⑲ 연평도 조기 파시, 다시 볼 수 있을까?
⑲ 연평도 조기 파시, 다시 볼 수 있을까?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8.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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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파시(波市)는 바다 섬이나 연안 포구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 전국에서 모여든 어선 어민들과 상인, 접객업자들이 이루는 어시장이었다. 계절에 따라 대상 어종 어장이 남북으로 이동하면 어선과 접객업자, 상인들도 따라 이동하고 어기가 지나면 조용한 마을로 되돌아갔다. 지금은 연안 육지 시장 일대를 합친 어촌취락을 통틀어 파시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파시평(波市坪)이라고도 했는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지리지 영광군편에 첫 기록이 나온다. 봄과 여름 사이에 여러 곳에서 온 어선들이 그물로 조기를 잡아 팔았으며, 관청에서는 세금을 거두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라남도 영광 앞 칠산바다에는 19세기 한 때 전국에서 온 수천 척 배들이 모여 들어 팔도에서 모두 먹을만큼 조기를 잡았다고 한다. 파시는 주로 서해안을 따라 있었는데 흑산도 예리, 자은도 고장리, 임자도 재원리, 비금도 신원리, 위도, 칠산바다, 연평도, 어청도, 용호도 파시가 유명했다.

 

인문학에서 바라본 참조기

수산학은 자연과학의 한 분야지만, 물고기를 둘러싸고 세계 공통으로 문화가 발달해왔다. 수산생물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모양이다. 역사와 문화에서 대구가 서양을 대표하는 물고기라면 우리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굴비 재료인 참조기다.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는 민어과(Sciaenidae)에 속하는 어종으로 전 세계에 비슷한 종들이 분포한다. 미국 유학시절 1996년 처음으로 체사피크만에서 연구선을 타고 나가 중층트롤로 대서양조기(Micropogonias undulatus)를 처음 잡아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조기와 마찬가지로 꿀꿀하고 우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저서어류라서 갑자기 잡혀 올라오면 부레 압력 차이로 기절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부세, 수조기, 백조기와 같은 비슷한 종이 있는 것처럼, 미국 대서양에도 조기와 비슷한 어종들이 여럿 있어 흔들리는 배 위에서 바로 분류하기가 어려웠다. 꼬리 모양을 보고 구분하는 것이 가장 쉬운 분류법이라는 것을 그 때 체득했다.

당시 우리나라 굴비 큰 것은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에서 한 마리 30만원 가까이 한다고 했더니, 당시 지도교수는 대서양조기를 한국으로 수출해보면 돈을 크게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대서양조기를 낚시로 잡아 집에서 회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다들 맛있다고 했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립해양박물관장 주강현 박사가 1998년에 ‘조기에 관한 명상’을 펴냈다. 이 책은 올해 ‘조기 평전’이라는 책으로 새로 펴내 인문학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참조기 역사와 문화를 다시 다루고 있다. 책 마지막에서는 황해에서 거의 사라진 조기와 파시로 대표되는 관련 문화유산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남획과 기후변화를 간략히 언급하고 있다.

 

황해서 참조기가 사라진 원인

그럼 수산학에서 보았을 때 황해에서 참조기가 사라진 원인은 무엇이며, 과연 조기가 다시 돌아와 연평도 파시를 다시 볼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참조기 관련 어획 자료를 국가기밀로 여기기 때문에 관련 자료도 구하기 힘들뿐더러 학술 논문도 별로 나와 있지 않다. 국제학술지를 뒤져봐도 참조기 생태와 어획고 변동에 관해 우리나라 수산학자들이 펴낸 논문은 내가 석사 마치고 우연히 구한 참조기 국내 어획고 자료를 가지고 25년 전쯤 게재한 논문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중국에서는 칭다오 황해수산연구소를 필두로 참조기에 관한 국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다.

공개도 안하고 논문으로도 발표하지도 않을 자료라면 왜 국민 세금 들여 수집하고 꼭꼭 보관하는지 그 사연은 참으로 종잡기 힘들다. 그럼에도 25년이 지나 여기저기서 어렵게 구한 출처불명에 불확실한 국내 어업 자료를 토대로, 또 최근 중국 연구성과를 가지고 과연 황해에서 참조기가 사라졌는지, 만약 사라졌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한번 되짚어보도록 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황해 참조기와 어업은 지난 100년 동안 다음과 같은 큰 변화를 겪은 것으로 짐작한다.

1. 서식지가 남쪽으로 내려갔다.

2. 영세적인 연안어업에서 현대화된 근해어업으로 바뀌었다.

3. 주어기가 산란기 무렵인 봄여름에서 월동기 무렵인 가을겨울로 바뀌었다.

4. 가깝고 얕은 연안 산란장에서 깊은 황해 중간 월동장으로 주조업 구역이 바뀌었다.

참조기 밀도 분산

그림 1. 황해 지형도. 참조기가 주로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깊이 50~100 m 해역은 빨강색으로 표시했다.
그림 1. 황해 지형도. 참조기가 주로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깊이 50~100 m 해역은 빨강색으로 표시했다.

 

<그림 1>은 황해 지형도이다. 등고선은 수심(m)을 나타내는데 참조기가 주로 서식하는 50~100m 수심 해역은 빨강색으로 표시했다. 황해 최대 수심은 국내 해양학자들은 남쪽 홍도 부근 105m라고 하고, 위키피디아에서는 북쪽 발해만 중간 152m라고 한다. 가서 직접 재어보지 않는 한 어느 것이 옳은지는 확인하기 힘드나, <그림 1>은 미국 해양대기국 위성관측자료(ETOPO2)로 그린 것이다.

황해 표층 수온은 2월에 가장 낮고 점차 올라가 8월에 가장 높아졌다가 다시 내려간다. 그러나 지도에서 빨강색으로 표시한 깊은 곳에서는 황해저층냉수라고 하는 차가운 물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한다. 이 황해저층냉수는 육지나 표층과는 달리 4월부터 수온이 올라가면서 참조기가 연안 산란장으로 이동한다. 저층냉수 수온은 12월에 가장 높아지고 이듬해 2~4월에 가장 낮아진다.

25년 전 ‘Fisheries Oceanography’라는 당시 갓 생긴 국제학술지에 실린 내 논문에서는 약 75m 깊이에서 이 황해저층냉수 수온이 높을수록 1년 뒤 참조기 어획고가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1970~1988년 자료를 가지고 감지해내었다. 1980년부터 우리나라 참조기 어획고는 꾸준히 줄어들어 1988년은 가장 낮았는데 그 뒤 다시 늘었다(<그림 2>).

그 뒤 20년가량 지나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에서 2014년 한국수산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이 황해저층냉수가 남서쪽으로 확장될수록 참조기 어장 공간 범위가 넓어지고 참조기 밀도가 분산되므로 결국 참조기 어획고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1985~2010년 어획고 자료를 가지고 감지를 해내었다(임유나 등 2014). 황해저층냉수가 수축될수록, 다른 말로는 저층수온이 올라가 참조기 공간 분포가 수축되어 참조기 밀도가 높아질수록 어획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내 논문 결과와 일치한다. 저층수온이 높아질수록 참조기 어획고가 늘어나는 경향은 중국 논문에서도 확인해주고 있다(Lin et al. 2011 등).

또 중국쪽 황해에서는 표층수온이 높아질수록 참조기 성숙체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를 했다(Li et al. 2011). 좀 이상한 건, 중국 젊은 연구자들은 참조기 논문 쓰면서 1997년 내 논문을 꼭 인용하는데, 우리나라 젊은 연구자들은 읽어본 적이 없는지 아니면 일부러 뺀 것인지는 몰라도 인용을 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중국이 공통으로 참조기가 남획으로 자원량도 줄고 성숙체장이나 평균체장도 줄어들고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데, 어획사망률을 추정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래한 ‘카더라’에 지나지 않는 풍문이라고 지난 2020년 11월호 연재(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34)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중국측 논문에서도 참조기 남획이 종종 언급되어 그 출처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중국 밖에서는 접근을 막아놓아, 한국 수산계에서 유래한 ‘카더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심증만 있고 확인해볼 수는 없다.

 

중국 어획량 40배 이상 늘어

<그림 2>는 1950~2016년 황해에서 국가별 참조기 연간 어획고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1~5만 사이에서 약 10년 주기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1990년 이전 약 1만 톤에서 꾸준히 늘어 최근에는 40만 톤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남획을 해서 자원량이 줄어들고 있다는데, 정말 그렇다면 어획고는 어떻게 40배 이상 늘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중국이나 한국 수산계에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참조기 어획고나 서식지 변화, 성숙체장이나 평균체장 변동은 어업이나 남획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같은 해양환경변동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 즉, 참조기 어장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는 가장 큰 원인은 황해 해양환경, 특히 황해저층냉수 변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황해는 서식지 북방한계이므로 참조기가 살아가는 데는 가혹한 환경조건이라고 짐작한다. 따라서 아래 동중국해 참조기에 비교해서 황해 북쪽 참조기는 왜대구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자라지만 성숙은 더 빨리할 것으로 짐작하는데, 중국쪽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Li et al 2011), 우리나라에서도 연구를 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림 2.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국가별 참조기 어획고 (1950-2016)
그림 2.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국가별 참조기 어획고 (1950-2016)

 

어장, 어기 변화

<그림 3>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수산연구팀이 추정한 2000년대 참조기 어장과 기후변화에 따른 어장 변동을 예측한 것이다. 연평도에서 참조기 파시가 활발했던 일제강점기까지는 황해 연안에서 어살이나 소형 연안어선으로 참조기를 잡았지만, 해방 후 어선이 꾸준히 현대화되면서 조업해역은 남쪽으로 내려가 대형 근해어선이 제주도와 상하이 저우산군도 사이 동중국해 먼바다로 나가 주로 잡았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렇게 참조기 주어장이 황해 중간 연안에서 제주도 서남쪽 월동장으로 내려가면서 주어기도 연안 4~6월에서 근해 10~12월로 점점 바뀌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이후 서해 조기 파시도 점점 사라졌다.

그림 3. 참조기 어획고 분포 (위: 2000년대, 아래: 미래 기후변화 예측)출처_ https://www.grida.no/resources/7338)
그림 3. 참조기 어획고 분포 (위: 2000년대, 아래: 미래 기후변화 예측)출처_ https://www.grida.no/resources/7338)

북태평양에서 큰 기후 체제 변화가 있었던 1980년대 후반 이후로는 우리나라 근해어선 참조기 조업구역이 다시 북상하면서 최근에는 추자도 부근과 그 북서쪽 한중 과도수역 경계에서 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 4>).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도 앞으로 참조기 어장이 북상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는데(<그림 3> 아래), 우리나라 참조기 어획고 자료에서도 1986년부터 2019년까지 북위 33°30´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34°00´황해 중간 한중 과도수역으로 꾸준히 북상하고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그림 5>).

그림 4. 2019년 우리나라 어선어업 참조기 어획고. 빗금 친 해역은 한중 잠정조치수역(중간)과 과도수역 (양쪽).
그림 4. 2019년 우리나라 어선어업 참조기 어획고. 빗금 친 해역은 한중 잠정조치수역(중간)과 과도수역 (양쪽).
우리나라 참조기 어획고 중심 위도 연 변동 (1986-2019, 출처_ Jung, S., et al. 2014. Latitudinal shifts in the distribution of exploited fishes in Korean waters during the last 30 years; a consequence of climate change. Reviews in Fish Biology and Fisheries 24: 443-462)
그림 5. 우리나라 참조기 어획고 중심 위도 연 변동 (1986-2019, 출처_ Jung, S., et al. 2014. Latitudinal shifts in the distribution of exploited fishes in Korean waters during the last 30 years; a consequence of climate change. Reviews in Fish Biology and Fisheries 24: 443-462)

 

황해 서쪽 중국측 해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참조기 밀도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 6>). 따라서 중국이 2000년대 들어 최근 연간 40만 톤까지 참조기를 주로 잡은 장소는 황해 중국측 영해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경계인 한중잠정조치수역과 과도수역, 그리고 그 남쪽 동중국해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또 이 경계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은 한국 어선과 경쟁에서 압도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5만 톤 이상 못 잡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온갖 수산업법 규제로 우리 어선들이 참조기를 제대로 잡을 수 없게 하고 오히려 중국 어선만 이롭게 하고 있음은 지난 2021년 1월호 연재(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12)에서도 설명했다. 한중어업협상만 제대로 해도 우리나라 참조기 어획고를 크게 늘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6. 중국 저인망 조사 참조기 생체량 밀도 분포 (kg/km2, 2001-2017)(출처_ Han Q, Grüss A, Shan X, Jin X, Thorson JT 2021. Understanding patterns of distribution shifts and range expansion/contraction for small yellow croaker (Larimichthys polyactis) in the Yellow Sea. Fish Oceanogr 30, 69-84.)
그림 6. 중국 저인망 조사 참조기 생체량 밀도 분포 (kg/km2, 2001-2017)(출처_ Han Q, Grüss A, Shan X, Jin X, Thorson JT 2021. Understanding patterns of distribution shifts and range expansion/contraction for small yellow croaker (Larimichthys polyactis) in the Yellow Sea. Fish Oceanogr 30, 69-84.)

 

물고기는 다시 돌아온다

정리해보자. 1970년대 이후 사라졌던 연평도 조기 파시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지구 온난화로 황해저층냉수는 점점 축소되고 저층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참조기 어장은 점점 북상하여 연평도에서도 조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올해 대청도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참조기를 2톤 잡았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5.28일자 인천투데이, 서울신문). 자연과 바다생물은 큰 순환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사람은 옛날로 되돌아갈 수 없다.

어획 효율이 높은 현대화된 근해어업에서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어살이나 연안 안강망과 같은 옛 어법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옛날이 그립다고 더운 여름에 에어컨이나 냉장고 없는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문화체험 관광으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옛 어법과 어구로 조기를 잡아 파는 파시를 운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또 관련 민간신앙과 역사도 박물관에서 기록으로 잘 남기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민과 객주, 접대부들이 흥청망청 떠들고 놀았던 옛날 그 정취는 다시 살리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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