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4] 선박에 의한 해상운송사업은 반드시 선박의 소유자만이 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4] 선박에 의한 해상운송사업은 반드시 선박의 소유자만이 할 수 있을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8.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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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용선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마흔네 번째 여행의 시작>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들 합니다. 집전화와 공중전화만 있던 시절에서 일명 ‘삐삐’가 나온 후, 이제는 휴대폰이 대중화되어 집전화가 없는 집들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보통 법을 생각하면 로마법 시대의 법을 아직 그대로 쓰는 듯한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법전이라는 것이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으니 그 안의 내용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은 사회와 국가 전체를 규율하기 때문에 집전화, 삐삐, 휴대폰으로의 변화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하게 됩니다. 결국 법도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사람마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법에서도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과거에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A는 선박 B를 소유하여 약 15년 전부터 진도 해창과 목포 사이를 1일 1회 당일 왕복 취항하는 선박 운항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B를 이용하여 계속 운항 중이었습니다. 목포지방해운국장은 1968. 4. 29. 해상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서 정부지원 하에 대체 건조되어 목포를 출발 진도를 거처 조도-만재도 간을 운항토록 되어 있는 C운수 소유 D호에 대하여 그 항로 면허를 변경하여 해상 교통이 지극히 편리한 목포에서 진도 해창 간만을 1일 2회 취항하도록 선박 운항사업 변경인가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A는 C운수에 대한 위 변경인가는 A가 선박 B에 대하여 이미 면허를 받아 취항하고 있는 기득권을 침해하여 영업상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A가 1968. 8. 5.경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박 B의 소유권을 소외 E주식회사로 이전하였으므로, 선박 B에 대한 소유권을 이미 상실한 A로서는 위 처분으로 현재 권리 침해를 받고 있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그 취소를 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이 패소판결에 대해 A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쟁점> 

선박에 의한 해상운송사업은 반드시 선박의 소유자만이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70. 3. 31. 선고 69누124 판결>

원심은 A가 그 소유 선박 B호로 진도 해창과 목포간의 해상운송사업을 15년 동안이나 해 내려오다가 1968. 8. 5. 위 선박 B호를 소외 E주식회사에 팔아버려 그 소유를 잃었으니 A는 목포지방해운국장의 처분으로 권리침해를 입는 지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A의 본소 청구를 본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배척하였다.

그러나 선박에 의한 해상운송사업에 있어 그 사업은 반드시 선박의 소유자만이 이를 할 수 있다고 볼 아무 근거가 없고 선박의 용선으로서 얼마든지 해상운송을 하고 있음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런 법리와 사실에 눈을 감고 A가 오래전부터 해 내려오던 해상운송사업을 걷어치워 위 행정처분으로 직접 침해될 권리를 잃었다든가 제소 외 법률상 이익이 없어졌다든가의 여부에 대한 특별사정 같은 것을 심리해본 바도 없다.

그러면서 그 선박의 소유권을 A가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원심이 위와 같이 해버린 판단에는 이유불비가 아니면 심리미진의 위법을 남겼다고 하겠으니 논지는 이유있어 원판결은 도저히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판결의 의의>

원심은 1969. 2. 19. 선고된 판결로 지금으로부터 약 52년이나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 역시 1970. 3. 31. 선고되어 51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선박을 소유하지 않고 용선을 하여 해상운송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당시 원심 역시 용선으로는 해상운송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라기보다는 A가 선박 B를 매도하여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운항사업을 그만 두었다고 쉽게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들이 가지는 의미는 50여 년 전만 해도 선박의 소유권을 넘기면서 다시 해당 선박을 용선하여 운항사업을 이어나가는 구조가 최소한 원심 재판부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흔네 번째 여행을 마치며>

소송 실무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법정 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명백한 사실인데 왜 재판부는 다르게 생각하냐’, ‘아니, 이 간단한 사실을 왜 재판부는 잘 모르냐’고 푸념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됩니다.

해운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용선을 통한 사업방식은 숨을 쉬듯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러한 사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재판부로서는 과연 그런 방식이 가능하고 또 널리 쓰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간격을 메우기 위해서는 여러 자료, 전문가 등을 통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추가적인 노력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란 의외로 많지 않고, 그 사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사소한 사실이라도 재판에서의 입증이 의외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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