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관리어업 육성방안
자율관리어업 육성방안
  • 고송주 전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
  • 승인 2021.07.1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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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도약 위한 닻 올리다
고송주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
고송주 전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

[현대해양] 자율관리어업이 2021년 2월 「자율관리어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 1970년대 농촌에서 추진된 지역사회 개발운동으로 ‘새마을 운동’이 있었다면 어촌에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잘사는 어촌을 만들기 위한 자율적 공동체 활동으로서 ‘자율관리어업’이 그 중심에 있다. 그런데 새마을 운동이 전적으로 정부 주도로 이뤄진 개발운동이었다면 ‘자율관리어업’은 어업인이 자율적으로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규율을 만들어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관리·이용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율관리어업의 정의는 어업인들의 소득향상과 어촌사회 발전을 위해 어업인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어장관리, 자원관리, 경영개선, 질서유지 등을 실천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어업인의 경쟁조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남획과 불법 어업 등으로 정부 주도 어업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어업인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바다를 관리하게 하는 ‘자율관리어업’이 시작된 것이다.

 

자율관리어업 근거

자율관리어업은 2001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양적확대가 이뤄져 2020년 12월 기준 전국 어촌에 1,133개의 자율관리어업 공동체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참여 어업인수는 약 6만 5,000명 규모이다. 이는 전체 어업인구의 61.9%를 차지하는 것으로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는 명실상부하게 어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율관리어업 실시 후 효과분석결과(2017-2019년)를 보면 어장관리, 자원관리 등을 통해 연간 약 843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율관리어업이 시작된 지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자율관리어업이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하고 있는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등 민간단체와 관련 전문가, 지자체 등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첫 단추로 「자율관리어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2월에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동안 자율관리어업은 「수산자원관리법」제34조를 근거로 지원하고 있었으나 자율관리어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자율관리어업’에 대한 독립적인 법률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2017년 2월에 발의되어 3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2020년 1월에 법률이 통과하게 된 것이다.

법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5년마다 자율관리어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기 위하여 자율관리어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어업인과 관련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훈련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어장 관리, 수산자원 관리, 경영 개선, 질서 유지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한 자체 규약을 제정하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공동체를 등록한 자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근거도 마련하였다. 자율관리어업을 단순히 어업인 의식개혁 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촌에 안착하여 견고하게 육성되도록 그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자율관리어업 현황

다음으로는 자율관리어업이 현재 직면한 현실을 살펴보도록 하자. 자율관리어업 참여 유형을 보면 마을어업 523개소(46.2%), 어선어업 227개소(20%), 양식어업 102개소(9%) 순으로 마을어업 비중이 높으며 어선어업은 상대적으로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어업인간 조업 경쟁 완화 등을 위해서는 어선어업 참여가 더욱 요구되는데 개별 조업과 어장 개방성 등으로 공동 어장관리가 어려워 어선어업자가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들의 참여를 촉진시킬 사업 발굴 또한 미흡하였다.

다음으로는 단년도 사업을 한정된 자원으로 공동체를 지원하다보니 실질적으로 공동체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공동체 평가점수를 잘 얻기 위해 형식적으로 공동체 활동을 하거나 실제로는 정부예산에 의존하는 자율관리활동으로 공동체의 자립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공동체 고령화로 인해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하는 어업인이 감소하여 자율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2019년 전체 어가 인구 12만 명 중 60세 이상 인구가 6만 5,000명으로 54%를 차지했으며, 어업 경영주는 전체 5만 3,000명 중 60세 이상이 3만 7,000명으로 69%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공동체 위원장의 전문성과 능력에 따라 자율관리어업의 공동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실정이다.

또한 위원장은 어업에는 전문성이 있으나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육도 공동체 회원 전체가 아니라 위원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과 교재 부족, 공동체 내부 홍보 등에 치중하여 대외적 인지도도 낮다.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인프라, 소득 등 실태자료 확보가 중요한데 비정기적인 조사 추진으로 자료 축적도 미흡한 실정이다.

 

주목할 만한 공동체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자율관리어업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우선 자율관리공동체 성공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자율관리공동체 성공사례로 들고 있는 것은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강원붉은대게통발선주협회’ 공동체이다. 2002년 1월에 등록된 이 공동체는 경쟁조업으로 붉은대게 자원이 감소하고 어업인간 조업질서 회복을 위해 채포 금지체장 및 자체 금어기 기간을 설정하고 통발 망목 크기를 제한하였으며, TAC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원관리 노력에 동참하였고 어장 내 폐통발, 폐로프, 폐건전지 등을 수거하여 어장 관리 개선에 힘썼다.

또한 서로 다른 휴어기를 일원화하고 외국인 선원을 위한 숙소를 운영하며 직매장을 운영하여 내수 판로를 개척하는 등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한 결과 생산액이 2011년 132억 6,900만 원에서 2016년 253억 100만 원으로 90% 이상 증가하였다.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채석포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는 2003년 12월에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하여 어장 휴식년제를 도입하여 어장정화를 통한 자원관리에 노력하였으며, 어장 불법 출입자를 실시간으로 단속하는 어장 감시조를 운영하는 등 질서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으로 5년간(2012~2016) 대하 생산 소득액이 2012년 2억 9,000만 원에서 2016년 25억 원으로 8.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두 공동체의 주요 성공요인으로는 회원간 공감대 형성을 통한 위원장의 통합 리더십과 협력, 어업소득 다변화를 통한 경영안정 및 소득증대, 위기의식 속 사명감을 가진 철저한 자원관리 등을 들 수 있다.

 

4대 추진과제

이러한 성공사례 등을 분석하고 관련 전문가, 지자체 의견 등을 수렴하여 정부는 자율관리어업의 약점 요인을 해소하고 강점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과제를 토대로 자율관리어업 종합계획(2021~2025)을 올 5월에 수립하게 된 것이다. ‘자율관리어업 재도약을 통한 풍요로운 어촌 실현’을 비전으로 4대 주요 추진과제와 12개 세부 추진과제를 마련하였다.

우선, 공동체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단년도 중심의 일회성 사업인 아닌 공동체에 꼭 필요한 다년도 사업을 직접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공동체 책임형 자율관리사업 공모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전시성·이벤트성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자립공동체 이상의 공동체의 경우 3년간 활동 실적이 700점일 경우에는 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육성사업비를 지원하는 ‘우수공동체 관리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공동체 육성 사업비 지원 이후 자율관리어업 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아지는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활동유지를 위해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어서다. 최근 자율관리어업 공동체에서는 자신들이 조성하고 관리한 수산자원에 대해 레저·낚시·체험 등을 통한 수익창출이 필요한 공동체가 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자율관리어업 활동이 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자율관리 수익형 공동체(가칭) 유형’을 신설할 계획이다.

 

어선어업 참여 절실

수산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선어업의 참여 확대가 절실하다. 어선어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사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사업범위를 확대하고 또한 어선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기준 준수 등의 안전관리 평가항목도 추가한다. 이러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자율관리어업 우수공동체 비율을 현재 30%(339개소)에서 2025년도에는 35%(396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자율관리어업 전문성을 강화하여 내실화를 다질 계획이다. 자율관리어업 공동체의 성패가 위원장의 능력(leadership)에 좌우되는 만큼, 젊은 회원(만40세 이하)을 대상으로 자율관리어업 지도자 교육과정을 신설하여 연간 100명의 지도자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자율관리어업 전문가, 공동체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전문강사 양성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여 연간 20명의 전문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자율관리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여하는 어업인들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인데, 현실적으로 조업 등으로 인해 집합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따라서 ‘찾아가는 자율관리어업 학교’를 운영하여 어업인들이 요구하는 시간인 일몰후나 비조업기간 등에도 교육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자율관리어업 활성화 기반도 구축한다. 동·서·남해·제주권역에 자율관리 거점센터를 설치하여 공동체를 관리하고 교육·홍보 등 종합 지원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신규 및 부진 공동체에 대한 집중 관리와 대내외 홍보 활동을 통해 대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어업인 참여를 도모할 예정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자율관리어업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공동체 어업현장의 자율관리 문제 해결을 위한 ‘(가칭)자율관리 개선 리빙랩’도 운영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등으로 ‘자율관리어업 활성화 추진 지원단’도 구성하여 자율관리어업에 대한 자문 및 지원·협력활동도 더욱 강화한다.

 

자율관리어업의 공익적 역할 강화

마지막으로 자율관리어업의 공익적 역할도 강화한다. 자울관리어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자율관리어업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가칭) 자율관리어업공동체 함께 하는 날’을 지정하여 전국 동시에 어장청소를 실시하는 등 자율적으로 수산자원 관리문화를 선도할 계획이다. 국민에게는 해양생태계 중요성을 홍보하는 동시에 어업인들에게는 자원관리, 어장청소 등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관리 사회적 기업’도 육성하여 정부 지원에서 벗어난 자립체계도 구축한다. 공동체 생산 수산물에 대한 공동 판매 등을 통해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위해 공동체와 지역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학교 현장학습, 가족형 체험학습 등 체험형 활동 확대 추세에 맞춰 공동체가 조성한 수산자원을 체험학습 교육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율관리어업의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여 국민 지지와 이해도를 넓혀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2016년 100만 톤 이하로 감소하고 지난해에는 93만 2,000톤을 기록하였다. 기후변화, 자원남획, 해양쓰레기, 중국어선 불법 조업 등 어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정부는 2019년 수산혁신 2030 계획을 발표하면서 어업생산 중심의 정책에서 자원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총허용어획량(TAC) 제도가 확대되고 금어기, 금지체장(중)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정부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우린 자율관리어업을 통해 확인하였다. 하딘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이용하는 어업인들이 스스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어업질서를 유지하며 어장을 관리하는 등 공동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자율관리어업’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율관리어업이 어촌에 확실히 뿌리를 내려 잘 사는 어촌을 만들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 자율관리어업이 제2의 도약을 위해 닻을 올리고 힘차게 출항하는 만큼, 어업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국민의 아낌없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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