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컨테이너터미널 통합운영 정책
길잃은 컨테이너터미널 통합운영 정책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7.14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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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사 이해관계, 보험처리, 시스템 통합 등 과제 산적

[현대해양] 부산 신항 운영사 통합 정책이 길을 잃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올 초부터 부산항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산 신항 컨테이너 운영사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통합 협상을 진행하던 중 기존 부두 운영사들이 글로벌 선사동맹(얼라이언스)과 최대 10년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선사의 타 터미널 기항이 차단되고, 신항 서컨테이너부두의 운영사 모집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운영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통합 협상이 중지된 상황이다.

싱가포르항
싱가포르항

대형 터미널 체계 개편 정책

2020년 12월 한국항해항만학회에서 발행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 통합운영 효과 분석」의 제1저자 신재영 한국해양대학교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항만 투자와 중국 항만의 급성장으로 인해 일본이나 부산항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부산항 같이 작은 규모의 항만이 글로벌항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합 운영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부산항은 다수의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에 의해 소규모로 분산 운영되고 있다. 다수의 운영사에, 운영 규모도 영세해 운영 비효율과 경쟁력 저하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2016년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재편과 대형화로 인한 물량 분산은 터미널 운영을 더욱 비효율적으로 만들었으며, 불필요한 타부두 환적 운송과 체선 문제까지 불러왔다. 1978년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을 개장한 뒤 부산항은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세계 2위 환적 항만으로 성장했지만, 부산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8.5포인트, 2011년 14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020년 0.8포인트로 전년대비 환적물동량 성장률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2018년 9월, 해양수산부와 BPA는 부산항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부산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통합정책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엔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을 ‘다수 소형 터미널 체계’에서 ‘대형 터미널 체계’로 재편하고, 선석수도 4.1개에서 7.6(혹은 6.5)개로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2013년에도 부산항 감만부두 운영사 통합을 위한 주주협약 조인식이 있었다.
2013년에도 부산항 감만부두 운영사 통합을 위한 주주협약 조인식이 있었다.

운영사 이해관계로 통합 지연

지난 3월 22일 BPA는 정책설명자료를 통해 부산사 신항 운영사 통합에 대한 BPA의 입장과 향후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해당자료는 △운영사의 얼라이언스(선사동맹) 유치는 민간 기업 간 철저한 수지분석과 선사·운영사 간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사항으로 BPA가 강제할 수 없음 △다목적부두에서 취급하고 있는 국적 인트라아시아선사 물량 연간 18만TEU는 통합 운영사가 처리할 수 있도록 협의 완료 △1, 4부두 운영사 통합의 경우 다목적 부두 근로자 모두 고용승계 또는 전환 배치될 수 있도록 협의 완료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진규호 BPA 물류정책실장은 “운영사 통합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며, BPA 자체적으로 「부산항컨테이너터미널 중장기 운영계획」을 수립, 1~3 단계의 통합안을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에 얼라이언스 유치 경쟁과 운영사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통합보다 선사 유치를 먼저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1, 4 부두를 유치하려 했던 디얼라이언스가 3, 4 부두를 유치하게 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진 실장은 “내년 7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에도 한진에서는 통합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컨 운영사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라며 “운영사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사의 통합의지”라고 털어놓았다.

신 교수는 “문제는 통합이라는 것이 물리적·기술적으로도 그리고 각 운영사의 전략적인 면에서도 수월치 않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례로, 모든 운영사는 각자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바로 옆 선석으로 컨테이너 하나를 옮기기 위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며 “또한 사고가 났을 경우 보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터미널 운영사간 통합이 이뤄진 대표적인 항만은 중국과 싱가포르 정도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주의 체제로 철저한 정부주도 하에 수월하게 통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 외 미국이나 유럽 항만 등은 우리처럼 규모가 작지 않기에 통합 운영 자체가 불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항만의 경우 작은 규모, 다수의 운영사, 그리고 가속화되는 선박 대형화 추세로 인해 운영사 통합이 필수적이다.

신 교수는 “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강력한 중재집단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며 “무엇보다 운영사 간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오픈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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