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 붕괴 위기 극복하려면
수산자원 붕괴 위기 극복하려면
  • 오태건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조성팀장(공학박사)
  • 승인 2021.07.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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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건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조성팀장
오태건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조성팀장

우리 곁에 돌아온 반가운 도루묵

임진왜란 때 피난 간 선조 임금 덕분에 그 이름에서 수난을 겪었던 동해안 대표어종 도루묵 다시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바닷가에 찬바람이 들기 시작하면 발에 차일 정도로 넘치던 도루묵이 일본인 입맛에 맞다는 이유로 알이 가득 찬 도루묵을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어획량이 바닥을 치던 적이 있었다. 거기다 강원도는 도루묵의 남서방한계선으로 한반도 수온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1971년에는 25,000톤이나 잡히던 도루묵이 30년 후인 2001년에는 1,300톤으로 어획량이 무려 95%나 감소 한 것이다. 거의 멸종 수준이었다.

도루묵 회복 사업을 위해 민·관은 각고의 노력을 해 왔다. 2006년부터 도루묵을 자원회복대상종 및 TAC 대상종으로 선정하는 등 자원량 회복을 위해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어업인들은 금지체장을 철저히 지켜냈으며, 그것도 아쉬워 해변에 떠 내려온 도루묵 알을 다시 바다로 보내주기도 하였다. 더불어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은 도루묵이 산란장으로 활용하는 모자반 군락 복원을 위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33개소의 강원도 해역에 총 5,091.74ha의 바다숲을 조성해 왔다. 갯녹음이 광범위해져 산란 어미가 알을 붙일 해조류가 없어져 자원량이 줄었다고 어업인들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바다숲 조성사업에 이들도 적극 동참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우리 곁을 떠났다고 생각했던 도루묵이 결국 다시 돌아왔다. 도루묵의 생태적 특성을 잘 파악하여 안전하게 알을 놓을 수 있도록 해조류 산란장을 만들어 주고, 여기서 태어난 어린물고기를 덜 잡았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5,100톤의 도루묵이 잡혔다. 최고로 많이 잡히던 때에 비하면 아직도 20%에 지나지 않지만 바닥을 치던 때에 비하면 거의 4배가 늘었다. 그간의 어업인과 정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에서 수산자원회복의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의 어획 행위는 자연에 흔적이 남는다

수산자원은 유한하지만, 어미가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는 다시 커서 알을 낳는 등 끊임없는 재생산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관리만 잘 이루어진다면 수산자원은 유한해도 수산업은 영원히 영속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산자원은 특정한 주인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주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무주물은 먼저 한 사람이 우선권을 가지므로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자원관리 정책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영원한 수산업을 위해 원칙과 기준 속에서 수산자원과 인류의 공존점을 찾아야한다.

수산자원이 유한한 상태에서 우리가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단순하게 어른물고기를 먼저 잡을 것인가? 어린고기를 먼저 잡을 것인가? 아니면 별도의 기준 없이 잡히는 대로, 종종 알을 밴 어미를 잡아도 괜찮은가? 우리는 이러한 우선순위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87173만 톤을 달성한 이후로 지속해서 감소, 2020년에는 93.2만 톤을 기록하면서 100만 톤 이상의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양어업 생산량 역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바다 곳간이 비어가고 있음이 각종 통계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수온 변화로 어장이 변동되는 등의 복합적 원인이 있지만, 어획성능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있음에도 연근해와 원양어업 생산량이 동시에 저조한 것은 수산자원량 감소가 어업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많이 잡히는 참치류 대부분은 멸종위기종 또는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중 남방참다랑어는 심각한 위기종(CR)으로 지정되어 앞으로 우리 후손은 이 물고기를 도감으로만 관찰할지도 모른다. 먹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의 어획 행위는 분명히 자연에 그 흔적을 남긴다.

 

어린물고기와 산란어미 먼저 살려야

그렇다면 수산자원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도루묵 회복 사례를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원을 늘린다는 것은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어린물고기와 산란 어미를 보전하면 된다. 보전한다는 것은 덜 잡는다는 이야기다. 만약 몇몇 학자의 주장처럼 크든 작든, 알을 배든 말든, 자원량 변동에는 큰 영향이 없으니 무조건 다 잡을 수 있도록 허용해보자. 과연 해양생태계는 온전하게 남아 있을까? ‘공유지의 비극이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산란어종 금어기를 준수하는 것은 어업인들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금어기를 지키는 것은 수산자원관리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특정 장소에 밀집하여 산란하는 어종은 효과가 극대화된다. 예컨대 꽃게의 경우 산란기 외에는 서해 일대에 넓게 분포하지만, 산란기가 되면 연안으로 회유하여 좁은 지역에 밀집하게 된다. 이때 금어기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포획이 매우 쉬워 어획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금어기를 설정할 경우, 산란이 끝나면 꽃게가 다시 서해 전역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어획강도를 낮출 수 있어 자원량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Overzee and Rijnsdorp(2014) 연구는 산란시기를 금어기로 설정하면 어획 활동으로 인한 산란장의 훼손과 침성·부착성 난의 물리적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산란시기인 수산생물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산란 확률과 알의 건강도가 증가하고 자원가입량 증대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어업 현장에서도 금어기 설정이 어획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어업인들도 알고 있다. 보령과 태안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주꾸미 산란·서식장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주꾸미 금어기가 별도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으나 사업을 시작하며 해당 지역의 어업인들은 주꾸미의 산란시기인 5월부터 8월까지 자체적으로 금어기를 준수하고 알밴 주꾸미는 바다에 놓아주었다. 더불어 폐쇄된 공간에 알을 놓는 주꾸미 습성을 이용해 소라껍질을 이용한 산란 촉진 시설을 금어기에 시설하여 알을 충분히 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그 결과 사업 초반 충남 지역 주꾸미 생산량은 3,891톤이었으나, 사업추진 2년 뒤인 2017년에는 생산량이 24,623톤으로 6.3배 증가하였다. 이후 사업성과를 높이기 위해 2018년에 주꾸미 금어기가 설정되었는데 이듬해인 2019년에는 67,973톤의 생산량을 기록하여 사업 초기 대비 생산량이 18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꾸미가 1년생이며, 태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정착성 생물이기 때문에 효과가 빠르고 확실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어종에 적용하더라도 기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적절한 시기를 금어기로 설정하는 것은 자원량 증가에 분명히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어린물고기의 보호 또한 수산자원 회복, 자원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각에서는 어린물고기 보호가 자원량 증대와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 주장에 따르면 어른물고기가 되기 전 인간이 물고기를 잡지 않더라도 또 다른 상위포식자가 먼저 먹어 치우기 때문에 인간의 어린물고기의 보호는 자원량 증대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어류가 태어나서 죽기까지 자연사망과 어획사망이 존재하는데, 어획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이 자원량 증감에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린물고기 보호 위한 기술개발 필요

그렇다면 어린물고기 보호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린물고기 포획에 대한 일반인과 어업인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가 있다. 해양수산개발원(2018) 조사 결과는 일반인과 어업인 모두 96.5% 포획과 금지체장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그 이유로 수산자원의 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이 공감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 포획·금지 체장 강화 또는 완화 여부의 조사 결과는 일반인과 어업인이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일반인은 88.5%가 강화를 주장했고, 어업인은 50.0%가 강화를, 46.6%가 현행 유지를 응답했다. 즉 어업인들도 포획·금지체장의 존속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고 있으나 현행보다 강화하면 어업소득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어업 도중 어린물고기의 보호를 위해 혼획을 저감하기에는 어업인에게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부분이다. 혼획을 줄이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망목 크기를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수산업법41조에서는 혼획이 허용되는 어업은 혼획 저감장치를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아직 현실과 요원하다. 유럽의 경우 트롤 어구에 어류 탈출이 가능한 장치를 개발하고 있고 미니트롤 어구를 사용하여 예비적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 또한 어린물고기가 많은 어장일 경우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조업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린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업인 호응도 높은 수산자원조성사업 확대해야

수산자원 회복에 금어기 설정, 어린물고기 보호 외에도 수산자원조성을 해주는 방법도 있다. 도루묵의 사례와 같이 바다숲이나 산란·서식장 등을 바다 속에 조성해주는 것이다. 우선 인공 구조물을 바다 속에 설치해 해양에서 가장 생산력이 높은 암반생태계와 같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 인공 구조물에 모이는 물고기는 어초에 붙어 있는 먹이를 먹고, 그곳을 산란장으로 활용한다. 또한 은신처나 회피의 용도로도 사용한다. 이곳에 치어 단계의 어류를 방류하여 자원 가입 기회를 극대화하고 지속해서 관리해준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수산자원조성은 마무리된다.

이렇게 조성된 해역은 인공구조물 용승작용으로 식물플랑크톤이 47~57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으며, 또한 윤한삼 부경대 교수팀의 연구(2018) 결과 인공어초 어장의 어획량은 시설되지 않은 곳에 비해 작게는 1.7, 많게는 3.9배까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어업인들은 81.6%가 인공어초 어장을 이용한다고 응답하였으며, 수산자원조성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왜 물고기를 마음껏 잡을 수 없을까? 우리가 수산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수산 보국을 가치로 내키는 대로 어획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으며, 그 어떤 나라도 공유재를 계획 없이 쓰게 하는 곳은 없다. 심지어 대기 중의 탄소를 줄이는 등 공기까지 관리하는 시대이다. 수산자원은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 후손의 것이라는 인식 아래 미래에서 빌려 온 소중한 자원을 그 모습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상기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수산자원을 가치 있게 지켜낸 지금의 노력을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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