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건조·정비 산업 시스템 개선 필요하다
어선 건조·정비 산업 시스템 개선 필요하다
  • 모승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안전본부장
  • 승인 2021.08.10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승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안전본부장
모승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안전본부장

[현대해양] 어선은 화물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상선과 달리 그 규모와 어업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어구어법을 사용하는 일종의 작업선이자 생업(生業)의 공간이다. 대형 차량에서 소형 오토바이까지 모든 운송수단의 교통안전이 상호 연결되어 있듯이, 해양에서의 안전 또한 대형선박과 더불어 소형선박의 안전이 확보되어야만 연안에서의 해양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해상에서의 선박안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①양질의 건조 ②건조 이후의 정기적인 정비 ③승무원의 선박 관리역량 ④안전 항해역량으로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중 한 가지만이라도 미흡하다면 해양사고 발생은 쉽게 예측가능하다.

 

선박 생애의 안전주체별 책임활동

선박 생애의 안전주체별 책임활동
선박 생애의 안전주체별 책임활동

세계 조선시장의 선두를 달리는 국내 대형선 건조조선소는 자체 선박건조품질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관련 기술연구 또한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어선의 경우 건조·정비기술 개발과 현장애로(隘路)기술 관련 연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어선건조는 조선소의 규모나 경영의 영세함과 함께 품질관리를 위한 교육 등 체계적인 지원 없이 자체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어선 정비 산업의 경우도 정비기술자의 전문적인 교육기회가 미흡하고, 어업인의 정비품질과 정비가격에 대한 업체 불신 등이 만연한 상태다.

 

시급한 건조 조선소 품질시스템 도입

국내 중·소형어선의 재질은 목선으로 시작하여 1980년대 이후 FRP(강화플라스틱) 재질로 확대되었으며, 현재 50톤 미만의 근해어선과 소형어선 및 레저선의 대부분은 FRP 재질이 차지하고 있다. FRP 재질의 물성치(물질의 전기적·자기적·광학적·역학적·열적 성질)는 재료상태에서 물성치가 결정되어 있는 강재(鋼材)나 목재(木材)재와 달리, 완성품에서 채취한 시험편(조각)의 시험·분석을 통하여 정해지며, 물성치의 우수 여부는 건조(수지와 유리섬유 등의 적층작업)과정에서의 작업장 환경과 작업자의 작업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FRP어선 건조품질이 작업장의 환경과 작업자의 역량 등에 따라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설계·건축 전문인력과 장비기준이 요구되는 육상건축물과 달리, 특별한 시설 및 자격(교육) 등이 없이 세무서 등록과 비산먼지 신고만으로 누구나 어선을 건조할 수 있어 일부 천막 수준의 열악한 조선소도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어선의 대부분이 소형어선(10톤 미만)이어서 감리 등의 세밀한 품질관리가 비용측면에서 제도화되기 어려우며, 검사는 안전에 대한 최소기준을 확인하는 제도라서 건조품질과 성능을 확보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품질기준, 시설·환경기준, 작업자 자격·경력기준, 작업장 안전기준 등을 조선소 등록 최소기준으로 정립하고, 작업자에 대한 교육을 포함한 건조시스템에 대한 관리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높아지는 정비 산업 시스템 개선 요구

소형어선의 기관개방 정비비용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해 어업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정비 품질과 가격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못해 위와 같은 어업인들의 호소가 이어진다.

어선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을 포함하여 수많은 부품들로 구성된 복합체로, 항시 수면에 떠 있어 자동차 보다 사고로 인한 인명손실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어선 정비산업은 경영상의 어려움과 어업인의 낮은 신뢰, 제도의 뒷받침 등이 없어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있다.

반면 육상의 경우에는 건축분야 등에서 전문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설별 안전관리 법령과 규정이 마련되어 공사업체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례로 어선에서도 사용하는 취사/난방용 프로판가스의 경우 육상의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공급자의 의무’ 사항으로 안전점검의 실시와 수요자(사용자)의 계도를 요구하고 있고, 또한 안전 점검자의 자격·인원·점검장비·점검기준을 정하고 있다. 인명손상을 수반하는 화재·폭발사고의 주요원인인 전기시설 및 가스시설 등에 대해 선박(어선)의 경우 육상법령의 적용이 제외되어 있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른 「어선법 개정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어선법 개정안(김영진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되었다. 어선안전 확보를 위한 본 개정안을 위해 정부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건조·제조·정비지정사업장의 품질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걸음으로, 내재되어 있는 어선 대형사고를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규제 차원의 어선안전 제도가 품질관리 차원의 체계적인 안전확보 제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여 건조·제조·정비 산업의 기술능력 제고와 표준화를 정착시킬 것이며, 무엇보다 어업인들이 그간 보이지 않게 겪어왔던 피해를 일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안 발효 이후에는 조선소 및 정비업체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필요시 기존의 검사제도를 유지하면서, 관련 요건에 적합한 경우 정비결과를 인정해 주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작업자에 대한 건조·제조·정비 기술교육을 제공해 점차적으로 품질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어선해양사고를 근본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정정비사업장제도를 통해서는 그동안 도서벽지나 야간·휴일에 정비·검사를 받을 수 없어 생기는 어업인과 정비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여, 정비품질의 향상과 표준화를 함께 도모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사고는 선박 관련 안전주체의 활동결과에 기인해 어떤 것은 내재되어 있고, 어떤 것은 즉시 사고로 이어진다. 안전품질의 활동주체인 조선소와 제작자, 정비업체, 승무원(선사)이 각자의 역할과 역량에 부족함이 없도록 관련 제도가 마련되고, 여기에 제3자 확인·감독 제도인 검사·감리 등이 더해질 때 해상에서의 선박과 인명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