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 ‘제2의 새만금’ 되나
해상풍력발전, ‘제2의 새만금’ 되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8.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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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그린뉴딜 현실과 괴리

[현대해양]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해상풍력발전이 ‘제2의 새만금사업’이 돼 계륵(鷄肋)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정권이 바뀌면 역풍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현 정부 주요정책 중 하나다. 이 계획에 따라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2030년까지 18기로 줄이고, 2030년까지 전력부문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전환한다는 것이 실행과제다. 이 계획은 더 나아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대체 에너지)는 햇빛, 물, 지열(地熱), 강수(降水), 생물유기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것으로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해양, 폐기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중 특히 풍력발전의 경우 태양광과 함께 가장 중요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정부가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태양광, 풍력 등이 최선의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빗나간 에너지 정책?

지난 3월 유럽연합(EU) 과학연구기구인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re; JRC)가 발표한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이 중대 사고로 인한 사망자 발생 확률이 가장 높고, 미세 먼지 등 유해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원자력보다 많거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전북 서남권 2.4GW, 전남 신안 8.2GW, 울산·동남권 6GW 등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 육상풍력발전은 소음, 산림훼손, 보상 등의 문제로 주민 반발이 극심하다. 또 태양광은 국토가 좁아 한계가 있어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 가능한 곳은 사실상 해상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정부와 여당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시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해상풍력은 6개소 137.5MW이다. 여기에 지자체 공공주도사업과 민간사업자의 해상풍력 추진계획이 100개가 넘는다. 그러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 대부분 어업인들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양생태계 파괴, 조업구역 축소, 선박 항행 장애 등의 이유에 따른 것이다. 지난 6월 경남 통영 해상에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반대시위가 있었다. 어민들이 해상발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풍력발전기 설치 해역이 황금어장과 겹치기 때문이다.

선박사고도 있었다. 지난 5월 통영 해상에서 근해자망어선이 풍황 계측기 구조물에 충돌해 좌초됐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선박사고는 1만 2,632건에 이른다. 여기에다 풍력발전단지 시설로 항해에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해상풍력 지자체별 이론적-기술적-시장 잠재량 산정 결과(자료_ 한국에너지공단)
해상풍력 지자체별 이론적-기술적-시장 잠재량 산정 결과(자료_ 한국에너지공단)
해상풍력 시장 잠재량 분포지도
해상풍력 시장 잠재량 분포지도

“농어촌 파괴 풍력”

전남의 경우 더 반발이 심하다. 전남지역에서는 풍력과 태양광을 ‘농어촌 파괴 풍력, 태양광’이라고 칭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발전을 저지하는 조직도 계속 구성되고 있다. 지난 2월 4일에는 전남 12개 시·군민으로 구성된 ‘농어촌 파괴형 풍력과 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가 현 정부의 풍력과 태양광 사업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전남도의회에서 열고 재생에너지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지난달 19일 “전국의 농·어촌 곳곳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마을공동체를 술렁이게 만들고, 주민의 일상과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며 “농어촌 파괴형 사업에 결사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특별법안까지 발의해 해상풍력발전단지 시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목포)은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특별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인·허가 통합기구인 풍력발전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업부에 사무국을 두고 인·허가 면제 및 일괄처리를 통해 신속히 풍력발전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별법은 일명 원스톱샵(One-Stop Shop) 설치를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응지원단 관계자는 “특별법안은 어업인 주요 요구사항인 어업인 수용성, 해양환경성, 통항안전성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반영된 것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수산업계는 해상풍력 사업 추진 시 실질적 피해자인 어업인의 의견수렴과 동의절차 마련, 어업활동을 반영한 해상풍력 입지선정,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증 등을 요구해왔다.

반면에 특별법에서는 대규모 공공 주도 풍력발전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전지구 지정만으로 에너지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해양공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의 협의절차는 빠져 있다.

경남 어업인 해상풍력 반대 해상시위
경남 어업인 해상풍력 반대 해상시위

특별법 제정 시도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을) 의원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민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해상풍력을 이용하는 발전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12조의7에 따른 공급인증서 가중치 부여분을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조합 등에 배분하는 경우에는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정부 여당이 이렇게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재생에너지는 다 좋다’는 고정관념과 ‘원자력=해롭다’는 등식이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는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원전의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미립자 물질, 비메탄 휘발성 유기 화합물 등의 배출량이 태양광, 풍력에너지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이 원전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풍력이나 태양광이 원자력 발전소의 토지 점유 비율보다 높고 산성화, 부영양화 가능성에 있어서도 원자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기록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학 폐기물이 적다. 특히 보고서는 원전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발전의 3분의 1수준에 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탈원전국, 친원전국

이미 알려진 것처럼 프랑스, 영국, 핀란드, 폴란드, 체코, 러시아, 중국 등은 친(親)원전 국가다. 그런데 탈(脫)원전 원조 국가 스웨덴도 친원전으로 다시 돌아설 분위기다. 스웨덴도 다시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는 여론이 78%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발간하는 WNN(World Nuclear News)는 지난해 3월 스웨덴 여론조사기관 노부스(Novus)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을 막는 에너지 중에 아직 원자력발전을 대체할만한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더불어 원전 사고 위험성보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인류를 더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도 있다는 것. 스웨덴 국민이 원전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전 폐쇄 이후 상승하고 있는 전기요금 이유도 있다고.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기 발전원별 평균 판매 단가는 △LNG(116.47원) △양수(112.96원) △수력(81.86원) △석탄(78.12원) △태양광(70.0원) △풍력(69원) △원자력(59.59원)순이다(기준은 ㎾h(킬로/와트/아우어)). 이처럼 원전이 가장 싸고 다음은 풍력발전, 태양광 순으로 저렴한 판매가가 형성된다. 판매가가 높을수록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발전효율 낮은 풍력

지난 3월 5일 전남 신안 해상풍력 단지 투자협약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48조원을 투자해 8.2GW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건설하겠다. 이는 국내의 최신 원전 6기와 맞먹는다”며 해상풍력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을 호도한 것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진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정부는 최근 신안 앞바다에 48조원을 들여 8.2GW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풍력 발전 효율이 약 30%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발전량은 1.5GW 원전 1~2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3월 1일자 한국농정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해상 풍력발전 설비 투자 효율성을 원전 발전설비 투자와 비교하려면 동일 금액을 투자할 때의 실제 발전 생산 가능량을 비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 가령 48조원의 풍력 발전설비로 최대 생산능력이 8.2GW라고 하면 실제 생산능력은 2.87GW(발전효율 35%)가 된다. 그리고 실제 가동 가능기간은 20년에 그친다. 반면 원자력 발전설비는 총투자비가 48조원이라면 최대 생산능력은 8.4GW이며, 실제 생산능력은 7.7GW(발전효율 92%)라는 것. 실제 운전 가능 기간은 60년에 이른다.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대표 나연준)은 최근 성명을 통해 “신안 해상풍력단지에 투입될 48조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비의 다섯 배지만 전력 생산량은 동일하다” “송전탑 건설 비용까지 감안할 때 생산단가가 원전보다 14배 비싸고 전기료가 1.5배 이상 오르게 될 이 사업이 차기 정권에서도 추진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올 하반기 신재생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풀어나가되 해상풍력을 큰 줄기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펴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플랫폼 공사
해상풍력발전 플랫폼 공사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의 모순

탄소 중립과 탈원전 정책이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전은 사실상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電源)인데 원전 없이 탄소 배출 없는 전력 수급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나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계획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1 에너지전환지수(ETI·Energy Transition Index)’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며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주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원전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데다 단위 면적 대비 발전효율이 높아 우리나라 국토에 적합한 발전원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도 원전이지만 해상풍력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주 교수는 “터빈을 국산을 쓰느냐, 외산으로 쓰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상풍력 단가가 원자력에 비해 4~5배 비싸다”고 꼬집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행한 ‘2020 신재생에너지 백서’에서는 국내 터빈 생산 기술과 풍력기술에 대해 “풍력은 터빈 제조기술이 핵심경쟁요소로, 소수의 풍력터빈 기업과 중소 부품기업군으로 산업구조가 형성돼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혀 주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한규 교수는 또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게 (풍력기) 기둥을 세우려면 공사비가 많이 들어간다. 또 200미터 정도 높이에 올라가 날개를 수리하려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람의 세기가 약한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바람이 약해 같은 발전기를 설치하더라도 풍속이 20% 낮으면 발전량은 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원가가 올라가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어 해상풍력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원가가 높아지면 손해는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보조금(REC)이나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뀌면 원전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세계적 추세라는 의견도 있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해상풍력은 세계 추세다. 원자력과 같이 안전성을 높이면서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강조하며 ‘탈원전’ ‘친해상풍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특정 에너지만을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1989년에 시작해 30년이 넘도록 사업이 끝나지 않은, 당초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새만금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해상풍력정책 또한 새만금사업, 4대강사업처럼 ‘계륵’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호남대안포럼은 최근 성명을 내고 “해상풍력발전은 과거 새만금처럼 득표용 불쏘시개로 이용만 당하고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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