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안전관리사 자격증, 실효성 있을까?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증, 실효성 있을까?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9.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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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안전법 개정안에 업계 관심 필요

[현대해양] 「해사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2년전 발의된 개정안의 통과가 코앞이지만 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선장 권리 강화,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제도 도입, 선박안전관리기구 설립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선적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항만 근로자
선적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항만 근로자

해수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해사안전법 개정안

2019년 해수부는 「선박안전관리체제 개선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70여 명의 업계 관계자와 현장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해당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같은해 2월 「선박관리산업육성 기본계획(2019~2028) 수립 연구」 보고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보고서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총 1,800명의 선박관리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섭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 사무관은 “당시 선박(안전)관리산업 관련 연구가 몇 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9년 9월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외 10명의 의원들이 「해사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몇 건의 연구용역 결과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들과 개선 방안 및 당시 해수부가 내부적으로 세운 대책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제도 신설(제61조) △선장 권한 강화(제45조) △(가칭)선박안전관리협회 설립(제97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자격제도 응시 자격 및 시험 방법 등 세부내용은 대부분 ‘대통령령’에 따른다고 명시됐다. 해수부는 9,000만 원을 투입해 ‘자격제도 신설과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의 안전관리자·안전관리책임자의 경우에는 개정안이 통과되고 2년의 유예기간과 3년 간의 자격을 득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지게 된다.

개정안은 상임위 소위에서 계류중이나 지난 6월 22일 있었던 ‘해사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모든 참석자의 찬성표를 얻었기에, 통과하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 자격증·협회 신설, 선장 권한 강화

현재 선박안전관리는 ‘선박안전관리자’와 ‘선박안전관리책임자’가 하고 있으며, 이들은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을 갖춘 해기사들로 이뤄져있다. 그러나 선박 운행을 주로 해온 해기 경력이 선박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 안전관리자나 안전관리책임자의 경우 추가적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기에,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2019년 「선박관리산업육성 기본계획(2019~2028) 수립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양성교육과정 연평균 70여 명, 심화교육과정 연평균 약 90여 명을 교육했으나, 이는 계획인원(양성 100명, 심화 300명) 대비 저조한 실적’이었다.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증을 신설하고, 선박안전관리협회를 설립해 ‘선박안전관리사’들에게 주기적인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해수부의 계획이다.

이영섭 해사안전정책과 사무관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무인선박’ 등의 안전관리는 기존의 해기 경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문자격증 신설은 새로운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공급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해수부는 이 자격증을 해수분야의 전문자격증으로 키워, 해운분야의 전문인력이나 관련 공무원 및 선박 검사 분야의 또 다른 자격요건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선장 권한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선장이 선박의 문제점을 발견해 선주에게 전달하는 경우, 고용자 입장인 선주가 선장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법에 따르면 선장은 문제점을 안전관리사와 협의하고, 안전관리사는 이를 선주에게 전달해야하며, 선주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안전’에 대한 무관심?

개정안 통과가 코앞이지만 업계의 반응은 꽤 미온적이었고, 대부분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박관리회사 A씨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는 유예기간을 준다고 하니 별다른 반대는 없지 않을까”라며 “그리고 정부에서 관리하는 자격증이 도입된다는 건 강제성이 커진다는 것이고, 업무 진행 시 따라야할 절차가 늘어나는 거라 편의성이 줄어든다는 점은 문제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운 관계자 B씨는 “미리 손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청회에 온 사람들은 다들 찬성했다”며 “개인적으로는 기존 해기사들도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개정안이 통과된 것과 마찬가지니 다른 의견은 내지 않았고, 아마도 다른 반대 의견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선박안전관리 관련 학과의 B 교수는 자격증 자체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는 “안전관리라는 것은 정부나 기관이 강제하는 것보다는 현장의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관리하는 문화가 조성되는 게 최선”이라며 “강제적인 조항이 생기는 것은 형식적인 눈가림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해운조합은 현행에서 선박을 한두 척 소유한 영세 해운사의 경우 선박소유자가 직접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는 면제조항의 현행 유지를 요구한 것 외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 측은 영세 해운사 면제는 현행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그 외 선박관리사협회나 해운협회에서도 특별한 의견은 없었다.

이 사무관은 “이전에도 꾸준히 홍보를 해왔다”며 “그러나 업계 사람들에 당장 피부로 와닿는 내용은 아니고, 아직 시행 단계 전이기에 관심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문성 한국항만경제학회장은 “해수부가 주관했으나 시의성도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발적 관리는 제대로 진행됐을 땐 좋지만, 그러지 못했을 경우 판단 근거와 매뉴얼,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부분이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제도를 위한 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선 업계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먼저이고 정부에서도 더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이더를 점검하고 있는 해기사
레이더를 점검하고 있는 해기사

사문화 법률이 되지 않도록

그 외 개정안에는 자격증의 기준, 자격을 가진 이들의 수당, 국가자격증으로 관리할 경우 유지 방안, 국제 규약과의 연계성, 해운선진국 선박안전관리와의 격차 등 고민해야 할 세부적인 내용이 여전히 산재해있다.

서 회장은 영세업체 면제 조항을 지적했다. 그는 “선박사고는 어떤 배에나 발생할 수 있고, 대형사고로 커질 우려가 큰데, 이러한 면제 조항은 안전의 사각지대를 키우는 격”이라며 “기업의 부담을 경감해주길 원한다면 면제해주기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안전관리사를 지원해주는 방향이 어떨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해외의 선박관리 노하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선진 해운국인 유럽,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은 다양한 해운 정책과 제도를 통해 선박관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세계 7대 해운국이자 세계 제1위 조선국인 우리나라의 선박관리산업은 매우 영세한 규모다.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높은 빈도수로 언급되는 주제 두 가지는 바로 안전과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과 올 4월 평택항 사고 등으로 안전과 환경에 대한 요구는 더더욱 커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역시 선박의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해운법, 선원법, 선박안전법 개정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고, 사문화(死文化) 법률이 되지 않도록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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