수산물, 수질정화, 여가, 서식처, 재해방지 등으로 국한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 후 해양수산부는 전국 바다를 대상으로 정량적인 생태계서비스 평가에 착수했다. 우리 연구진도 2017년 시작된 ‘생태계기반 해양공간분석 및 활용기술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끝이 나는 이 과제에서 우리는 곧 우리 바다의 재평가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제시할 예정이다. 전보다 다양한 해양생태계서비스를 대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바다, 우리 생물의 가치가 과소평가된 부분이 이번에 개선되리라 기대된다.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 연간 16조 원, 해양수산부 2013년 발표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 연간 16조 원, 해양수산부 2013년 발표

 

우리 바다 전체가 자연유산, 더 늦기 전에

우리 국민의 바다와 갯벌에 관한 관심은 최근 역대 최고조에 이르렀다. 작금의 ‘탄소중립’이란 인류 공동의 목표도 한몫했다. 지난달 반가운 뉴스가 전국을 뒤흔들기도 했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한 것이다. 당분간 바다의 보전과 복원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 같다.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소식을 접한 직후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반쪽짜리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갯벌을 대표하는 한강하구와 가로림만 갯벌이 빠졌기 때문이다. 향후 지정확대, 통합관리, 개발억제, 황해협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처가 주목된다.

지난 반세기 간척과 매립으로 절반의 갯벌이 사라졌다. 바다쓰레기와 유해물질 오염은 끊이지 않고 바다의 건강성을 위협해왔다. 바다와 바다생태계는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세계자연유산의 등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현재의 갯벌 복원 목표 면적은 사라진 면적의 1%에 불과하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더 늦기 전에 시작된 것은 다행이다. 우리는 훼손된 우리바다를 파괴 이전의 시점과 가깝게 되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직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성명서 발표, 2021년 7월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직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성명서 발표,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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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철수 2021-09-07 18:41:00
갯벌이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해주는군요! 참 고맙네요 앞으로도 우리의 자랑스런 바다를 위해 힘써주세요. 화이팅^^

신기한 바다 2021-09-07 14:03:58
갯벌의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신기한 바다에 대해 더 들려주세요 ㅎㅎ

Hyesuk 2021-09-07 13:16:17
갯벌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서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는 글이네요. 앞으로의 연재가 기대됩니다.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

포세이돈 2021-09-07 13:10:33
갯벌을 개발하는 것은 당장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편해질 수 있으나 이로 인해 잃게 되는 갯벌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매우 크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재연 2021-09-07 13:09:54
재밌고 유익한 글 잘 보고 갑니닷! 앞으로의 연재가 더욱 기대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