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한마음 모은 학암포 주민들
“위기를 기회로” 한마음 모은 학암포 주민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9.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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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학암포항
학암포항 전경
학암포항 전경

[현대해양] 조개껍데기가 잘게 부서진 고운 모래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의 학암포 해수욕장. 포구 앞으로는 대분점도와 소분점도 두 개의 아름다운 섬이 마주보고 있는데, 대분점도의 커다란 바위와 양쪽으로 뻗어있는 해수욕장은 학의 머리와 두 날개를 닮았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이곳이 ‘학암포’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유래가 됐다.

학암포는 분점도뿐만 아니라 사구습지와 기암괴성 등 청정자연환경이 풍부해 우수한 경관자원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단위의 관광객들이 매년 이곳을 찾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 뒤 감춰진 어업인들의 아픔

청정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학암포이지만 과거 그곳에 거주하던 지역 주민들은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학암포는 유류오염사고 발생 다음 날 유출유 유입해역에 포함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고, 바다는 검은 기름으로 뒤덮이게 됐다. 사고 당시에는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팔 걷고 나서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위를 닦아냈다.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선 봉사활동으로 바다는 약 3년만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됐지만 지역 어업인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지역 어업인들이 겪은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한 뒤 바다로 방류한 발전 온배수는 어업인들 생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특히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해조류와 갯벌어업 등 해양 생태계와 수산업이 큰 타격을 입어 지역 어업인들은 어업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게 됐고, 학암포는 지역 침체를 겪게 됐다.

학암포어촌계가 다시 생기를 띠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역 어업인들은 마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한마음 한뜻을 모았다. 어항의 기능과 관광의 결합을 통해 서해안 대표 해양생태관광지로 거듭나겠다는 데 지역 어업인들이 참여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학암포어촌계원들이 모여 마을 발전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학암포어촌계원들이 모여 마을 발전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해양생태관광지’ 변모 목표”

어려움을 수차례 겪어온 학암포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학암포항의 변화가 기대된다.

학암포어촌계원들은 정기적으로 마을의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학암포는 우수한 경관자원과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어 캠핑과 낚시로 유명세를 떨쳐 온 인기 관광지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이전 학암포를 찾는 방문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정도로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보였다. 문제는 유류 오염사고 이후 온배수 배출로 지역 어업인들은 여전히 어업활동에 지장을 겪고 있다는 것. 또 학암포항 근처 대부분의 지역이 국립공원구역으로 지정돼있으며 군유지와 공유지가 많아 개발이 제한돼있다.

그러나 꽃게, 붕장어, 고동, 간자미, 해삼, 우럭 등 다양한 수산물과 아름다운 자연자원과 역사 문화자원이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이를 관광으로 연계하면 지역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체험·레저·해상투어를 즐기기 위해 학암포를 찾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지역 대표 먹거리를 개발해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법, 주변 관광자원과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을 연계하는 방법, 어항과 관광을 결합해 서해안 대표 해양생태관광지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법 등이 좋겠다는 주장에 의견이 모였다. 이에 더해 어업인과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마을을 꾸며갈 수 있도록 복지시설도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영묵 학암포어촌계장은 “1순위는 어업인들의 안전한 어업활동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학암포항에는 선양장이 없어 어업인들이 어획물을 양륙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양장을 조성해 어항시설을 정비와 어촌 문화 복합 시설 확보하고 수산물 직판장 리모델링 및 해양 생태 관광 체험 시설을 구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암포항이 과거의 아픔을 딛고 해양·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을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최영묵 학암포어촌계장
마을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최영묵 학암포어촌계장

 


Mini Interview

가세로 태안군수

"지역주민과 지속 가능한 어촌 만든다"

가세로 태안군수
가세로 태안군수

충남 태안은 귀어 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시군별 귀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태안 어촌마을에 정착한 귀어인은 16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군은 앞으로 더 많은 귀어인이 정착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태안 어촌마을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변모를 꾀하고 있다. 가세로 태안군수로부터 태안지역 어촌이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태안지역의 어촌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는데?

태안군의 어항지역 대부분은 접안시설 및 친수시설, 편의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 및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고, 해양관광 활성화와 생활밀착형 인프라의 현대화 등을 통한 어촌주민 삶의 질 제고 및 지속가능한 발전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태안군은 원할한 사업계획 수립과 추진을 위해 산업건설국 주민공동체과 농어촌마을팀을 신설하고 어촌의 계획적인 개발을 통해 어촌지역 주민의 소득과 기초생활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어촌의 인구 유지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해양수산부 어촌분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과 ‘어촌뉴딜 300사업’ 등 다양한 대규모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로도 다양한 공모사업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역주민분들 모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안군에서도 공모 사업 추진 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 반영하고 있으니 주민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태안지역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군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자원의 활용 가능성은 높지만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여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어촌뉴딜 300사업 등을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어촌·어항 필수 기반시설을 현대화해 어업의 생산성을 증진시키며, 지역자원을 활용한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주민과 관계 공무원 등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의미 있는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태안군을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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