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톡시퀸 허용 기준 유예, 해수부의 뒤늦은 미봉책
에톡시퀸 허용 기준 유예, 해수부의 뒤늦은 미봉책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8.1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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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법 제정에 개입하지 않는 해수부 지적돼

[현대해양] 2021년 6월로 예정됐던 어류 내 에톡시퀸(사료 항산화제) 잔류허용기준 적용일이 1년 뒤인 2022년 7월로 추가 연장됐다. 조급한 법 개정으로 2019년부터 불안에 시달려 왔던 어업인들은 계속되는 해양수산부의 미온적 대응에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인 상황. 그러나 해수부는 추가 유예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갈등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늑장대응 논란 재점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 2021년 6월 26일부터 수산동물용 배합사료에 더 이상 에톡시퀸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9년 7월, 식약처의 수산물 안전기준 강화로 발암의심물질인 에톡시퀸의 어류 내 잔류 허용량 기준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규제 신설로 에톡시퀸이 첨가된 사료를 만들어오던 사료업체와 이 사료를 양식 어류에 급이해 온 어업인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에톡시퀸이 포함된 사료를 섭취한 양식 어류에 대한 에톡시퀸 성분 잔류 기간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급히 기준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에 해수부는 임시방편적 대책으로 어류 내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 적용을 2021년 6월까지 유예키로 했다. 유예 기간 동안 국내 사료 업체들은 에톡시퀸을 대체할 만한 항산화제를 구해 사료 생산에 돌입했으며 어업인들도 기준치 적합 사료를 양식 어류에 급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해수부는 어업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유예 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사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던 늑장대응 논란이 재점화됐다.

 

해수부, 어떤 대안 내놨나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조급하게 법 개정을 시행해 타격을 입은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해수부의 막연한 대응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나 다른 어종에 비해 대체 가능한 사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뱀장어 어업인은 해수부를 향해 크게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뱀장어 양식 관계자는 “수입산 사료는 에톡시퀸 기준치에 대한 검증이 불확실해 그보다 1~2만 원 비싼 국산 사료를 구해 뱀장어 품질 개선을 꾀했다. 그런데 신설된 기준을 적용할 기점이 다가오자 추가로 1년을 더 유예하겠다고 하니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이미 제작되거나 유통된 사료의 유통기한이 1년인 점과 어체 내 에톡시퀸 잔류 기간 등을 감안했을 때 추가 유예가 불가피한 것으로 논의됐다. 에톡시퀸 기준 적용 유예기간 추가 1년 연장을 식약처에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식약처에서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을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다.

해수부는 추가 유예기간 동안 양식 현장에서 에톡시퀸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 사용이 원활히 정착되고 전환될 수 있도록 충분한 소통과 점검을 하며 대응할 계획이다. 먼저 사료업계를 대상으로는 에톡시퀸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의 생상과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료업계를 대상 반기에 1회 소통하고 월 1회 점검을 실시한다. 국내 유통 사료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도 월 1회 실시하며 개정 고시 시행(6.24) 이전에 제작된 사료는 확인 후 소기 소진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어가를 대상으로는 에톡시퀸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 사용을 위해 홍보할 계획이다. 특히 어가에서 자가 배합사료를 사용하는 경우 또는 최소 출하 90일 이전부터는 에톡시퀸 무첨가 사료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 마지막으로 유예기간에는 에톡시퀸 조사를 위한 시료 채취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사료법 제정에 손 놓은 해수부 책임 있어”

한편, 이러한 대혼란은 해수부가 사료법 제정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료에 대한 기준 및 규격 기준 설정을 농림축산식품부에 맡겼기 때문에 현실과 맞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설정됐다는 것. 이윤수 (사)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농·축산물을 관장하는 농식품부가 전체 사료 생산량의 10%도 되지 않는 어류 사료 기준을 정한 것부터 잘못됐다. 수산 사료 전문 연구 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가 위 업무를 맡아야 한다”며 “사료법이 해수부가 아닌 농식품부 장관령으로 개정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편, 수산물 안정성 기준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24년 1월부터는 어류를 대상으로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새롭게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 관계자는 “어류 약품 성분에 허용 물질 이외의 성분에 대해서는 불검출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는 PLS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어류를 대상으로 시작해 전체 수산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수산물 잔류 물질에 대한 실태 파악을 성실히 이행해 에톡시퀸 사태와 같은 상황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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