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수협 - “조합,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
여수수협 - “조합,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9.13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상호금융 일등수협
여수수협 김상문(앞줄 중앙) 조합장과 직원들.

[현대해양] 여수수산업협동조합은 전남 여수와 순천 일부를 업무구역으로 한다. 여수는 이름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도시지만 동서남북 바다와 인접한 지리조건으로 풍부한 수산자원이 바탕이 돼 일찍이 남해안 일대의 어업 중심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 원동력은 여수수협 9,000여 명의 조합원과 200여 명의 직원들이 흘린 땀이 바탕이 됐다.

여수수협은 지난해 목포수협에 정상을 잠깐 내주긴 했지만 거의 늘 전국 91개 수협 회원조합 중 위판액 1위라는 기록을 이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위판액이 1,300~1,500억 원 수준에서 2017년에는 2,20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1,900억 원, 올해도 1,900억 원 가량의 위판액을 전망하고 있다.

여수수협에는 기선저인망, 트롤, 유자망, 안강망 등 17개 업종이 위판을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어종은 다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위판장은 산지 생선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위판액 2,000억 원 육박

국내 수산물 소비량이 많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유통경제 침체, 국내 소비위축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여수수협이 괄목할만한 위판 성과를 내는 가장 큰 요인은 어가(魚價) 지지를 통해 선주들의 신뢰를 확보한 것에 있다.

가격에 민감한 선주들에게 하한선을 제시해 어가의 등락폭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선주들은 인터넷, 연락망 등을 통해 가격 정보를 얻고 높은 어가가 형성된 위판장을 찾아 향한다. 여수 배가 부산, 마산, 통영, 목포 등에 위치한 위판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배에서 물건을 내렸다가도 어가를 보고 냉동탑차에 실어 다른 위판장에 보내기도 한다. 비정하다 할 수도 있지만 이게 현실이다. 전쟁 아닌 전쟁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수수협이 늘 위판액 상위권을 고수할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빠른 정보공유다. 직원들이 수시로 실시간 시세를 파악해 중매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어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가격지지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여수수협은 경기침체와 연근해 어족자원 감소란 악조건에서도 수산물 위판만으로 전국 최상위권의 위판액을 기록해 왔던 것. 근해자망어선, 안강망어선을 비롯한 어선이 위판을 위해 입항하거나 차량을 보내 상장한다. 제주 선적 어선이 여수수협 위판장을 찾기도 한다. 어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여수수협 선어 위판장
여수수협 선어 위판장. 사진=박종면 기자

근해어선 오히려 늘어

여수수협의 중매인 수는 선어 50명, 건어 50명, 낙지·활어 20명 총 120여 명. 이는 부산공동어시장 다음으로 많은 중매인 수다. 상하차를 담당하는 항운노조원 세력도 대단하다. 무려 70명에 이른다, 고기를 선별하는 이른바 ‘부녀반’은 정회원 15명에 비회원이 70명이나 된다. 선원들이 귀하다보니 배에서 선별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 부녀반은 신속히 그들의 책임을 다해 주고 있다.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위판장은 많지 않다.

여수수협은 2곳에 위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소가 있는 국동항 위판장과 군내항 위판장이 그것이다. 국동항 위판장에서 선어, 건어를 위판하고 돌산도 군내항 위판장에서는 활어 위판을 맡고 있다. 군내항 위판장은 적자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폐쇄할 수 없다는 것이 여수수협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돌산읍 인근 어업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협동조합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김 조합장은 “의무상장제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조합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통질서 확립과 정확한 통계를 위해 의무상장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선사업과 관련해 여수수협만의 특징이 있다. 정부 차원의 근해어선 중심의 감척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수수협 조합원들의 어선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수는 최근 몇 년간 어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대형트롤, 쌍끌이 대형저인망어선 등 대형 기선저인망어선이 2통에서 12통으로 늘었다는 것. 부산 선적의 그것보다 많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김상문 여수수협 조합장은 “근해어선이 대형화는 됐지만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김 조합장은 “우리나라 어선을 감척하면 중국어선이 고기를 잡게 되는데, 그러면 중국으로부터 수산물을 비싸게 수입해 먹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김 조합장은 “감척이 능사는 아니다. 자원고갈의 주원인은 근해어선이 아니라 유령어업이다”라고 덧붙였다.

 

상호금융 경영평가 1위

여수수협은 위판 등의 경제사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상호금융 또한 전국 상위권이다. 여수수협은 지난 4월 열린 수협중앙회 총회에서 ‘경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20년도 결산 결과 당기순이익 76억 원, 자기자본 734억 원을 적립하며 상호금융 경영평가에서 최고를 차지한 것이다. 여수수협의 2020년도말 대출금은 2019년도 대비 1,248억 원이 증가한 9,255억 원으로 연체율도 0.9%에 그쳐 양적 성장 뿐 아니라 효율적인 연체관리에도 매우 잘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경제사업은 수산자원의 고갈, 기후변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기에 경제사업에만 치중할 수 없다”며 “그러면 당연히 상호금융에도 집중하게 되는데 직원들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해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조합장이 취임하던 2019년에 전년 대비 여수신이 4,000억 원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2,5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또한 작년보다 신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김 조합장이 직원 출신, 특히 상임이사를 2회나 역임했기 때문에 상호금융에 대한 전망과 시현이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조합장은 “경제사업은 직원들이 열심히 하더라도 기후 등으로 한계 있지만 상호금융은 직원들이 뛴 만큼 성과가 난다”고 말했다. 또 김 조합장은 “돌파구를 상호금융에서 찾아 신규 경제사업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신용사업 신장시켜 조합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다”고 밝혔다.

여수수협은 지역 금융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 반포지점 등 3개의 수도권 지점을 개설했다. 여수, 순천, 천안지역까지 총 9개의 상호금융 점포에서 상호금융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김상문 조합장
김상문 조합장. 사진=박종면 기자

CEO는 전문경영인

여수수협은 지난 4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청정 위판장 모델 구축사업’ 보조사업자로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청정 위판장 모델 구축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3년간 총 60억 원 규모로 추진된다. 여기에 국비와 지방비로 사업비의 70%가 지원되는 것. 사업대상지로 선정된 여수수협에는 기존 노후 건어위판장 대신 저온 경매시설 등을 갖춘 청정 위판장을 신축하게 된다.

이 외에도 여수수협은 조합원, 임직원 복지 향상과 수협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지난해에는 조합 자체적으로 5억 원의 복지기금을 조성해 조합원의 의료지원 및 장학지원 사업, 어촌계 시설 지원 등 실질적인 조합원 복지를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여수수협에 입사해 상임이사까지 맡았던 김 조합장은 실무를 잘 아는 직원 출신이라 실무형 조합장으로서 직원 근무환경 개선과 조합원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산물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상문 여수수협 조합장. 사진=박종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