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㊾ 물꿩
청봉의 새이야기 ㊾ 물꿩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1.09.15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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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후변화와 물꿩의 생태활동 변화
대만, 카오슝, 관텐습지의 물꿩보호구역(논습지)의 물꿩들
대만, 카오슝, 관텐습지의 물꿩보호구역(논습지)의 물꿩들

물꿩(Pheasant-tailed Jacana)은 물에서 사는 꿩(Ring-necked Pheasant, 닭목/꿩과)이 아니다. 물떼새목/물꿩(자카나)과에 속하는 조류로 꼬리 깃털이 꿩(장끼)의 장식 깃털과 유사하다고 한반도에서 물꿩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물꿩은 파키스탄에서 동쪽으로 중국 동남부,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등 열대지방 습지에서 서식한다. 한반도에서 물꿩은 매우 드문 나그네새(Visitor)이나, 최근에는 하절기 남부지역에서 자주 관찰되고 번식이 확인되고 있어 지구 기후변화의 지표 조류가 됐다.

필자는 지구 기후변화와 ‘물꿩의 생태활동 변화’를 관찰하기 위하여, 2019년 1월, 물꿩이 텃새로 서식하는 대만 남쪽 가오슝 지역의 관텐습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1월의 한반도의 들판은 흰 눈으로 덮였지만 카오슝의 논과 늪지는 이모작의 벼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이곳은 물꿩을 포함한 여러 물새들의 안락한 놀이터이며 풍부한 먹이터였다. 조류보호 단체 및 농민들은 벼농사를 유기농법으로 경작하여 물꿩에게 건강한 먹이를 제공하고 주변의 전깃줄을 제거하는 등 물꿩의 보호에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대만, 카오슝, 관텐습지의 물꿩보호구역(논습지)의 물꿩들
대만, 카오슝, 관텐습지의 물꿩보호구역(논습지)의 물꿩들

물꿩은 동남아시아 열대 습지를 주 서식지로 대를 이어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활동으로 한반도의 남쪽 지역 늪지에서 5월경에 관찰되고 번식하는 여름철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반도에서 물꿩은 1993년 경남 주남 저수지에서 처음 관찰되었고, 2003년 이후부터는 거의 매년 관찰되고 있다. 2004년 제주도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2007년 주남 저수지, 2013년 충남 천수만 등 지역에서 번식이 확인되었다. 하절기에 한반도를 찾아오는 물꿩의 개체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도래 지역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에 따른 새들의 대응 노력일 것이다.

최근 이상기후 변화로 인한 다양한 자연재해 현상들이 인간 세상에도 급박하게 발생하며 인간들에게 절제되지 않은 과소비와 지나치게 풍족한 삶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북미주 지역의 폭염, 중국, 장저우의 폭우(3일 동안 1년 강우량), 유럽의 대홍수, 시베리아의 산불, 이란의 가뭄 등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열대야가 지난해보다 23일이나 일찍 찾아왔고 폭염이 계속되었다. 북한 지역에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어 작물 재배 여건이 나빠져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더욱 빈도가 잦아지고 높은 강도의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발등의 불’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의 온도는 이미 1도 이상 높아졌다. 이제는 0.5도가 채 안 남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진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창녕군 우포늪에서 번식하고 있는 물꿩(2021년 7월 촬영)
창녕군 우포늪에서 번식하고 있는 물꿩(2021년 7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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