⑳ 거꾸로 가는 혼획 규제
⑳ 거꾸로 가는 혼획 규제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9.08 21: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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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현대해양]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선진국에서 하니 다 좋은 것이라면서 흉내를 내어 여러 가지 수산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하는 것마다 어떻게 거꾸로 베끼거나 엉뚱하게 적용을 하는지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6월 21일에는 ‘오징어 씨 말리는 총알오징어 싹쓸이 일당 덜미’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올라왔다. 정치망 어선에 잡힌 체장 미달 어린 오징어 3,830여 마리를 바다로 방류하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선장과 판매업자를 해양경찰이 검거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연구선을 타고 수많은 고기를 중층트롤로 잡아 배 위에서 세는 일을 10년 가까이 했지만 3,830 마리까지 일일이 세어본 적은 없다. 3,000 마리를 일일이 세려면 족히 몇 시간은 걸릴 텐데 연구선은 떠 있는 시간 자체가 돈이다. 길어도 1시간 안에는 세고 물고기길이 재는 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저 정도 숫자라면 전체와 표본 무게 비율을 이용해서 대략적인 숫자만 기록하지 저렇게 10단위까지 정확하게 세지는 않는다.

3,830 마리를 누가 세었을까? 총알오징어뿐만 아니라 같이 잡힌 물고기와 다른 해양생물들도 모두 세었을 테니 몇 시간 걸렸을 것이다. 3,830 마리 총알 오징어를 몇 시간 동안 충실하게 센 것을 뭐라고 나무랄 생각은 전혀 없다. 문제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감을 못 잡고 탁상행정으로 엉뚱한 지침을 만들어 내리는 세종청사 5동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다.

 

습중량으로 혼획률 정해야

해양수산부에서 ‘어린 살오징어 생산·유통 근절 방안’으로 외투장 15cm 미만 총알오징어를 보호하겠다면서 전체 어획량중 어린 살오징어 혼획 허용량이 20%를 넘는 행위에 단속하는 지침을 내린 모양이다. 여기서 허용량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획 무게를 말하지 마리수를 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일일이 마리수를 세었는지 그 자초지종은 구태여 알고 싶지도 않다. 습중량(濕重量)으로 혼획률을 정한다는 단서만 붙여도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해양경찰은 혼획률 위반 단속하려고 수천, 수만 마리 총알오징어와 나머지 같이 잡힌 물고기도 일일이 세어 20%를 넘었는지 확인할 것인가?

또 하필 기준을 어업인들이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외투장 15cm로 정했는지 그 내막도 알기도 힘드나 어린 오징어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생물학적 기준점을 마련하는 가입당 생산 모형을 쓰지 않고, 거꾸로 산란하는 어른 물고기와 오징어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군성숙체장을 썼음은 안 봐도 뻔하다. 몇 번이나 말해도 바뀌지가 않는다(현대해양 2020년 4월호 연재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33 참고).

 

잡은 물고기 버리기 금지한 유럽

더 황당하고 심각한 문제는 그물에 잡혀서 이미 죽어버린 물고기나 어린 오징어를 바다에 버리라고 강요하는 해양수산부 지침이다. 이웃 일본은 물론 유럽연합이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캐나다는 그물에 잡혀서 죽었거나 살 가능성이 별로 없는 물고기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Discards). 바다에 버려지는 물고기나 오징어 사체는 환경에서 보았을 때는 오염물질이며, 해양 저서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이 지침을 따르면 불법조업국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처럼 어업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종이나 작은 크기 수산생물이 잡히는 것을 부수어획(附隨漁獲) 또는 혼획(混獲, こんかく)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bycatch라고 한다. 작은 크기 어패류들은 상품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는데, 어류만 아니라 돌고래, 바다표범과 같은 해양포유류와 거북이 같은 파충류, 상어와 같은 대형 연골어류들도 잡힌다. 어획대상이 아니었던 종들이 부수적으로 잡히면 어업인들은 대개 이를 바다에 버린다. 이렇듯 부수어획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생물 양은 전 세계 어획량에서 약 40%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잡힌 어패류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나 실제 현실에서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1/controversial-european-policy-bans-ships-throwing-unwanted-fish-overboard).

우리나라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전통적으로 여러 어종을 잡고 또 바다에서 나는 생물은 거의 다 먹을 정도로 다양한 어종을 먹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가져왔기에 특정 어종만을 선호하는 유럽 국가들에 비교하여 먹지 않고 버리는 부수어획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특정 어종만, 또 큰 고기만 선호하는 일본이나 서양인들보다 이렇게 그물에 잡히는 것은 거의 다 먹는 우리나라는 이미 생태친화적인 수산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는 혐오스럽다고 할 수 있는 기생어류 먹장어(곰장어)까지 먹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부수어획 문제가 거의 없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어린 고기를 보호한다면서 잡힌 물고기를 다시 바다에 버리라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굳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양에서는 먹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어린 물고기를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고 있는데도 굳이 바다에 버리라고 하니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작은 물고기만 안 잡히게 하는 망목 크기 없어

그물에 잡힌 어린 고기를 바다에 다시 버리는 행위가 왜 문제가 되는지 알려면 물고기 크기에 따른 그물 어획 선택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림 1>은 전형적인 그물 선택성 곡선이다. 동전을 던져 앞뒤가 나오거나, 대학입시 합격 여부, 물고기가 그물에 잡힐지 아니면 빠져 나갈지, 또는 암컷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지 없는지와 같이 0 아니면 1인 두 가지 상반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 확률은 베르누이 시행(Bernoulli trial)이라고 하며, 이항분포나 <그림 1>처럼 S자 로지스틱 곡선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는 것은 X축 물고기 길이가 커질수록 그물에 잡힐 확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가령 그림에서 10cm 정도 길이 물고기는 거의 잡히지 않고 그물에서 다 빠져나가는 반면에, 30cm 가량 되는 큰 물고기는 거의 다 그물에 잡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 어떤 크기 물고기가 그물에 잡힐 확률이 50%가 되면 그 크기를 50% 선택체장(retention length)이라고 하며 L50이라고 표시한다.

마찬가지로, 암컷 물고기가 자라면서 성숙을 하여 알을 낳을 수 있는 확률이 50%가 되는 크기를 군성숙체장이라고 하여 L50으로 표시를 하기도 한다. 그림에서 이 물고기는 22.84cm가 되면 그 그물에 잡힐 확률이 50%이다.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22.84cm를 기준으로 금지체장을 정하더라도 이것보다 작은 물고기는 소량이라도 그물에 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칼로 자르듯이 22.84cm를 기준으로 하여 그것보다 작은 고기를 하나도 안 잡히게 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림 1. 물고기 길이에 따른 어획 그물 선택성 로지스틱
<그림 1> 물고기 길이에 따른 어획 그물 선택성 로지스틱

<그림 2>는 우리나라 갈치를 트롤로 잡았을 때 트롤 그물코 크기(망목)에 따른 어획선택성 곡선이다.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망목 크기를 51.2mm(A)에서 88.0mm(D)로 늘릴수록 어획선택성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망목 크기가 커질수록 비례하여 L50도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망목 크기에 커짐에 따라 잡힐 수 있는 큰 물고기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에, 작고 어린 물고기는 망목 크기에 관계없이 작은 확률이라도 꾸준히 잡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망목 크기 규제로 영향을 받는 것은 큰 물고기 어획 선택도이지 작은 물고기 어획 선택도가 아니다. 즉, 작은 물고기만 선택적으로 안 잡히게 할 수 있는 망목 크기는 없다. 이 때문에 어업인들이 경영에 피해를 받지 않는 적정한 망목 크기를 제시하여 잡히는 큰 물고기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림 2 갈치 항문장에 따른 트롤어구 어획선택성 로지스틱 곡선. A: 망목 51.2 mm, B: 70.2 mm, C: 77.6 mm, D: 88.0 mm. 출처 (이주희외, 1994. 사각형강목의 끝자루를 이용한 트롤어구의 어획선택성 연구( I )-사각형강목의 어획선택성.
<그림 2> 갈치 항문장에 따른 트롤어구 어획선택성 로지스틱 곡선. A: 망목 51.2 mm, B: 70.2 mm, C: 77.6 mm, D: 88.0 mm. 출처 (이주희외, 1994. 사각형강목의 끝자루를 이용한 트롤어구의 어획선택성 연구( I )-사각형강목의 어획선택성.

 

어린고기 유통 막기 위해 불가피한 일?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어린 물고기나 총알오징어를 선택적으로 잡지 않게 해주는 그물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잡히는 어린 물고기들은 항구에 가지고 가더라도 상품으로 거의 가치가 없어 양식용 생사료로 쓰는 것이 고작이다. 이 때문에 어선에서 제한된 냉동시설이 상품가치가 없는 어린 물고기를 보관하는데 낭비되는 것을 막으려고 잡힌 어린 물고기는 일부러 바다로 버리는 것이 유럽 어업인들에게는 큰 득이 된다.

또 유럽연합에서 시행중인 국가별로 할당된 총허용어획량을 맞추려면 값싼 어린 물고기는 되도록 바다로 버리는 것이 돈이 되는 큰 고기를 더 잡을 수 있어 어업인들에게는 유리하다. 이렇게 잡힌 어린 물고기를 바다에 다시 버리는 행위는 환경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이를 전면 금지하려고 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물고기를 굳이 바다에 버리고 오라는 황당한 해양수산부 지침이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으나 최근에 뉴스 인터뷰를 보고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갈치 대량 해상투기, 수산자원 보호 취지 맞나?’라는 제목 뉴스가 나왔는데, 금어기인 7월에 정치망에 어쩔 수 없이 잡힌 갈치를 버려도 되는 문제를 다루었다. 왜 하필 7월을 금어기로 했는지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관행이라고 이미 지적한 적(현대해양 2020년 3월호 연재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79 참고)이 있지만 조만간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뉴스에서 해양수산부는 “어린고기 유통 뿌리 뽑기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전했다. 또 “어린 물고기가 사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점점 안 잡는 것으로 인식이 확고하게 굳어져 갈 것인지 그 초입에 있는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전화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젊은 공무원들이 벌써 아버지나 할아버지쯤 되는 어민들 ‘인식’을 계도하려고 하고 있다. 어민들보다 뭔가 더 안다고 착각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무모하기 짝이 없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 어업은 현실 문제가 아니라 관념상 도덕을 구현하는 곳이다. ‘어린 고기는 잡지도 말고 유통하지도 말자’는 구호는 이런 공무원들에게는 윤리 시험 문제 정답이자 몸으로 실천해야할 숭고한 목표이다.

전남 정치망어업인들이 갈치 금어기(7월 1일부터 31일까지)에 혼획되어 잡힌 미성어 갈치를 조업 수면에 내다 버리며 정부 단속에 반발했다.(사진제공_전남정치망수협)
전남 정치망어업인들이 갈치 금어기(7월 1일부터 31일까지)에 혼획되어 잡힌 미성어 갈치를 조업 수면에 내다 버리며 정부 단속에 반발했다.(사진제공_전남정치망수협)

선상 체험해보라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져 가상적인 관념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입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수산정책을 펴갈 수 있게끔 구체적인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앞으로 해양수산부 신입 공무원들, 특히 수산 분야와 해양경찰은 어선에 직접 타고 어민들 일손을 돕는 체험을 해보는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남자라면 근해어선을 타고 일주일 가량 선상 체험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며, 여자라면 열악한 화장실 문제도 있고 하니 적어도 한나절 정도 연안 어선을 타서 체험을 해보면 거꾸로 가는 탁상행정 정책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뉴스에서 나온 여수 연안 정치망 어선에 같이 타서 직접 갈치를 그물에서 골라내어 바다에 버리는 일을 하루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린 고기 유통을 뿌리뽑자는 이런 관념적인 구호가 해양수산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나는 본다. 탁상행정 정책이 어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될 수 있는지 평생 잊지 않게 되리라 본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에서는 법을 어겨가면서도 버릴 수밖에 없는 어린 고기도 골고루 잘 먹는 전통이 생태적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를 깨우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처럼 바다 바람도 쐬면서 배 위에서 해산물 라면도 먹어보면 해양수산부에 온 자부심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누구 말대로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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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문 2021-09-09 08:54:29
농민들이 농산물가격이 떨어져서 농업생산물을 갖다버리면 처벌합니다.
어민들은 어획물가격을 받기위해 팔려고 하는데.
바다에 버리지 않으면 처벌한다고 합니다.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려고하는 놈들입니다.
어민의 노고가 담겨있는 어업생산물을 버려서 쓰레기 만들라고 하는 놈들입니다.
바다가 너거들 꼴리는데로 갖고노니 만만한줄 아나?
참으로 참으로 웃기는 놈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