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늦은 항만안전대책 수립, 실효성있나
한 발 늦은 항만안전대책 수립, 실효성있나
  • 현대해양 기자
  • 승인 2021.08.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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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안전사고, 정말 줄어들까?

[현대해양] 항만 안전관리를 관리·감독하는 항만안전점검관 제도가 내년 8월 도입된다. 지난 4월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 5월 부산신항 지게차 사고 등 항만에서의 산업재해가 연달아 발생하며 안전관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대로 높아지자 해수부에서 부랴부랴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5일 항만근로자 재해 예방을 위한 ‘항만사업장 특별안전대책’을 수립·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진 대응이며,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적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항만 근로자
선적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항만 근로자

지난 10년, 항만에서 매일 한 두명은 다쳤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작업 중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이 사고는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사전 장비 점검만 됐어도, 혹은 현장에 안전 책임자나 수신호 담당자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는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그동안 항만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해수부가 공개한 항만하역산업 사고 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항만 작업 중 숨지거나 다친 사람이 무려 2,800명에 달했다. 이는 매년 280명, 하루나 이틀에 한 명의 근로자가 항만에서 산업재해를 당했다는 뜻이다. 유형별로는 사다리나 컨테이너 등 추락 사고가 19.8%, 넘어지는 사고가 17.6%, 지게차 등과 부딪히는 사고가 16.0%, 지게차 등에 끼이는 사고가 13.7%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물류시장에서 수출입 교역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항만 하역현장에서는 대형 컨테이너나 크레인 등 대형 하역장비가 대거 도입됐고, 그에 따라 위험성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 또한, 컨테이너가 증가한 만큼 항만 근로자의 작업량도 늘어났다.

항만업 관계자 A씨는 “항만이란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곳인데, 이에 비해 근로자는 적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이 긴 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한 작업자가 여러 군데의 컨테이너 터미널의 용역업체에서 따로 일을 받아 작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3교대가 원칙이라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고, 야간 작업자도 꼭 필요하기에 당장은 어쩔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신경철 항만산업협회 이사는 “특히 컨테이너 운반을 담당하는 트럭인 YT(Yard Tractor)의 경우 야간에 근로자들과 접촉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잦아 항만공사측에 안전 보행로 등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신항의 하역작업
부산신항의 하역작업

항만사업장 특별안전대책, 안전교육

지난달 5일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은 「항만사업장 특별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이 대책은 사각지대 없는 항만 안전관리체계 구축 대책”이라고 소개했다. 항만사업장별로 총괄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항만별 항만안전협의체 구성하며, 항만안전점검관 제도를 신설해 각 항만별로 점검관을 배치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외 △해수부 내 안전관리 전담부서 신설 △항만사업장 안전기준 강화 △20년 이상 노후화된 하역 장비의 정밀 안전진단 의무화 △컨테이너 점검과 불량 컨테이너 퇴출 △항만 안전의식 제고, 안전문화 확산 등이 특별안전대책의 항목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해당 대책이 내년 8월 4일경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지 해수부 항만운영과 주무관은 “공백기 동안에도 안전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정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노사가 함께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부분이고,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 인식을 고취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이미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해수부에서도 항만운송사업자와 연관사업자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항만안전교육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올 10월경부터 항만사에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장비 구비 지원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안전장비 비용의 50% 정도를 지원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산을 요청한 상황. 그러나 노후되어 교체가 필요한 장비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없었다.

신 이사는 “장비나 크레인 등이 노후화되며 마모된 고리가 중간에 빠지는 등의 일이 자주 발생한한다. 그러나 이런 장비는 고가의 제품들이라 교체를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해수부 입장은 장비 점검이나 교체는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수부의 항만안전 리플릿
해수부의 항만안전 리플릿

애매모호한 하위법령

이번 특별안전대책은 반드시 필요했던 정책이었지만, 막상 법령을 살펴보면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우선 전국 주요 항만 11곳에 안전점검관을 두고 안전관리를 총괄하도록 하는 항만안전점검관의 경우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국내에는 무역항이 31곳, 관리 대상 업체는 무려 4,800여 곳에 달한다. 다시 말해 점검관 한 명이 100여 곳의 업체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엄기두 차관은 브리핑에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까지 연계하여 상시 점검하고 감독하겠다”고 설명했으나 현재까지도 원칙적으로는 근로감독관이 안전관리를 하도록 돼있었다는 점에서 의문점이 남는다.

서문성 한국항만경제학회 회장은 “평택항의 컨테이너 사고처럼, 연결 부위 마모나 크랙 발생 등이 일어난 경우 점검관 한 명이 추가 된다고 얼마나 관리가 될지 걱정된다”며 “1차적으로는 업체에서 관리해야겠지만, 점검관은 어디까지 감독을 할 것인지, 사고 이후 책임소재는 누구에게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개정안에는 하부시행령에 13번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있는 등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하부시행령, 시행규칙의 구체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특히, 이번 대책은 부두운영회사(TOC:Termi-nal Operation Company)가 총괄적으로 전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청 업체들의 안전관리를 관리하며 총괄책임을 지도록 한다고 되어있는데, 평택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평택항의 항만공사 설립도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준식 경남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컨테이너 점검 대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부산신항의 경우엔 절반이 환적화물이며 다른 항만에도 국제물류의 비중이 높은데, 국내법으로 동일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IMO와 협의를 하는 등 국제적 공조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항만 장비는 고가이기에 수리나 교체 등에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대책은 잘 되도록 하는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어길 시의 패널티 부과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 회장도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과징금 부과, 사업정지, 정보공개 등에 대한 언급은 많은데, 우선 시행이 중요하다”며 “항만용역사 중에는 영세한 사업자들이 많아서 사업정지 등의 패널티를 주는 부분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 외에도 △늦어지는 스마트항만 추진에 대한 우려 △원청, 재청 등 다단계 하청 관리의 어려움 △항만 안전불감증 △항만배후지 사고 대책 미비 △근로자 휴식시간 보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항만안전관리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만큼, 정부에서 안전관리를 하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스마트항만을 추진해야 하는 이 시점에 여전히 기본적인 안전관리체계도 잡혀있지 않다는 부분은 분명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또한 항만 안전의식도 이제는 정말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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