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화 한국도선사협회장 - “안전 도선으로 해운발전 기여”
조용화 한국도선사협회장 - “안전 도선으로 해운발전 기여”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7.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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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도선사고 양형 개선 목표
조용화도선사협회장
조용화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현대해양] 보통 항공기 조종사로 알고 있는 파일럿(pilot)이라는 말은 본래 그리스어로 배에서 쓰는 ‘노(櫓)’를 뜻하는 말이다. 파일럿은 이처럼 배의 길을 안내하는 ‘수로(水路) 안내인’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지금도 해운업계에서는 도선사를 파일럿(Maritime Pilot)이라고 부르고 있다.

항해사의 꽃이자 선장의 로망인 도선사는 선박 입출항시 승선하여 수로를 안내 안전하게 운항하는 일을 돕는 전문가이다. 그만큼 파일럿 즉, 도선사(導船士)가 그 되는 길은 쉽지 않다. 3년 이상의 선장 경력만 있다고 도선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선사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배출되는 인원도 연 10~20명 정도에 그친다. 은퇴하는 만큼만 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4일 열린 한국도선사협회 정기총회에서 인천항도선사회 조용화 도선사가 제19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조용화 회장은 한국해양대 항해학과(33기)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선사에서 근무했으며, 선장 경력은 5년 3개월에 이른다. 조 회장은 2004년 인천항 도선사가 됐다. 그는 중앙도선운영협의회 위원, 인천해양안전심판원 비상임 심판관 등을 역임했다.

조 회장은 △도선료 체계 개선 △과도한 해양사고 양형 기준 개선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강화 △안전관리체계 수립 △개업 시기에 따라 다른 정년 문제 △보수적 운항과 항만운영 비효율화 방지를 위한 민사책임제한 법제화 등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 도선 사고에 대한 징계(양형)가 업무정지 등의 무거운 결과가 나온다는 인상이 짙은 만큼 이와 관련해, “양형 기준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유관기관 등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을 서울 여의도 협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월 취임했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과 임기 내 목표는?

2004년 인천항 도선사가 되어 2008년부터 도선사-이용자간 협의체인 중앙도선운영협의회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도선사뿐만 아니라 관련자 의견을 청취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도선기본료 인상과 도선료 체계 개선 △처벌 위주의 과도한 해양사고 양형 기준 개선 △항내 운항안전 및 도선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 강화 △안전한 도선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승하선설비 등의 안전관리체계 수립 △개업 시기에 따라 65세와 68세로 차이가 있는 정년 형평성 문제 △보수적운항과 항만운영 비효율화 방지를 위한 민사책임제한 법제화 등에 힘쓸 계획입니다.

 

최근 도선 사고에 대한 징계(양형)가 과하다는 주장이 많은데…

바람, 조류, 기상 등 외부영향 은 날마다 다릅니다. 엔진고장 등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고에서도 업무정지 위주로 양형이 이뤄진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해양안전심판법의 목적은 해양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입니다만, 최근 처벌 위주의 재결 경향은 도선 업무에 부담을 주고 소극적으로 도선에 임하게 하여 항만 효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도선수습생의 실무수습에도 영향을 끼쳐 보다 나은 기술과 노하우 전승에도 차질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 징계(양형)기준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유관기관들과 잘 검토해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선박 브릿지에서 도선 업무 중인 조용화 회장
선박 브릿지에서 도선 업무 중인 조용화 회장

도선료 인상 추진, 코로나19 대응 등 도선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2009년 도선기본료를 전체 인상한 이후 해운불황을 고려해 전체 인상은 유보해왔습니다. 그러나 수치로 드러나는 항만물동량 성장세에 비해 도선료는 답보상태이며, 세금증가에 따른 수입 감소, 선주의 도선사고 구상권 행사에 의한 민사책임 부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도선료 인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10년 이상 이용자와의 협의체인 중앙도선운영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도선료 개선을 위해 활동해왔기에 ‘토요일 공휴일 할증 적용’ 등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도선료 개선안을 마련해 합의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감염방지 안전지침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감염방지 안전지침’을 마련해 공유하면서 지회별 현장상황에 맞춰 활동해왔습니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에는 중국, 러시아 입항 선박에서 감염자가 대거 발생해 도선사도 장기간 격리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회별 고유 업무 시스템이 있는데, 도선, 인원 배정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요.

협회 차원에서는 정부 측에 방역복 등 물품 지원을 요청하고 업무 특성상 가장 먼저 해외입국자와 만나기 때문에 백신예방접종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7월에는 도선사의 백신접종이 마무리될 예정이라 조금 더 안정적인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만에 대한 신뢰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외국인과의 접촉이 많은 국내 해운인력종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이 더욱 빠르게 보편화되었으면 합니다.

협회에서 ‘입·출항 선박 안전 및 해양오염예방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 개최 등 해양안전과 오염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우리 협회는 평소 해양환경공단,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해양경찰청(VTS) 등과 MOU를 체결하고 해양안전, 사고저감, 오염예방 등을 위한 협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해양환경공단과의 간담회는 전국 항만을 순회하며 현장 간담회를 열어 보다 현장실무에 맞는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지난번 인천항에 이어 올해는 평택항에서 간담회가 열려 평택항 도선사가 참여해 실질적인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확대해나가면서 해양안전 등을 위한 방안 마련과 실천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최근 한국해대 발전기금, 해양도서 「바다와 사람들」 기증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

이번 ‘바다와 사람들’ 도서 기증은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한다는 취지와 해양계에 도전한 학생들에게 책을 기부할 수 있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우리 협회는 1977년 창립 이래 대내외적으로 장학금을 후원해왔는데 올해도 외부에만 2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후원합니다. 해상법 발전을 위해 로스쿨 장학생과 해운인재 양성을 위해 글로벌 해외유학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그 외 해양대학교, 해사고, 해운관련단체에서 추천한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사용하지 못한 일부 장학금을 학생을 위한 연구발전기금으로 학교에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또, 사회후원으로는 국내외 단체와 결연해 심장병어린이 수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국내 126명, 국외 134명 어린이의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비단 협회뿐만 아니라 각 지회에서도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많은 후원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후원처를 발굴해 사회 곳곳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희 도선사들은 열심히 일하고 많이 버는 것도 좋아하지만, 번만큼 사회·장학활동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를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도선사 특별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현재 정부는 서울경기 수도권 지역의 해양관광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인천해양박물관’을 인천항 월미도에 건립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천항은 국내 제1호 도선사인 유항렬 도선사가 일제의 견제 속에서도 당당히 면허를 발급받아 대한민국 도선사로 활동을 시작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특히, 개항과 근대 역사의 기억해야 할 장면과 도선 관련 자취(도선사 저택, 도선사 기념비 등)가 많다는 점에서, 또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박물관 내에 ‘도선사 기념관’을 만들 수 있다면 도선과 더불어 한국 해운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배가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도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조용
배가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도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조용화 회장

그 외 하고 싶은 말씀은?

요즘 도선사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2000년대의 몇몇 대형 도선사고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선사 대부분은 사실, 20여 년 이상의 세월을 한 업종에 헌신하고 국익에 기여하면서 정점을 향해 도전한 사람들입니다.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고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이용자의 의견을 많이 접해본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도선사와 이용자의 간극을 줄이고 도선서비스와 해상안전을 향상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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