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5] 면허의 기준 설정이나 기준 충족 여부의 판단도 재량행위일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5] 면허의 기준 설정이나 기준 충족 여부의 판단도 재량행위일까?
  •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8.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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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포-소매물도 간 항로 사건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마흔다섯 번째 여행의 시작>

종종 언급되지만, 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계적으로 집행을 하여야 하는 행위를 기속행위, 요건을 충족해도 여러 가지 효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면 재량행위라고 합니다. 여객운송사업면허와 같이 특정인에게 권리를 주는 행위들은 수익적 행정행위라고 하며, 보통 재량행위가 됩니다. 즉, 법률상 요건에 맞다고 해서 반드시 면허를 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지 않는다는 판단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률상 요건을 설정하거나 요건에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에도 재량이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A는 2011. 7. 20. 마산지방해양항만청장인 B에게 장승포-소매물도 항로구간(이하 ‘이 사건 항로’)에 대하여 내항 정기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신청을 하였습니다. B는 2011. 8. 5. 신청 항로(장승포-소매물도) 인접에 같은 항로로 간주되는 항로(저구-소매물도)가 있고, 그 항로에 이미 취항하고 있는 정기여객선 2척이 있으며, 위 2척과 A가 신청한 여객선 1척을 합한 수송수요(평균승선 및 적취율)가 12%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불허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가 B의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 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과 2심은 장승포항과 저구항은 육로상 30.90km 떨어져 있고, 두 항구를 연결하는 도로가 좁고 굴곡이 심하여 그 이동시간이 승용차로도 약 55분 정도 소요되는 점, 이 사건 처분 당시 두 항구 사이를 운행하는 대중교통은 1일 2회 운행하고 그 운행시간이 약 1시간 37분인 시내버스뿐이었던 점, 그 외에도 고현과 저구항 사이를 1일 5회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있으나, 이를 이용하여 장승포항에 이르기 위해서는 환승을 하여야 하는 점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기항지 간의 이동거리, 도로여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장승포항과 저구항은 대체이용이 곤란하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항로와 저구-소매물도 항로(이하 ‘기존 항로’)는 해운법 시행규칙 제4조 소정의 같은 항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두 항로가 같은 항로임을 전제로 해운법 시행규칙 제4조 제1항에 따른 수송수요 기준을 적용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A가 승소하였습니다. 그러자 B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쟁점>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의 기준을 설정하거나 기준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행정청의 재량일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두13440 판결>

제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는 특정인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수익적 행정행위로서, 당해 항로의 수송수요, 선박계류시설 등의 적합성, 해상교통의 안전, 이용자의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재량행위에 속한다.

관계 법규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의 기준을 설정하거나 그 기준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것 역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관할 행정청이 위 고시에 규정된 ‘대체이용 가능성’ 여부를 심사한 것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항로의 출발지와 기존 항로의 출발지가 각 거제도 내의 장승포항과 저구항이고, 그 중간 기착지는 각 대매물도 당금항 및 대항이며, 종착지는 각 소매물도이어서 출발지를 제외하면 기항지가 대부분 중복되는 점, 저구항과 장승포항의 거리, 이동시간,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양자가 동일한 생활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기존 항로의 운송업체인 C는 2003. 9. 23. 설립되어 장승포-소매물도의 내항 부정기 여객사업을 운영하다가 2004. 4. 8. 2항로로 와현-소매물도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사업계획변경신고를 하였고, 같은 해 11. 9. 기점을 저구-소매물도로 변경하였으며, 2008. 10.경부터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받아 정기 여객운송업도 운영하고 있는바, 장승포항과 저구항이 대체이용이 곤란하다면 그와 같은 사업계획변경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B가 이 사건 항로와 기존 항로가 대체가능한 항로로서 같은 항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 사정만을 들어 기존 항로와 이 사건 항로가 대체이용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기존 항로를 시행규칙 제4조 소정의 같은 항로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여, 이 사건 항로와 기존 항로가 같은 항로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시행규칙 제4조나 고시 제2조의 해석 및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조금 복잡한 면이 있지만, 결국 인접한 것처럼 보이는 두 항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B는 두 항로가 인접하였다고 판단했고, 1, 2심은 각 항로들이 인접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B는 두 항로가 인접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재량도 가지고 있으므로, B의 판단이 틀린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 B의 판단은 적법한 것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마흔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재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준을 사용하지 말고, 재량권자로 빙의하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재량권자로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면 엄격한 기준에서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량행위로 존중받을 수 있으므로, 재량행위 앞에서는 항상 역지사지의 정신을 상기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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