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6] 한정면허를 일반면허로 전환하는 것이 기존 일반면허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6] 한정면허를 일반면허로 전환하는 것이 기존 일반면허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까?
  •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9.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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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면허 전환 사건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현대해양]

<마흔여섯 번째 여행의 시작>

어느 견해가 학문적으로 타당한 지와 별개로, 국가와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준 사건들은 그 존재가 당위인 법에 새겨지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A는 연안 해상 여객운송 및 화물운송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A는 구 해운법에 따라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3척의 선박을 투입하여 전남 해남군의 ‘땅끝’을 기점으로 하고 전남 완도군 노화도의 ‘산양’을 종점으로 하는 항로(이하 ‘이 사건 항로’)를 1일 왕복 14회 운항하는 해상여객운송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B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지역농업협동조합으로서 구 해운법에 따라 한정면허를 취득하고 2척의 선박을 투입하여 이 사건 항로를 1일 왕복 10회 운항함으로써 부수적 업무로 해상여객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개정된 해운법은 구 해운법상의 한정면허제도를 폐지하면서, 그 부칙 제3조에서 법 시행 당시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는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의 면허, 즉 기존 한정면허와 달리 그 사업범위에 제한이 없는 이른바 ‘일반면허’를 받은 것으로 보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에 A는 위 부칙 제3조가 B농협과 같이 기존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일반면허를 받은 것으로 의제함으로써, A와 같이 동일한 항로에 대하여 기존 일반면허를 받은 사업자의 재산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5. 5. 28.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쟁점>

한정면허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기존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일반면허를 주는 경과조치를 규정한 해운법 부칙 제3조(이하 ‘심판대상조항’)가 일반면허권자인 A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 2018. 2. 22.자 2015헌마552 결정>

[1] 해상여객운송사업의 면허권은 사적 유용성이 인정되고, 처분권도 인정되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구체적 권리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기존 일반면허를 받은 A와 같은 사업자의 독점적인 경영상태를 전면적인 경쟁상태로 전환시킴으로써 이들이 특허로 취득한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권의 재산적 가치를 하락하게 하여 그 책임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므로, A의 재산권을 제한한다.

심판대상조항은 구법에 의하여 한정면허를 받은 기존 사업자의 정당한 신뢰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도서지역 주민의 해상교통권을 보장하고,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내항정기여객운송사업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개정법 시행일부터 1년 이내에 새로운 면허기준을 갖출 것을 조건으로 기존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개정법에 따른 일반면허를 받은 것으로 의제해 준 것은 이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A와 같이 기존 일반면허를 받은 사업자는 같은 항로에서 기존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와 완전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것일 뿐, 여전히 기존 일반면허에 의하여 해상여객운송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기존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일반면허를 받은 것으로 의제되지 않았더라도 개정법에 의해 일반면허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A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A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입법자는 개정법을 통해 구법상의 면허기준 중 ‘수송수요 기준’을 삭제하면서 이를 전제로 한 한정면허제도도 폐지하였고, 그에 따라 구법에 의하여 한정면허를 받은 기존 사업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경과조치를 규정함에 있어서 수송수요 기준만 제외하면 한정면허의 기준과 일반면허의 기준이 사실상 다를 바 없어 한정면허와 일반면허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는 점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을 둔 것이다.

이와 같은 개정법의 관점에서 비교해 볼 때, 구법에 의하여 일반면허를 받은 사업자와 기존 한정면허를 받은 사업자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결국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이어서, 그로 인한 차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A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결정의 의의>

세월호 참사는 법의 영역에서 기존 ‘수송수요’를 기준으로 한 일반면허의 기준이 여객운송사업의 독과점을 형성시켜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게 된 상황을 해결하라는 숙제를 주었습니다. 국회는 이에 대해 ‘수송수요’ 기준을 없애면서 자본금 등 사업자의 경영능력에 대한 새로운 면허기준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수송수요’의 예외로서 농협 등이 자신의 물류를 위해 허용되었던 ‘한정면허’도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한정면허권자는 1년 내에 일반면허와 같은 면허기준을 갖추도록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반면허권자인 A의 입장에서는 B농협이 일반면허권자가 되어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게 되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흔여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대형 사건은 그 존재를 법에 각인합니다. 그 각인은 입법부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입법을 해석하는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쳐, 누구도 쉽사리 그 법의 흔적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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