⑱ 탄소중립 위해서라면 멸치 더 잡아도 돼
⑱ 탄소중립 위해서라면 멸치 더 잡아도 돼
  •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 승인 2021.07.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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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현대해양] 올해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인류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집을 식히고 데우고, 전기를 쓰면서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를 꾸준히 배출해왔다. 기후위기에 맞서 지구가 감당하여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만큼만 탄소를 배출하도록 모든 사회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는 지구가 파국으로 향하지 않으려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고 정했고, 이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 한국은 현재 배출량 절반 수준인 3억 5,000만 톤 이상을 2030년까지 줄일 것을 요구받았다. 지난해 10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 과소비 사회와 이별한다는 뜻으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어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본 정책 방향을 담은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2019년 한 해에 전년보다 2,490만 톤을 줄인 것이 지금까지 한국이 보인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배출량이 더 늘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간은 없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는 지난 5월 30~31일에 서울에서 열린 환경 분야 국제회의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서울 선언문’을 채택했고, 현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산업, 에너지, 수송 등 분야별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맞추어 우리나라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탄소중립 실천 방안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가령 산림청에서는 지난 5월에 탄소중립을 위해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우리나라 한 중앙 일간지에서 강원도 한 야산에서 대규모 벌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하여 어린나무를 심기 위해 오래된 나무들을 이렇게 베어내어도 되는지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생물 활용한 탄소저감법

지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1/4은 인류가 매일 먹는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먹는 것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에서도 부랴부랴 탄소중립과 관련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어놓고 또 발 빠르게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P4G 서울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보도자료를 내어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에 발맞추어 식품·의약품의 안전관리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자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그 중 눈을 끄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많은 소고기 대신 식용 곤충 범위 확대’라는 기사이다.

“식약처는 200kcal당 이산화탄소 24㎏을 배출하는 소고기를 대체할 단백질 식품을 확보하기 위해 식용곤충 인정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식용곤충은 200kcal당 이산화탄소 0.7㎏을 방출해 소고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다. 국내에서 식용 가능한 곤충은 메뚜기, 백강잠, 식용누에, 갈색거저리유충,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탈지 분말, 수벌 번데기 등 9종인데 식약처는 새 곤충이 식품 원료로 인정될 수 있도록 안전성 평가 등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출처: YTN 2021.05.30)

해양수산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콘크리트 토목 사업에 지나지 않는 바다숲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지만 최근 KBS 방송에서 그 실상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어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최근 탄소중립 방안을 내어놓았는데, ‘친환경 선박 추진’, ‘수소 항만 구축’, ‘세계 최대 메탄올선’과 같이 공학이나 해운 분야에 치우치고 있으며, 식약처처럼 생물을 활용한 방법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바다생물과 수산을 잘 모른다는 말이다.

 

표1. 2011년 잡는 어업 분야별 온실
표1. 2011년 잡는 어업 분야별 온실

곤충보다 생선

요즘 젊은이들이 점점 생선을 안 먹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곤충보다는 생선을 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어업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먹어야 할 단백질로 소고기 대신 우리나라 3면 바다에 지천인 멸치를 더 잡아서 먹으면 된다. 멸치는 연간 수백만 톤을 잡아도 되는데, 당장 다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많이 잡으면 다양한 요리법과 함께 소비도 늘어날 것이다.

어업으로 잡는 수산생물 생산에 들어가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적으로 단백질 1kg을 생산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양은 2.2kg 밖에 되지 않는다(표1). 그 중에서도 멸치나 고등어, 정어리 같은 소형 부어류는 이산화탄소 0.2kg으로 가장 낮고, 새우와 같은 갑각류가 7.9kg으로 가장 높다. 식용곤충은 약 탄소 16, 양식 생물 4~75, 닭과 같은 가금류는 10~30, 돼지고기 20~55, 소고기 45~640, 양고기 51~750kg이다. 소고기와 비교해서 곤충은 약 1/18, 생선은 1/130이며, 그 중 멸치는 1/1,500 밖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멸치나 고등어, 전갱이, 정어리와 같은 소형 부어류는 단백질 1kg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곤충보다 80배, 소고기보다는 1,500배 더 적다. 특히 정치망과 같은 수동적 어구로 잡는 소형 부어류는 탄소배출량이 0에 가깝다. 우리나라 연간 소고기 소비량은 약 70만 톤으로 탄소배출량은 약 2억 톤이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는 대신 그 양만큼 멸치를 먹는다면 탄소배출량은 14만 톤 밖에 되지 않는다. 소고기 대신 식용곤충을 먹는다면 탄소배출량은 약 1,000만 톤이다. 즉, 소고기 대신 멸치를 먹는 것만으로 2030년까지 목표인 3억 5,000만 중 2억만 톤, 즉 70%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육고기보다 수산물 섭취가 탄소중립에 도움돼

우리나라 연간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량은 약 140만 톤, 77만 톤인데, 모두 멸치로 대신한다면 줄어드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은 대략 5,000만 톤, 1,500만 톤이다. 이론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대신에 멸치를 먹는다면 어업으로만 2030년 한국 탄소중립 목표치의 약 9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육고기 대신 멸치만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멸치와 같은 생선을 많이 먹을수록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것은 확실하다. 또 멸치가 식용곤충보다는 양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탄소 감축에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멸치가 아니더라도 육고기보다 수산물을 더 많이 잡고 소비할수록 탄소중립에는 크게 도움이 되며, 건강에도 좋다.

서양에서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니, 곤충이라도 더 먹어서 탄소중립을 이루려고 하는데, 생선을 즐겨먹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양수산부가 멸치가 멸종위기종이나 되는 듯 더 적게 잡게 하려는 궁리를 하고 있다. 더구나, 식용곤충은 멸치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멸치는 몸집이 작고 대개 1년생이기 때문에 아무리 잡아도 멸종하지 않는다. 살충제 DDT를 그렇게 뿌렸는데도 모기가 멸종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모기 없애려다가는 오히려 사람이 먼저 멸종한다. 우리바다에서 멸치는 한 때 20만 톤 정도 잡히다가 지금은 온갖 규제로 어획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멸치를 TAC(총허용어획량제도)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기가 찬다. 공무원들이 이 정도로 수산생물에 무지할 줄은 몰랐다.

멸치는 육상 생태계로 치면 사람에게 단백질 공급원인 콩과 같은 것이다. 생태계 먹이사슬 위에 있는 소고기 1kg을 먹는 것이랑 아래에 있는 콩 1kg을 먹는 것이랑 어느 것이 더 환경 친화적이고 생태계에 충격을 덜 주며,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되는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육지에서 콩이나 곤충 소비를 권장하듯이 바다에서는 물고기 중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멸치 어획과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물고기 영양단계는 대개 종에 관계없이 몸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작은 물고기는 자연사망률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어획사망률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큰 물고기는 자연사망률이 낮아서 어획이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20년 전에 캐나다 수산학자 다니엘 폴리가 밝혔듯이 지금 해양생태계는 대구, 다랑어와 같이 서양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먹이사슬 위를 차지하는 몸집이 큰 물고기들은 남획으로 이미 90% 이상 고갈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먹이사슬 아래에 있는 청어나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는 방향으로 어업구조가 바뀌어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다랑어, 대구, 명태 같은 큰 물고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멸치와 같은 작은 물고기도 전통적으로 좋아했고, 또 많이 잡아와서 이미 생태계 균형을 고려한 어업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서양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런 소형 부어류를 많이 잡고 소비하는 것은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에서는 거꾸로 멸치를 일정량 이상 못 잡게 하면서 연근해 어획량은 100만 톤 이상 유지하겠다는 모순되는 정책을 실행하려 한다. 같은 100만 톤을 잡는다면 대구나 명태 같이 큰 물고기보다는 작은 멸치를 더 많이 잡을수록 해양생태계에 주는 충격이 덜하고 단백질 1kg 어획에 필요한 탄소배출량은 멸치가 큰 물고기보다 10배가량 적다.

더구나, 우리나라 바다 멸치 잠재생산량은 수천만 톤에 이르며, 이중 10%도 되지 않는 300만 톤을 어획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내외 논문이 있고, 최근 중국 멸치 어획고 통계도 있다(그림1).

그림 1 . 북서태평양 FAO 61 해구 국가별 멸치 어획고 (1950-2018)
그림 1 . 북서태평양 FAO 61 해구 국가별 멸치 어획고 (1950-2018)

 

우리 바다에서 멸치 분포 자료는 충분하지 않지만, 지난 40년 동안 몇 번 조사한 알 분포를 보면 멸치가 동·서·남해에 비교적 골고루 분포하며, 특히 서해안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2 왼쪽). 그러나 어선 어획고 분포를 보면 기름값과 같은 조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육지와 가까운 연안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주로 멸치를 잡고 있으며, 황해에서는 상대적으로 어획고가 낮다(그림2 오른쪽). 따라서 황해나 남동해까지 조업 해역을 확대하면 어획고를 10배 이상 늘리면서도 지속 가능한 멸치 어업이 가능함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림2 . 우리나라 바다 멸치 알(1985, 1995, 2002)과 어획고 (1984-2010) 평균 분포출처: Jung S, Pang I, Lee J, Lee K 2016. Climate-change driven range shifts of anchovy biomass projected by bio-physical coupling individual based model in the marginal seas of East Asia. Ocean Science Journal 51, 563-580.
그림2 . 우리나라 바다 멸치 알(1985, 1995, 2002)과 어획고 (1984-2010) 평균 분포출처: Jung S, Pang I, Lee J, Lee K 2016. Climate-change driven range shifts of anchovy biomass projected by bio-physical coupling individual based model in the marginal seas of East Asia. Ocean Science Journal 51, 563-580.

 

소형 부어류 어획규제 풀어야

따라서 우리나라 연간 육고기 소비량인 약 300만 톤 중 적어도 1/3에 해당하는 연간 100만 톤 멸치 어획고를 올릴 수 있는 수산정책을 지금부터라도 펴야할 것이다. 공식 중국 멸치 어획고는 2015년에 90만 톤을 넘었기 때문에, 우리도 대한민국 영해 안에서라도 어장을 적극 개발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멸치, 고등어, 살오징어와 같이 멸종 가능성이 적고 외부 충격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소형 부어류에 대한 어획규제를 없애거나 풀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해양생태계 어획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탄소중립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해양수산부에서 지금까지 수천 억 예산을 소비한 바다숲은 설령 성공하더라도 탄소중립 효과는 멸치 어획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차라리 그 예산을 멸치를 비롯한 소형 부어류를 잡는 어법과 새 어장을 개발하고 생분해성 연안 정치망을 보급 확장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낫다.

해양수산부는 실험적으로 어획 규제를 풀고 어장을 개척하여 멸치를 비롯한 수산생물 어획고 증대와 소비가 탄소중립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연구개발사업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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