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포 사람들이 가꾸는 ‘도시어부의 삶’
예단포 사람들이 가꾸는 ‘도시어부의 삶’
  • 글·김엘진 기자, 사진·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9.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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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예단포항

[현대해양] 인천 영종도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어항 예단포항.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접근성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예단포선착장까지는 승용차로 딱 40분 거리다.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공항철도 영종역에서 버스 한 번만 타면 도보 포함 20분 만에 선착장에 도착한다. 서울 도심에서 마음만 먹으면 한두 시간 내에 도착 가능한 깨끗한 바다, 그곳이 바로 예단포다.

예단포선착장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관광객은 “꼭 주말이 아니어도 낚시가 생각나면 바로 달려올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예단포항 전경
예단포항 전경

한적하지만 필요한 것은 다 있다

예단포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에 붙여졌다. 고종 19년, 몽골의 침략에 고려왕조는 도읍지를 강화도로 옮겨 38년을 지냈다. 당시 몽골에 바칠 조공을 준비해 예단을 실어 강화로 나르던 포구가 바로 예단포였다. 꽤 역사적인 이름이다. 2012년부터 예단포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예전에는 유배지로 사용했을만큼 외딴 곳에 있는 항이지만 방파제, 수산물직판장, 횟집, 갯벌, 모래사장까지 꼭 필요한 것들은 다 있다.

한때는 영종도에서 유일하게 조기를 잡고 말리는 꽤 큰 포구였던 예단포였지만,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어선 통제, 인천공항공사로 협소해진 어장, 어류 고갈, 거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예단포는 예전같은 모습은 아니다. 관광객이 급감했고, 부족한 홍보로 인해 젊은이들은 이곳을 모른다. 거기에 지난 3월 수산물 직매장 화재로 5개 점포가 소실되기도 했고, 매년 태풍과 돌풍으로 인해 선박들이 다른 부두로 피항을 하기도 하는 등 예단포 어민들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했다.

4년의 임기기간인 어촌계장직을 무려 4선째 연임하고 있는 김윤조 운북어촌계장은 “그렇지만 지렁이 한 마리만 내리면 망둥어가 마구 잡히고, 차막힘 걱정 없이 올 수 있는 가깝고 한적한 항구라는 부분은 여전히 예단포만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예단포항 앞 공원
예단포항 앞 공원

서울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갯벌

중구 운북동 일원에 들어서는 골든테라시티(미단시티)는 계획 인구 1만 3,734명 규모의 차별화된 주거 및 관광·레저단지다. 미단시티 도시계획이 시작되며 예단포 사람들은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도약해야 할 시기라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 여러 제한사항과 한계로 인해 미단시티 사업은 늦어지고 있지만, 곧 제3연륙교가 완성되고, 활성화 방안만 마련되면 영종도와 인천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 계장은 “미단시티와 우리 예단포가 서로 윈-윈할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우리 어촌 계원들도 대부분 바다에서 일하지만 아파트에서 사는 도시어부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5명의 계원들은 귀어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아파트에 거주하며 남편은 바다로 출근하고 아내는 도심으로 출근을 한다. 귀어를 꿈꾸는 이들이 가장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어촌마을이 바로 예단포라는 것이다.

최근 예단포는 다시 한 번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체험마을이다. 이미 체험어장 허가를 받아놓은 예단포 갯벌의 바지락, 대합, 가무락, 굴 등은 지금도 호미질 몇 번에 줄줄 올라온다. 다만 관광객들에게 좀 더 편안한 체험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김 계장은 “지금은 체험을 할 갯벌까지 배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배를 타지 않고도 모래사장을 통해 걷는 길이 있다”며 “국유지지만, 사용하지 않는 지역이라 해수부의 인허가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인천중구청은 올해 영종도 예단포항과 덕교항을 살리기 위한 많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덕교항은 예단포항에서 불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중구 용유동의 작은 항구다. 이곳 역시 어항 기반시설의 노후화와 공항 개발로 인한 간척사업 등으로 인해 바지락, 굴 등의 생산량이 50%나 감소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예단포와 덕교항 모두 어촌체험 기반시설 정비를 통해 체험마을로 활성화하고자 한다”며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 개발만 한다면 서울에서 30분 거리의 깨끗하고 한적한 항구인 두 곳은 분명히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홍인성 인천중구청장

"정부의 관심과 도움 필요"

홍인성 인천중구청장
홍인성 인천중구청장

홍인성 인천중구청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이전까지 행정서비스를 받으러 1시간 넘는 거리를 바다를 건너 다니던 영종지역 주민들을 위해 영종국제도시에 제2청사를 개청했다. 같은 해 어촌뉴딜 300사업 공모에 선정된 지역인 무의 4개 어촌계(큰무리, 포내, 광명, 소무의)에 어항기반시설 개선과 체험마을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체험길 조성사업을 통해 어촌계 스스로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다.

 

삼목항 어촌뉴딜 300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삼목항은 사업을 통해 어촌정주어항에서 지방어항으로의 승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통사업은 낙후된 어항환경개선을 위한 부잔교 2개소, 물양장 969㎡, 차량진입도로 및 어업공간 1,296㎡ 조성, 특화사업으로는 삼목마당조성, 삼목하늘정원, 상가 리모델링, 간판정비, 공항공사 유휴지에 관광객의 볼거리와 휴식을 위한 삼목바닷길, 삼목쉼터조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콘텐츠 개발, 마을기업 육성, 수산물 직판장 활성화 컨설팅, 삼목도시락 개발, 삼목투어 프로그램 개발, 지역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어민역량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어촌과 수산분야 발전을 위해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중구 용유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을 당시 을왕지역에 있던 어촌정주어항이 지정 해제되면서 용유지역에 어업기반시설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사업비 142억 원을 투입해 잠진도 어촌정주어항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단포항과 덕교항 인근은 많은 어업인들이 어항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기초적인 기반과 대상지역을 찾는 내방객을 위한 콘텐츠와 시설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 두 항과 함께 중구 어촌계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어촌계의 도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어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어업인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사업은 단발적이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지역 어민의 ‘우리손으로 마을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단포항과 덕교항의 지역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추진 방향을 어민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해양사업은 지역과 해양의 특성상 대규모 사업이 필요함에도 지자체의 재정적 자립도가 약해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업비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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