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3]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으면 공유수면 점용료를 내야 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43]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으면 공유수면 점용료를 내야 할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7.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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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지난 점용료 4억 원 사건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마흔세 번째 여행의 시작>

법은 국민의 권리,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법은 그 입법목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여러 개의 적용 법률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에 ‘선박’이라고 입력하면, 국제선박등록법, 국제항해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 피해예방에 관한 법률 등 수십 건의 법률이 검색됩니다.

이런 법들은 그 제목만 보더라도 선박과 관련하여 어떤 입법목적으로 규율하려는 것인지 짐작은 됩니다. 그런데 2가지 이상의 법률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각 법률마다 관련 내용을 모두 적어놓는다면, 하나의 법률이 수백, 수천 개의 규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법은 다른 법을 준용한다는 식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하나 모든 상황에서 준용되는 규정들을 일일이 규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관련 규정 모두가 적용되는지 아니면 하나만 적용되는지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소관부서가 다른 법 사이에서는 관련법을 실제 만들거나 집행하는 행정부의 담당자들조차 쉽게 판단하기 어렵거나 서로의 견해가 달라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는 일도 많습니다. 법은 쉽게 씌어져야 하나 수천 가지의 법률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실제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는 입법자조차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이 많아서 마지막에는 사법부 특히 대법원이 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A는 1974년 3월 8일 속초시장으로부터 속초시 영랑호 공유수면 중 98만 9,650㎡에 수산업법 제8조에 의거하여 양식어업면허를 받아 양식어업을 해 왔습니다. A는 면허기간이 만료된 1984년 5월 24일 다시 강원도지사로부터 1975년 12월 31일 제정된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 제7조에 의거하여 어업면허를 갱신해 같은 곳에서 양식어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속초시장은 그 동안 점용료에 관하여 아무런 명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15년이나 지난 1989년 2월 15일에 이르러 A의 양식어업이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에 의하여 공유수면관리법상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므로 공유수면관리법에 따라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경우라 하여 A에 대하여 소급하여 1984년 5월 24일부터 1989년 5월 24일까지의 5년간의 점용료 합계 4억 4,597만 6,840원을 부과하였습니다. 이에 A는 위 점용료 부과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쟁점>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으면 공유수면 점용료를 내야 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0. 2. 21. 선고 90누769 판결>

공유수면관리법 제4조 제1항은 공유수면을 점용 및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고 같은 법 제7조에 의하면 관리청은 위 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한편 내수면어업은 원래 수산업법에 규정되어 있다가(삭제된 수산업법 제4장), 1975. 12. 31. 내수면어업의 종합적인 개발을 촉진하고 수산자원의 보호육성을 도모하여 농어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여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이 제정되었다.

공유수면관리법과의 관계에 관하여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 제14조에서 “이 법에 의하여 면허 또는 허가를 받은 어업은 그 면허 또는 허가된 어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다음 각종의 허가, 승인 또는 권리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면서 제5호에서 ‘공유수면관리법 제4조에 의한 점유 및 사용허가’를 들고 있는바,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은 내수면어업개발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는 반면 공유수면관리법은 공유수면의 보전, 이용 기타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각 입법목적이나 규정사항 및 적용대상을 달리하고 있고 그 법규정사항에 있어서도 서로 모순 저촉되는 바가 없어 어느 법률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배타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에서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은 자가 점용하는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료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하여도 같은 법 제14조에 의하여 공유수면관리법 제4조에 의한 점용허가를 취득한 것으로 보게 되는 이상 관리청은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은 자가 점용하는 공유수면에 대하여 공유수면관리법 제7조에 따라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

 

<판결의 의의>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으면 점용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990년 위 판결이 내려지고 3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현행 내수면어업법에는 점용료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수면어업법만을 본다면 여전히 점용료를 납부하여야 하는지 일반 국민들은 알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내수면어업법 제20조 제4호를 보면, 내수면어업면허를 받으면 현행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점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고, 위 법 제13조 제1항은 다른 법률에 따라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자도 점용료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2017년 개정).

 

<마흔세 번째 여행을 마치며>

법이 개정되어 논란은 일단 정리되었지만, 일반 국민들이 내수면어업법 제20조 제4호를 따라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8조로 간 후, 다시 같은 법 제13조 제1항으로 내려와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는 다른 법률에 따라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더라도 원래 법의 내용이나 규율대상의 성격에 따라 점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고, 그 예외는 다시 원래 법을 해석하고 이를 대법원에서 확인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잘 알고 있는 사안이라도 최소한 해당 관청에 다시 한 번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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