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 한반도 어장지도가 바뀐다 - 2021 어종 변화 보고서
펄펄 끓는 지구, 한반도 어장지도가 바뀐다 - 2021 어종 변화 보고서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9.08 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책,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현대해양] 기후위기로 바다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 해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반도 주변을 자유롭게 유영하던 생물들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어장지도,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해양에 닥친 기후변화 위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 세계 수온이 ‘펄펄’ 끓는다

지난 7월,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해양생물들의 실태가 공개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컬럼비아 리버키퍼(Columbia Riverkeeper)는 컬럼비아강의 연어들이 폭염으로 급등한 수온에 피부 살점이 벗겨진 채 유영하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회유성 어류인 연어는 바다에 살지만 산란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다. 여름철 알을 낳기 위해 유영하던 연어는 20도 이내의 수온을 유지해 오던 컬럼비아강이 폭염으로 21도까지 높아지자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7월 초부터 연어 영상을 촬영해 온 컬럼비아 리버키퍼 회원 브렛 밴던호리벌은 “앞으로 강물이 더 뜨거워진다면 더 많은 연어가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빨라지는 해양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지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온상승률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지난 53년간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2도 내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역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0.53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연어들이 폭염으로 급등한 수온으로 피부 살점이 벗겨진 채 유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_컬럼비아 리버키퍼)
연어들이 폭염으로 급등한 수온으로 피부 살점이 벗겨진 채 유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_컬럼비아 리버키퍼)

기후변화 위기 ‘심각’

최근 53년간의 한반도 주변 해역 연평균 표층수온 변동 수치는 빠르게 뜨거워지는 바다의 상황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의 평균 수온은 1968년 16.1도에서 2020년 17.4도로 1.3도가량 올랐다. 세부적으로 동해 표층 수온은 15.9도에서 17.8도, 남해는 17.9도에서 19.2도, 서해는 14.4도에서 15.3도로 전 해역 수온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한인성 연구관은 “2010년도에 접어들면서 계절적 특성 역시 변화하고 있다”며 “여름철에는 폭염에 따른 고수온 현상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겨울철에는 혹한과 같은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여름철은 고수온, 겨울철은 저수온으로 인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7월은 우리나라 해양 평균 수온 관측이 시작된 1998년도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승협 기상청 해양기상과장은 지난달 25일 ‘해양기후변화 현황 및 시나리오 추진 계획’ 발표에서 올해 7월 평균 수온이 최근 10년 평균보다 2.5도 높은 24.9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무더웠던 2018년 여름의 수온인 24.3도보다도 0.6도 높은 수치다. 유 과장은 “7월의 고수온은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나오는 덥고 습한 공기와 짧은 장마, 맑은 날씨에 따른 강한 일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나타났다”고 설명했으며, 이어 “인간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해양 온난화, 해양 산성화, 해수 팽창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위험 기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바다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데,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해양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능이 점차 약해진다”라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근 53년간(1968~2020년) 한반도 주변해역 해역별 연평균 표층수온 변동 경향 (자료_국립수산과학원)
최근 53년간(1968~2020년) 한반도 주변해역 해역별 연평균 표층수온 변동 경향 (자료_국립수산과학원)

변화하는 어장지도

변화하는 어장지도
변화하는 어장지도

한반도 주변 해역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 어획되던 주 어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해역별로 살펴보면 남해는 1980년대 이후 멸치, 고등어, 살오징어, 삼치 등의 어획량이 증가했고, 갈치, 강달이 등의 어획량은 감소했다. 쥐치류와 정어리는 1980~90년대까지 높은 어획량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자원이 거의 고갈된 상태다. 서해는 멸치, 꽃게, 굴류 등의 어획량이 증가했고 갈치, 강달이, 갑오징어, 뱅어류는 감소했다. 동해는 상오징어, 붉은대게, 문어류, 청어, 가자미류 등이 증가한 반면, 멸치, 쥐치류, 꽁치, 양미리 등은 감소했다. 특히 명태는 1980년대에 연 어획량 최대 30만 톤을 기록하는 등 높은 어획량을 기록했으나, 90년대에 크게 감소하면서 이후 자원이 고갈됐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박사는 “전체로 볼 때 1980년 이후 연근해에서 어획된 연대별 어종별 비율은 과거에 비해 어종이 단순화되고 있다. 특정 어종이 높은 어획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고 설명했으며, 이어 “명태와 도루묵 같은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감소하고 고등어, 오징어, 멸치 같은 난류성 어종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고등어, 오징어, 멸치 등의 표층성 부어류는 증가하는 반면, 갈치, 강달이류 등 일부 저어류는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온으로 오징어가 녹는다”

한반도 주변 어종 변화 (자료_국립수산과학원)
한반도 주변 어종 변화 (자료_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는 어장을 뒤바꿀 뿐 아니라 어업인의 생계와도 직결된다. 지난 7월, 충청남도 태안지역에는 오징어 풍년이 들었다. 동중국해로부터 서해 쪽으로 난류가 유입되면서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어장이 서해에 형성된 것이다. 반면, 동해안 어업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서해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된 탓에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이 최근 몇 년째 지지부진했기 때문. 박일래 울릉군 저동어촌계장은 “7월에는 이상기후 고수온으로 평년보다 오징어가 나지 않았다. 오징어가 좀처럼 잡히질 않으니 일부 어업인들은 ‘오징어가 녹아서 없어진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그는 고수온의 영향으로 햇빛을 받은 바닷물은 솥에 물 데우는 것처럼 뜨거웠다고 덧붙였다.

김봉태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 같은 고수온 현상은 영세한 어업인에게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어획할 수 있는 어종이 계속 바뀐다고 가정했을 때, 어업인들은 목표 어종을 찾아 더 먼 바다로 나가게 되면서 많은 유류비를 소모하는 등 어업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근해어업은 기업단위, 혹은 큰 선단을 구성해 출항하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안어업을 해 오던 비교적 영세한 어업인들은 경제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고수온의 영향으로 어업뿐만 아니라 양식어업인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연안 양식장 지난 여름 발생한 고수온으로 111억 원이 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고수온 특보 기간 경남 통영, 거제 등 5개 시·군 166어가에서만 761만 4,000마리의 양식생물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약 111억 800만 원 규모의 피해규모다.

 

기후변화, 한반도에는 ‘적색경고’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표충 수온으로 제주 연안에서는 열대성 어류가 빈번하게 출현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청새치, 제비활치류, 보라문어 등 약 65종의 아열대성 어종이 제주 연안역에 출현하고 있다. 또, 필리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서식하던 참다랑어가 제주 해역까지 북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다랑어의 경우 상당한 고부가가치 어종으로 어업인들은 기후변화로 높은 소득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바로 참다랑어 쿼터제 때문이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한반도에서도 참다랑어가 잡히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참다랑어 쿼터제(어획제한량)가 비교적 적게 배당돼 있다”며 “따라서 고부가가치 어종인 참다랑어를 많이 어획하더라도 쿼터를 넘어서는 순간 불법어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헐값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 규약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 닥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해역에서 양식할 수 있는 품종이 극히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응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로 양식 어장 역시 변하게 되는데, 한반도 해역이 적정 수온 범위를 넘어설 경우 우리 어업인에게 크게 도움이 될 만한 품종은 새우 외에는 거의 없다”고 전했으며, 이어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수온이 올라가면 어류가 북상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수온 상승으로 되려 남하하는 어류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얻는 이익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올 여름 고수온으로 양식장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다. (사진제공_수협중앙회)
올 여름 고수온으로 양식장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다. (사진제공_수협중앙회)

“기후변화 대응, 정확한 어획량 통계에서부터”

기후변화 시대에서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조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혹한 현실이 눈앞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어획량이 파악되지 않아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뱀장어를 제외한 수산물에 대해 임의상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어업인이 어획한 수산물을 수협 위판장을 통해서만 유통하도록 하는 의무상장제가 어업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수산물 임의상장제와 의무상장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현행되는 임의상장제로는 정확한 어획량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김도훈 교수는 “최근 멸치는 여름수온이 높아지면서 주 산지인 통영이 아닌 목포나 포항 해역에 어장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멸치는 안강망 조업으로 어획되고 있으나 지금은 기선권현망으로 잡히는 멸치 어획량만 기록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멸치가 예년보다 많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질적 통계치를 보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어획량 기록으로 남지 않는 안강망 멸치가 서울 가락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등 전국 각지의 대규모 수산물도매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어 어획량 통계치는 줄고, 시장으로의 멸치 반입량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김 교수는 “어획량 조사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정확히 파악해야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어획량뿐 아니라 생물에 대한 연구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수산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반도 해역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생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수온 변화에 따라 생물의 서식지, 산란시기, 자라는 환경 등도 달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전반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온변화와 같은 정량적 분석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어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자원 변동은 바닷속 플랑크톤, 영양염 류 등 모든 것이 종합돼 나타나기 때문에 수산과학 연구자들이 모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해양수산부에서 준비 중인 4차 기후변화 종합 계획에 이러한 연구과제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실효성 있는 연구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정책이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환경 및 생태계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수산자원 정책은 과도한 어업활동에만 책임을 무는 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어장 생태계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수산분야에서는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해 수십 년째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어장의 생태 환경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는 특정 어종이 잡히지 않으면 수산자원이 고갈됐다며 이에 대한 첫 번째 원인을 남획하는 어업인 혹은 중국어선의 과도한 어업행위로 꼽는다”며 “그러면서 뒤에서는 생태계 기반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양수산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 자원 이동과 수산자원 고갈 문제에는 어업인이 관여하기 때문에 어업활동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수산자원의 고갈의 원인을 생태계 변화에 의한 현상인지, 어업 활동에 따른 변화인지 파악하지 못한채 어업인에게 책임을 무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어업인들의 정부 정책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해양 환경에 대한 교육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어장지도가 바뀌고, 잡을 수 있는 어종이 달라지면서 정부에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정책이나 어업정책 등을 펼 텐데,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사용되려면 현장에서 일하는 어업인들이 지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기반 되지 않는다면 정책을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그는 “해수부는 이러한 과정을 ‘교육’으로 풀었으면 한다. 입시를 위한 해양 교육이 아닌 ‘바다와 바다 자원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해양 교육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