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 해기 단절 막고, 해양사상 고취하겠다”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 해기 단절 막고, 해양사상 고취하겠다”
  • 글·김엘진 기자, 사진·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9.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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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기직 매력화로 해기전승 추진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현대해양]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은 지난해 4월 8일 제66차 정기총회의 제32대 회상선거에서 2위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오는 2023년까지 해기사협회를 이끌게 된다.

이 회장은 “지금처럼 해기사 수가 감소하면 15년 내에는 해상직의 해기단절이 시작될 것”이라며 “체계적 해기전승 로드맵 마련과 노사정학의 선제적 노력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해기 전문인력 육성 필요성과 방안 연구’를 연구 용역해 해기전승을 위한 기초 연구를 완료하기도 했다. 협회는 앞으로도 해기전승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보다 구체적인 전략 목표와 로드맵을 마련하고, 정부와 함께 실천력 있는 해기직 매력화를 통한 해기전승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해원, 해기원에서 지금의 해기사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해기사(海技士)는 선박직원법에 의거해 항해사, 기관사, 선박통신사, 운항사의 면허를 받은 사람을 말합니다. 선원 중에서 면허를 소지하지 않는 보통 선원과 구분하기 위해 ‘항해사관’, ‘기관사관’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해원(海員)으로 통칭되다, 1960년 ‘선박직원법’이 제정되며 ‘해기원(海技員)’으로 공식 표기됐습니다. 1972년 ‘선박직원법’을 개정할 때 육상직 ‘기사(技士)’에 대비되는 ‘해기사’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해기사는 업무와 직위에 따라 선장, 1등항해사, 2등항해사, 3등항해사 또는 기관장, 1등기관사, 2등기관사, 3등기관사 등으로 불리게 됩니다.

 

1954년 67명의 해기사에 의해 협회가 발족한지 67년이다. 그간의 성과는?

1954년 ‘대한해원협회’를 창립, 1957년 관련법에 따라 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1966년부터 ‘해기회보(현, 월간 「海바라기」)’ 발간을 시작, 1973년 개정 선박직원법에 따라 현재의 ‘한국해기사협회’로 개명했습니다. 2008년엔 민원센터가 개설되고, 2018년에는 ‘한국선장포럼’을 발족했습니다. 2019년에는 종합서비스센터와 해기사 라운지를 마련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해기사들을 위한 부대 시설이 미비해 협회에서 복지, 해외 취업 알선, 취업 추천, 교육·훈련 등 해기사들에 대한 제반 사항을 도맡았습니다. 그 후 체계적인 국가 지원이 있어 해기사 취업 알선 및 복지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로, 교육·훈련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으로 이관, 현재 협회는 해기사들의 친목, 위상제고와 권익신장, 해기기술 도야, 해양사상 홍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국가와 해사 산업계의 발전에 해기사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운 선진국은 해운 자본이 형성된 후 해기사를 양성했으나, 우리나라는 해운 자본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고급 해기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했고, 이들이 우리나라 해운과 해운 산업 전반의 초석이 됐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 해양대학과 국내 ‘진해해원양성소’에서 배출한 해기사들이 해방 이후 초기 해사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고, 이후 한국해양대학교 출신 해기사들이 이어받아 우리나라 해사 산업계의 발전에 공헌했습니다.

먼저, 해기사들은 해군 창설을 주도하고 초기 해군참모총장 4명 등 해군 장교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초대 해운국장, 4대 해무청장 등 해운국과 해무청 주보직에 많은 해기사들이 봉직했으며, 해난심판원을 설립해 초대 중앙해난심판원장뿐 아니라 수많은 심판관, 조사관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세계 해양대통령이라고 불리는 UN 산하 IMO 사무총장도 현재 우리나라 해기사 출신이 맡고 있습니다.

 

해기사들이 외화 창출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알고 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취업이 이뤄지며 외화 가득과 선진 해사 기술을 익힘으로써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당시 해외 송출 선원들의 외화 가득액은 동일시기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의 외화 가득액의 6배에 이르렀습니다. 가성비 좋은 우리나라 해기사들을 고용하고자 하는 외국 선주들이 늘어나자, 우리나라 선원의 승선을 조건부로 ‘국적취득 조건부 나용선’이라는 제도를 운용가능케 했고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 해운이 연불로 선박을 확보하는 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해운 산업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또한, 선급과 선원·선박 관리 사업, 선박수리·정비·보급 사업 등 해사 부대사업들을 일구고 성장시키는 데에도 해기사들이 주축이 됐습니다.

 

협회장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는?

협회의 비전과 전략적 목표를 재설정하고, 3대 전략 목표인 ‘소통’, ‘대표성 확보’, ‘세력화’에 힘썼습니다. 해기사들은 바다에 떠있는 선박에 흩어져 근무하기 때문에 소통하거나 긴밀하게 조직화되기 어렵습니다. 협회는 회원들과 보다 긴밀히 소통하고 이것을 통해 조직화함으로써 해기사의 위상제고와 권익신장, 그리고 해기 기술 및 해기사 관련 정책을 선도하는 대표 단체로 거듭나고자 했습니다.

‘소통’을 위해 ‘종합서비스센터’를 확대·개설하고, ‘해기사 라운지’를 개설했습니다. 해기사 전용 APP을 개발해 운용하고, 해기사들의 육해상 구직·구인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마리너스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구축된 모바일시스템을 통해 3만 회원을 SNS로 엮어, 보다 체계적인 조직화와 세력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심화되는 해기 단절을 막고 해기전승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지속 유지토록 정부에 관철시켰고, 차세대 인력 육성 필요성과 방안의 연구와 실행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국민 해양사상 고취를 위한 책 보내기 운동 ‘바다와 사람들’ 출판 기념회의 이권희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대국민 해양사상 고취를 위한 책 보내기 운동 ‘바다와 사람들’ 출판 기념회의 이권희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최근 해기사 수급, 고용구조 개선, 해기전승(海技傳承) 로드맵 마련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우리나라 경제의 약 70%는 무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무역량 99.7%는 선박에 의해 운송됩니다. 그러나 현재 젊은이들이 선원직을 기피해 해기사의 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하위직 승선 해기직에 외국해기사의 고용이 늘어나 직급별 분포는 ‘가분수형’입니다. 이대로라면 10~15년 후엔 해기 단절이 시작될 것이며, 해사사회와 해사산업은 붕괴될 것입니다.

해기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해기전승 로드맵 마련과 노사정학의 선제적 노력이 급선무입니다. 우리 협회도 선주 단체, 선원노동조합 등과 함께 2019년 ‘차세대 해기 전문인력 육성 필요성과 방안 연구’를 연구 용역해 해기전승을 위한 기초 연구를 완료했습니다. 우리는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TFT(Task Force Team) 활동을 통해 해기 전승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향후 관련 단체들과 해기전승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보다 구체적인 전략 목표와 로드맵을 마련하고, 정부와 함께 실천력 있는 해기직 매력화를 통한 해기전승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파독광부나 간호사들을 기리는 기념은 이미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으나, 선원기념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최근 해운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원기념관 건립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선장포럼에 대해 설명한다면?

한국선장포럼은 선박운항을 포함한 제반 해사 기술을 조사 및 연구하여 대내외에 공유·자문하며 한국 해운과 해사 발전 및 공익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한국해기사협회의 산하 조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해사 기술의 최고 전문가 단체입니다.

선박 운항 관련 이론 분야는 학계에서, 운영 품질 분야는 선급 등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박 운항의 현장에 대한 해기 기술과 안전 분야에 권위 있는 전문 기구가 없었습니다. 지난 세월호 사고 원인에 대한 국론 분열의 원인 중 하나는 선박운항 관련 전문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계기로 선박 운항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선장포럼’을 창립하게 됐습니다. 2018년 3월부터 한국선장포럼의 설립을 준비했으며 2019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해사법상 징벌적 법정형의 적정성 연구 착수보고회
해사법상 징벌적 법정형의 적정성 연구 착수보고회

육해상을 오가며 해기사로서 CEO로서도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다. 후배 해기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1979년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팬오션’ 3등항해사로 승선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육해상직을 왕복하며 경력을 쌓아갔습니다. 경영대학원에서 MBA도 취득했습니다. 해상직으로는 선장까지, 육상직으로는 대형 선박관리회사에서 6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히 해기사를 해외에 송출하는 선원관리사업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유럽과 같이 우수한 해기 인력을 이용해 ‘종합 선박관리사업’으로 성장시켜 보자는 일념으로 ‘선박관리사업’에 올인했습니다. STX 그룹을 설득해 종합 마린서비스 회사인 ‘STX마린서비스(주)’를 창립하게 하고 대표이사를 맡아서 140여척의 선박관리, 글로벌 마린서비스 및 공급 체인 구축, 해외 디젤파워플랜트 운영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젊었을 때 가졌던 꿈을 현실화시키고, 업계를 은퇴해서도 한 사람의 선장으로서 해기사들을 위해 봉사하는 해기사협회장을 지내고 있으니 저는 행운아입니다. 소확행도 좋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매진함으로써 그 꿈을 성취해내는 기쁨을 누려 보길 후배 해기사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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